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의 과다체중자 수가 줄잡아 10억명을 상회하고 있으며, 비만 인구수는 3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오는 2015년에 이르면 그 숫자가 15억명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효과적인 체중감소제가 발매되어 나올 경우 시장볼륨이 비대할 것임을 시사하는 수치들인 셈.
그런데도 아직까지 체중감소제 시장은 홀쭉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양대품목인 로슈社의 '제니칼'(오를리스타트)와 애보트 래보라토리스社의 '메리디아'(또는 '리덕틸'; 시부트라민)조차 2004년 매출이 각각 4억6,000만 달러와 3억 달러 남짓에 그쳤을 정도.
이들 중 '제니칼'은 일부 복용자들에게서 복통, 복무팽만감, 갑작스런 변의, 유성(油性) 배설물 등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으며, '메리디아'도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음이 언급되고 있는 형편이다. '제니칼'은 지방의 체내 흡수를 저해하는 타입의 체중감소제이고, '메리디아'는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
그러나 이처럼 삐쩍 곯았던 체중감소제 시장에도 바야흐로 살이 붙어오를 조짐이 역력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유망신약들이 속속 개발 중이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기 때문.
첫 테이프를 끓을 선두주자로는 단연 사노피-아벤티스社의 '아콤플리아'(리모나반트)가 손꼽히고 있다. 체중감소제로는 올해 안(빠르면 2월 초)에 FDA의 허가취득이 예상됨에 따라 최초의 블록버스터 드럭으로 발돋움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한해 최대 30억 달러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예측을 내놓는 애널리스트들도 없지 않을 정도다.
'아콤플리아'는 음식물을 섭취할 때 뇌로 전달되는 포만감 소식(消息)을 차단해 소식(小食)을 유도하는 기전을 지닌 약물이다. 그렇다면 금연보조제와 메커니즘이 동일한 약물인 셈.
머크&컴퍼니社와 화이자社,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 등도 '아콤플리아'와 동일한 기전의 체중감소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州 샌디에이고에 있는 아레나 파마슈티컬스社(Arena)와 영국 캠브리지 소재 앨리자임社(Alizyme)는 이들과 메커니즘이 전혀 다른 체중감소제 후보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경우 지난 2004년 7월 로슈측으로부터 '제니칼'의 미국시장 발매권을 확보했었다. 글락소측은 이달 말경 '제니칼'의 저용량 제형에 대한 FDA 자문위원회의 허가권고 결정이 나올 수 있을 예정이라며 결과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제약전문 컨설팅업체 이밸류에이트 파마社의 조나산 드 패스 회장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총 26개의 체중감소용 신약후보물질들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고,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들도 32개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당뇨병 치료제로 발매되고 있는 약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체중감소 용도로도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드 패스 회장은 '아콤플리아'의 경우 한해 최대 50억 달러대 초거대품목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콤플리아'의 임상시험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벨기에 앤트워프大 부속병원의 뤽 반 가알 교수는 "비만이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2형 당뇨병, 호흡기계 질환, 암 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는 이를 퇴치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차 체중감소제 분야가 유망시장으로 살을 찌울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의 단언.
한편 일각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체중감소제의 개발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말의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존의 체중감소제들이 효과는 미미하면서 부작용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전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라는 것.
가령 '펜-펜'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와이어스社의 '폰디민'(펜플루라민)과 '리덕스'(데스펜플루라민) 복합제가 심장판막 부작용의 돌출로 회수조치된 바 있음을 상기해야 하리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차세대 체중감소제를 먼저 선보이려는 제약기업들의 아낌없는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야흐로 '비만과의 전쟁'에 청신호가 울릴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