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링 인수戰, 바이엘 '백기사' 머크는 白旗
머크 포기선언으로 바이엘-쉐링 탄생 가시화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3-27 15:46   수정 2006.03.27 17:57
바이엘은 백기사(白騎士), 머크 KGaA는 백기(白旗)...

쉐링 AG社를 놓고 인수戰을 펼쳤던 바이엘社와 머크 KGaA社의 힘겨루기가 바이엘측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바이엘측이 23일 한 주당 86유로(103달러)·총 163억4,000만 유로(195억7,000만 달러)의 백기사格(white knight) 조건을 제시한 것과 관련, 머크측이 이튿날 발표문을 내놓고 "합당치 않은 조건이므로 상향조정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겠다"며 적대적 인수의사 철회를 선언했기 때문.

머크측은 지난 12일 한 주당 77유로(92.4달러)의 적대적 인수案을 제시했었다.

이날 머크 KGaA社의 미카엘 뢰머 회장은 "쉐링측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양사 모두에 윈-윈 결합이 될 수 있었을 것으로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도 발을 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머크로선 명실공히 글로벌 톱-클라스 제약 메이커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접은 셈.

반면 바이엘측에게도 쉐링 인수를 통해 세계 굴지의 처방약 메이커로 우뚝 올라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엘社의 베르너 베닝 회장은 지난 2002년 부임이래 줄곧 세계무대를 호령할 수 있는 빅 메이커로 재도약을 원한다는 희망사항을 공표해 왔던 장본인이다. M&A가 마무리지어질 경우 바이엘-쉐링 파마슈티컬스社로 명명될 것으로 알려진 새 회사는 한해 90억 유로(108억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리면서 세계 랭킹 12위로 뛰어올라 '톱 10' 진입이 가시권 안으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지난 2001년 리콜된 블록버스터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세리바스타틴)로 인해 드리워졌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낼 수 있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바이엘-쉐링이 출범하더라도 당장 유망신약을 확보하는 데는 험로가 예상된다"며 빅딜의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로 블록버스터 드럭의 존재를 요구했다. 일부 항암제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등의 분야에서 도약이 예상되고, 세계 최대의 피임제 메이커로 자리매김이 기대되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도 2% 부족하다는 것.

당장 눈에 띄는 제품은 바이엘측이 최근 FDA로부터 허가를 취득했던 신장암 치료제 '넥사바'(Nexavar; 소라페닙)과 막바지 임상이 진행 중인 항응고제 후보신약, 쉐링측이 다발성 경화증 적응증 확대를 강구해 왔던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캄파트'(Campath; 알렘투주맙) 정도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바이엘의 처방약 부문이 쉐링 제품을 추가하더라도 상대적 잣대로 보면 여전히 중량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경쟁사들이 처방약 부문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비 핵심 사업파트를 분리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반면 바이엘은 사업체제를 OTC 부문과 화학·폴리머 부문, 농화학 부문 등 분할한 다탄두 전략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베닝 회장은 24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사업 다각화전략이 처방약 파트에 대한 소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현 체제를 고수할 방침임을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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