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보호의무 면제가 품질과 안정성이 중요한 백신 생산 및 공급에 있어서 무자격 생산을 허용해 오히려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과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한 현재의 노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추가적인 백신기술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보호신지식연구실 심미랑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보호의무 면제 논의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코로나19 백신 등에 대한 지재권 보호의무 면제에 대한 논의는 특허권의 영향 이외에도 영업비밀, 기술이전, 공급망 제한 등 글로벌 백신 생산 및 공평한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인에 대한 쟁점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공급확대 등을 위해 지난 5월 인도, 남아공과 아프리카 그룹, 최빈개도국(Least developed countries, LDC) 그룹 등 62개국 WTO 회원국이 함께 코로나19 백신 등에 대한 TRIPS 상의 지재권 보호의무 면제를 요청하는 수정안을 WTO에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제출된 원안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에서 보호의무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수정안에서는 면제대상과 기간을 한정해 ‘코로나19의 예방, 처치(treatment) 또는 억제를 위한 진단(diagnostics), 치료(therapeutics), 백신,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 그들의 재료 또는 구성요소 및 그 제조방법 및 수단을 포함하는 보건제품(health products) 및 기술’로 제한하고, 최소 3년간 보호의무를 면제하자고 면제기간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EU는 지난 6월 4일, 코로나19 백신개발에 대한 지재권 보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안으로 강제실시권 활성화 방안(팬데믹 상황을 국가 위기상황으로 명시, 강제실시에 의한 수출시 TRIPS위원회 통지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하는 제안서를 WTO에 제출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 보호의무 면제의 논의는 주로 신기술인 mRNA 백신(화이자, 모더나)에 집중돼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이나, 재조합 백신(노바백스)은 기존에 백신생산에 있어서 이용돼온 기술이나,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백신에 처음으로 적용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mRNA 백신 생산과 공급을 위해서는 수많은 특허권과 이해관계가 관련되므로 보호의무가 면제되는 대상 및 권리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mRNA 백신 기술에 대한 특허가 공개되거나 특허보호가 면제돼도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똑같은 백신을 생산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미세한 공정조건에 따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백신개발사들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심미랑 부연구위원은 “안정성과 품질이 보장된 백신 생산은 특허와 함께 기술이전과 노하우 이전이 이뤄져야 가능한데, 코로나19 백신 등에 대해 지재권 보호를 면제했을 때 백신개발사는 기술을 영업비밀로 유지하려 해 적극적·자발적 기술이전이 더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살펴보면 선진국이 다수인 북아메리카, 유럽 대륙의 접종률이 높고, 최빈개도국(LDC)이 대부분인 아프리카 대륙의 접종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WTO는 의약품과 관련된 특허, 영업비밀 관련 TRIPS 조항에 한해 최빈개도국에게 협정의 이행의무 준수 유예기간을 2033년까지 연장한 상태로 현재 상황에서도 최빈개도국은 의약품에 대한 특허보호의 의무가 없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심미랑 부연구위원은 “최빈개도국에서 백신 공급 부족과 백신 접종률이 낮은 문제는 지재권 보호 때문이라고 볼 수 없으며, 해당 국가의 경제력·기술력·의료상황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백신공급 계약에 대한 협상력, 백신 생산 기술력이 부족한 최빈개도국의 경우 COVAX와 같은 글로벌 공동체 차원에서 균형적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