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화항체 치료제 레그단비맙(regdanvimab, 제품명 '렉키로나주')의 국내외 임상2상의 치료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검토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 자문단이 레그단비맙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권고했다.
18일 식약처에 따르면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허가심사 현황 브리핑에서 "검증 자문단은 렉키로나주에 대해 임상3상 수행을 전제로 품목허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절차는 접수, 예비심사, 심사 및 실태조사, 외부 자문, 최종 허가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외부 자문은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최종점검위원회라는 3개의 단계가 있다.
이번에 검증 자문단이 권고한 조건부 품목허가는 영어로 'conditional approval'이다. 임상2상 자료를 토대로 의약품 발매를 조건부(conditional)로 허가하는 제도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증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이후 임상 3상을 수행하는 조건이 요구된다.
검증 자문단 회의는 중앙약심 자문에 앞서 식약처가 다방면의 전문가들로부터 임상 등 분야에 대해 자문 의견을 청취·수렴하는 절차다. 이번에 열린 검증 자문단 회의에는 감염내과 전문의, 바이러스학 전문가, 임상 통계 전문가 등 임상시험 분야 외부 전문가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내부 관계자 4명도 동석한 검증 자문단 회의는 결론적으로 셀트리온의 중화항체 치료제 레그단비맙의 조건부 품목허가 권고를 결정했다.
3단계로 진행되는 외부 자문에서 다음 단계인 중앙약심의 문턱은 높다. 일례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 파미셀, 강스템바이오텍 등의 줄기세포치료제 다수가 중앙약심 자문 단계를 넘지 못했다. 국내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득한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은 셀트리온의 중화항체 레그단비맙이 1호 조건부 품목허가 치료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면 식약처가 미국 FDA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FDA는 지난해 11월 리제네론의 이중 중화항체 카시리비맙/임데비맙(casirivimab/imdevimab) 칵테일 요법의 긴급사용승인(EUA) 신청을 받아들였다. 임상2상의 결과를 토대로 리제네론 칵테일 요법은 경증에서 중등증의 성인 환자와 최소 연령 12세 이상, 최소 체중 40kg, 코로나19 양성 판정과 중증진행 및 입원여부 고위험도의 소아 환자를 치료하는 용도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셀트리온과 리제네론 양사 각각의 임상2상 결과를 놓고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와 FDA의 긴급사용 '승인' 절차라는 인허가 당국 입장의 크나큰 차이가 존재한다. EUA은 'Emergency Use Authorization'의 약자로 알파벳 'A'는 허가(approval)가 아닌 승인(authorization)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FDA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치료제의 경우 조건부이던 최종이던 어떠한 형태의 허가를 정식으로 받지 못한 의약품으로 단호하게 못박고 있다. '허가'라는 단어의 사용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모든 임상시험 절차를 마친 것처럼 오인될 수 있기에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상황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는 기허가 의약품 등 대체 수단이 없는 경우 FDA 총괄국장은 미허가 의약품의 긴급 사용, 또는 기허가 의약품의 용도 외 긴급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FDA 공식 입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리제네론 치료제도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유효한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로 무장한 임상 3상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더라도 FDA의 허가는 결코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 단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유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 리제네론 치료제는 미허가 사용 승인을 받았고, 이와 마찬가지로 셀트리온 치료제도 식약처로부터 미허가 사용 승인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미허가 사용 승인'을 '조건부 허가'라고 포장하고 있다. '미허가'와 '허가', ‘승인’과 ‘허가’는 법적으로도 또한 시장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도 극과 극의 차이라는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의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