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바이옥스'(로페콕시브)에 대한 회수결정을 내릴 당시 절대다수의 학자들과 외부 전문가들은 동의를 표시하지 않았다."
머크&컴퍼니社의 알리스 레이신 임상연구 담당 부회장이 6일 텍사스州 휴스턴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공개한 증언의 요지이다. 레이신 부회장은 "18개월 이상 '바이옥스'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심장병 또는 뇌졸중 발생률이 2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직후 갑작스럽게 리콜이 결정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레이신 부회장은 "당시 '바이옥스'를 리콜하기보다는 제품라벨 표기내용의 일부 변경을 전제로 계속 발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음에도 불구, 지나치게 신중한(conservative)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이신 부회장은 이날 자신은 '바이옥스'가 심장마비를 유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에블린 어빈 플런킷 부인이 자신의 남편이었던 리차드 디키 어빈이 지난 2001년 요통 치료차 '바이옥스'를 복용하기 시작한 후 한달여 만에 예기치 못했던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머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열린 것이다.
어빈 케이스는 총 7,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바이옥스' 관련소송의 하나.
지난해 재혼한 플런킷 부인은 5일 있은 심리에서 "당시 53세였던 前 남편은 대학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건강했던 데다 평소 운동량이 많았고, 31년 가까이 병치레 한번 안한 강골이었다"며 "남편에게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은 '바이옥스' 때문이었으며, 머크측은 안전성 문제에 대한 고지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바이옥스'의 제품라벨 표기내용 중 심장마비·뇌졸중 발병위험성 증가와 관련된 내용이 삽입된 것은 지난 2002년의 일. 플로리다州에서 수산물 공급업자로 일하던 어빈 씨가 사망한 후 1년 가까이 경과한 뒤의 시점이었다.
머크측은 이날 심리에서 "비록 회수조치된 약물이기는 하지만, '바이옥스'는 복용을 시작한 후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눈에 띄지 않았다"며 "정황으로 볼 때 어빈 씨에게서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은 '바이옥스'를 복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동맥파열로 인해 플라크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레이신 부회장도 "지난 2000년 도출된 한 연구결론에서 '바이옥스' 복용群의 심장마비 발생률이 나프록센 복용群에 비해 5배까지 높게 나타났지만, 후속연구에서 '바이옥스'가 심장마비를 유발한다기보다 나프록센이 아스피린과 마찬가지로 심장마비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회사측을 두둔했다.
'바이옥스' 복용群과 나프록센 복용群 사이에서 나타난 심장마비 발생률 차이도 이 같은 사실에서 비롯된 일종의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것. 레이신 부회장은 뒤이어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바이옥스' 복용群의 심장마비 발생률이 플라시보 복용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머크측이 적절한 시점에서 제품라벨을 변경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레이신 부회장은 "매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의식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엔 '바이옥스'의 심장마비 유발가능성 자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머크측이 FDA의 제품라벨 변경권고를 곧바로 수용하지 않았던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州 로스앤젤레스에서 류머티스 전문의로 일하는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바이옥스'가 다른 항염증제들보다 심장마비를 유발할 가능성이 특별히 높음을 명백히 입증한 자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바이옥스' 복용을 통해 얻어질 효과가 위험성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바이옥스'는 구형(舊型) 항염증제들과 달리 출혈성 염증이나 위장관계 부작용을 수반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실버 박사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