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키성장 건강기능식품, '제2의 백수오?'
기능성원료 신청 시 제출한 보고서, 논문 짜집기, 부실논문 인용 논란
최재경 기자 cjk0304@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5-09-14 09:45   수정 2015.09.14 10:23
백수오와 비슷한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건강능식품의 원료로 사용해 문제가 됐던 백수오 파동에 이어, 어린이 키성장 건강기능식품이 원료관련 부실 논문을 인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동익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HT042 H황기추출물등복합물 기능성 원료 인정자료와 임상시험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기능성 원료에 함유된 '한속단’이 그와 이름이 유사한 ‘천속단’과 엄연히 다른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두 식물이 유사한 것처럼 근거자료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가 식약처에 제출한 'HT042 임상시험 보고서' 저신장 성장기 어린이에서 속단, 황기, 자오가 추출물 함유제품의 키 성장 유효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2009.3)
에 따르면 원재료인 속단을 소개하면서 “속단의 기원식물은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중국에서는 산토끼꽃과의 천속단의 뿌리를, 한국에서는 꿀풀과의 뿌리를, 일본에서는 국화과의 Cirsium 속 식물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세 가지 식물이 모두 속단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이 부분은 한 박사학위 논문 속단 활성 성분이 일차 배양한 치조골모세포의 골형성에 미치는 영향. 원광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박사논문 2004을 인용한 것인데, 문제는 이 논문의 해당 부분이 잘못된 인용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박사학위 논문은 '속단(Phlomis Umbrosa) 뿌리의 Iridoid 성분에 관한 연구' 등 다른 논문을 인용한다. 이 논문의 문맥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식물 분류학상 과와 속이 다른 중국산의 천속단과 한국산의 한속단이 모두 ‘속단’이라 하여 유통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두 식물이 다르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박사학위 논문은 두 식물이 다르다는 내용은 뺀 채 앞부분만 인용했고, 이 박사학위 논문을 다시 'HT042 임상시험 보고서'가 인용함으로써 마치 천속단과 한속단이 같은 것처럼 기원식물 설명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발생시킨 것이다. 기능성 원료 신청서도 마찬가지로 한속단의 학명을 기재하고, 서술 내용은 천속단의 효능을 기술하는 등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천속단은 산토끼과 식물로 속단의 정품이며 국내 유통품도 대부분 천속단인데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한속단은 꿀풀과 식물이며 잎과 뿌리가 식용 및 약용 가능하다. 

효능 또한 달라 천속단은 골밀도 증가 , 골다공증 보호 뼈형성 증대 효능이 있는데 반해 한속단는 함염증이나 알러지 질환 개선에 효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러 자료에서 표기하고 있다. 

결국 항염증이나 알러지 질환 개선에 효능을 가지고 있는 ‘한속단’을 마치 ‘천속단(골밀도 증가, 골다공증 보호, 뼈형성 증대 효능)’과 같은 식물인 것처럼 논문을 인용하여, ‘한속단’이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그 효능을 둔갑시킨 것이다.

식약처가 제출한 'HT042 기능성 원료 인정 관련 건강기능식품 심의위원회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심사위원 10명 모두 수정·보완 요구 없이 기준 규격,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만장일치로 기능성 원료 허가를 내줬다. 

이에 최동익 의원은 "업체가 제출한 심사 자료를 얼마나 전문적으로 검토했는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한다. 

당시 심의에 참여한 10인 위원을 살펴본 결과, 한의학 전문가는 한의대 교수 1명뿐이었고 식품영양학, 수의과학 전문가 등으로 채워져 혼동하기 쉬운 약재나 전문자료에 대한 조언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동익 의원은 “백수오 사태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키성장 기능성 원료 심사과정에서도 혼동하기 쉬운 약재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기본적인 문헌 자료 검토과정에서조차 이렇게 심각한 오류를 확인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이 건강기능식품을 믿고 사 먹을 수 있겠나? 기존 심사한 HT042 심사 자료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질타했다.

또“앞으로 기능성 원료 범위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심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평가 인력이 다양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능성원료 심사 시 원재료 특성에 맞는 심의위원을 구성하여 심도 깊은 심사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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