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제약사, 외국에서는 제약산업 발전해도 존치"
입법조사처 해외 정책 조명…희귀필수약센터·질병본부 기능 강화 제언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8-31 06:30   수정 2018.08.31 06:55
입법조사처가 외국의 '국영제약사(공공제약사)' 운영사례를 들어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시사했다.

다만, 국내 필수약 안정공급에서는 공공제약사를 답으로 직접 제시하지는 않고, 희귀필수의약품센터·질병본부 기능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지난 30일 '이슈와 논점-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정책 현황 및 개선 과제-'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나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의 경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하면 환자가 안게될 피해가 막심하고 대안이 없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해 최근 문제가 됐던 게르베코리아의 조영제 '리피오돌' 사례가 대표로 소개됐다. 

김 조사관은 "게르베코리아 공급중단 선언 당시 정부는 대체 제네릭 개발 여부를 조사하고, 대체약이 있다면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생산·공급중단에 방점을 둔 대응방식은 적극적·사전 대책과는 차이가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자료에서는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서울대가 연구해 발표한 '의약품 생산 및 공급의 공공성 강화방안(양봉민 외)'을 인용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사례를 소개해 국영제약사 운영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네덜란드 식민지시절 설립된 키미아 파마(Kimia Farma)를 포함해 4개 국영제약사가 있다. 3개사가 제네릭을, 1개사가 백신을 담당하는데, 국영제약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30%이며 국영제약사 이윤은 원가의 2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한다.

태국은 보건부 감독하에 유일한 국영제약사로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를 두고 있다. 1966년 설립된 GPO는 HIV/ADIS 치료제,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 및 희귀의약품, 해독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익금은 희귀약 생산 및 대유행 상황시 의약품 생산 등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점유율은 태국 제약 시장의 약 3.2%(매출규모 9위)이다.

김주경 조사관은 "이들 국가는 주로 중위소득국가로 국영제약사가 설립되던 당시 경제·사회발전 수준이 낮고, 그에 따라 감염성 질환이 만연했다"며 "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약가가 구매가능 기준을 넘어 국민 의약품 접근성이 심각하게 저해됐기 때문에 국영제약사는 효율적 방안이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들 국가에 국영제약사가 설립된지 이미 수 십년이 지났고, 자국 산업 기반도 발전했지만, 여전히 국영제약사가 필수약 생산·공급을 담당하고 있다"며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회 부담은 감소됐지만, 새로운 감염성 질환(HIV/ADIS 등)과 비감염성 질환부담이 증가되고 있어 국가 책임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경 서기관은 최근 입법발의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는 공공제약사 설립 추진에 대한 현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서기관은 "2017년 7월 권미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필수약 공급안정화를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을 제정 취지로 표명했다"며 "필수약의 자급자족을 달성해 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막대한 국가재정을 제약사 설립에 투입해 직접 생산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라며 "경쟁력이 낮은 국내 제약산업계를 고려해 민간기업의생산기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경 조사관은 해당 이슈를 정리하면서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과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가에 있다"며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및 질병관리본부의 기능(감염병 백신 비축, 공급 중단 위기에 있는 의약품 수입, 위탁 생산 지원 등)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환자단체·시민단체의 요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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