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링푸라우 환골탈태 전략 추이 '예의주시'
아직은 낙관도 비관도 시기상조 평가 따라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8-08 19:55   수정 2006.08.11 15:36
▲ 프레드 핫산 회장
기업 환골탈태 전문가(turnaround specialist)!

쉐링푸라우社를 이끌고 있는 프레드 핫산 회장(60세)에게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이다.

핫산 회장 자신도 "나는 천성적으로 일만 잔뜩 벌려놓은 뒤 슬그머니 치고 빠지는 부류의 사람은 못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핫산 회장이 지난 2003년 봄 쉐링푸라우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을 때 그는 앞으로 6~8년에 걸쳐 획기적인 환골탈태 전략을 실행에 옮길 것임을 공표했었다.

어느덧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핫산 회장에 대한 평판은 적잖이 엇갈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연 쉐링푸라우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를 묻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 고무적인 징후들이 하나 둘씩 눈에 띄고 있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여섯 분기 동안 다섯 분기에서 이익을 창출했을 뿐 아니라 올해 2/4분기에도 2억5,9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주가가 6% 이상 뛰어올랐을 정도.

2004년까지만 하더라도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성적표를 손에 쥐어들 수 있었던 셈이다.

사실 핫산 회장이 화이자社의 인수가 확정되었던 파마시아社를 떠나 처음 부임할 당시 쉐링푸라우社는 한치 앞이 불투명한 혼돈 속에 빠져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간판품목이었던 블록버스터 항알러지제 '클라리틴'(로라타딘)이 지난 2002년 12월 미국시장에서 특허만료됨에 따라 한해 30억 달러의 매출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는가 하면 FDA로부터는 공장시설 개선명령이 떨어졌고, 리차드 제이 코건 전임회장의 지분소유와 관련해 증권감독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의료보장(Medicaid) 의약품 공급 문제로 정부로부터 또 다른 조사의 대상에 오르면서 거액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특히 '클라리틴'의 매출급감은 쉐링푸라우를 한 동안 자금난에 직면케 했다.

그러나 당시 핫산 회장은 이사회의 조언을 수용하지 않았다. R&D 투자비를 줄이고 연구개발 담당인력을 감축하는 대신에 배당금을 삭감했던 것. 배당금을 깎는 일이 금기시되어 왔던 제약업계의 현실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게다가 핫산 회장은 제약업계의 관행을 따라 상여금 40%·월급 60%로 구성되어 있던 영업인력의 임금구조에 메스를 들이대는 또 한번의 파격을 단행했다. 상여금의 비율을 25%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던 것이다.

그 같은 조치는 영업인력의 대거이탈을 가져왔던 데다 엄청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핫산 회장은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기퇴직 유도 등의 방식으로 총 3,100여명에 달하는 재직자 감원, 6명의 임원 교체, 회사 비행기 2대 매각처분, 임원전용 식당 폐쇄, 임원 상여금 삭감 등 뼈를 깎는 비용절감 조치를 과감히 실행에 옮길 때에도 매한가지였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47년만에 처음으로 임직원들에 대한 15% 이익 배분 프로그램의 유보를 단호히 결행했다. 자신의 개인돈 470만 달러를 아낌없이 투자해 회사주식을 사들이기까지 했다.

파키스탄 출생으로 런던大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大 경영대학원을 마친 핫산 회장은 지난 1972년 스위스 산도스社에 입사한 이래 단 한 시도 제약업계를 떠난 적이 없는 인물이다.

1995년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社(현재의 와이어스社)의 부회장과 1997년 파마시아&업죤社의 CEO, 2001년 파마시아社 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핫산 회장에게는 언제부턴가 환골탈태 전문가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파마시아社에 재직할 당시 몬산토社와 통합을 단행하면서 블록버스터 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를 확보했던 것은 단연 도드라져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핫산 회장이 좀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어야 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콜레스테롤 저하제 '제티아'(에제티미브)와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 등 2개 제품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갈수록 톤을 높여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티아'와 '바이토린'의 파트너인 머크&컴퍼니社가 지난해 12월 잠재적 경쟁상대로 예상되는 2개의 후보신약을 개발 중임을 공개한 데다 양사의 제휴조건 또한 머크측에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클라리틴'의 특허만료 후 뒤를 이을 후속신약의 개발이 순조롭지 못한 현실도 고민거리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핫산 회장 자신도 지난 3월 연례 주주총회 석상에서 C형 간염 치료제, AIDS 치료제, 심장병 치료제 등 유망 신약후보물질들의 초기단계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음을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표시했지만, 최근 가졌던 한 인터뷰에서는 막바지 단계까지 진전된 기대주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음을 인정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쉐링푸라우의 환골탈태 전략이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함을 핫산 회장이 시사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후 쉐링푸라우가 유망신약을 보유한 소규모 제약기업 또는 바이오테크놀로지 메이커를 인수하거나, 라이센싱 제휴를 통해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는데 적극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핫산 회장이 선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는 쉐링푸라우號가 앞으로 순항을 거듭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난항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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