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꽉 막힌 코와 냄새 나는 누런 콧물. 이는 축농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이 전혀 없어도 축농증일 수 있다.
만성적인 두통이나 특별히 이마 쪽이 아픈 증상, 혹은 사물의 초점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2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 등도 축농증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신경과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MRI 등의 검사를 해보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의외로 코가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성적인 두통으로 고생한 직장인 박 모씨(35세, 남)도 이 같은 경우다. 두통뿐만 아니라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사물이 잘 안보이고 초점이 흐릿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신경과 검사에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단순히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머리 쪽 CT를 찍고 나서야 원인을 찾았다.
코 뒤쪽의 빈 공간인 접형동에 생긴 물혹이 주변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 이는 축농증의 일종으로, 박 씨는 수술로 물혹을 제거하고 증상이 호전됐다.
축농증은 콧속 빈공간이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질환을 말한다. 그런데 부비동은 하나의 공간이 아니다. 부비동은 코 속 4개의 공간을 총칭하는 것으로 좌우가 쌍을 이루고 있다.
광대뼈 안에 있는 ‘상악동’이 제일 크고 여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밖에 미간을 중심으로 한 앞이마 안쪽의 ‘전두동’, 콧등과 눈 사이에 벌집모양으로 되어 있는 사골동, 코의 맨 뒤쪽 뇌 바로 아래에 있는 ‘접형동’ 등이 있다.
축농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물론 코 막힘과 누런 콧물로, 코 막힘 때문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염증이 생긴 부비동의 위치에 따라 축농증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시각 이상과 이마 부위의 두통이다. 코 막힘이나 누런 콧물 등의 동반 증상이 전혀 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축농증 가운데서도 누런 콧물이나 코 막힘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가 ‘접형동’에 생긴 축농증이다. 주요 증상은 만성적인 두통과 사물의 초점이 흐릿하거나 2개로 보이는 복시현상이다.
접형동은 4개의 부비동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뇌와 가깝고 주변에 많은 신경이 지나고 있어 여기에 물혹이 생기면 안구를 움직이는 신경이나 시신경을 압박해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접형동에 생긴 축농증은 내시경을 통해서도 발견하기 힘들어 CT촬영 등 영상검사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물혹이 생긴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한다.
요리사인 김 모 씨(32세, 남)는 가끔씩 이마 쪽에 두통을 느꼈지만 스트레스 탓으로 여기고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두통이 점점 심해져 진통제를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후각과 미각까지 떨어진다고 느껴 이비인후과를 찾게 됐다. CT 검사 결과, 앞쪽 이마에 위치한 전두동에 축농증이 생긴 것이 발견됐다.
이렇듯 이마 쪽에 축농증이 생겼을 때도 두통이 나타난다. 이를 전두통(前頭痛) 축농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앞쪽 이마에 통증이 느껴지며, 비행기를 타거나 잠수를 할 때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는 급격한 압력의 변화 때문이다.
물은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대략 1기압씩 증가하는데 이는 코 안의 부비동에 영향을 미친다. 잠수를 하면 수중 압력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압력의 급격한 변화로 전두동의 음압이 커져 축농증이 있을 경우 두통이 생기거나 안면이 뻐근한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축농증이 있다면 가급적 잠수를 삼가는 것이 좋다. 전두통 축농증일 경우 두통 외에 후각과 미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축농증은 우선적으로 3~4주 정도 약물 치료를 실시한다. 일반적인 축농증의 경우 90% 이상은 약물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물혹이 생겨 주변 신경을 압박하는 등의 문제가 있거나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축농증의 경우 수술로 치료한다.
보통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는데, 별도의 피부 절개 없이 비강 내로 내시경을 넣어 병증이 있는 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물혹이나 변성된 점막을 제거해 준다.
(도움말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이용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