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연구소(NCI) 앤드류 폰 에센박 소장은 준비된 외과의사 출신이자 종양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게다가 그 자신이 암을 극복한 의지의 인물인 만큼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FDA의 레스터 크로퍼드 커미셔너가 전격사임한 직후 '코드인사'로 최근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후임자로 임명된 에센박 박사와 관련, 미국 제약협회(PhRMA)의 빌리 타우진 회장이 제약업계의 입장을 담아 내놓은 발표문의 골자이다.
크로퍼드 커미셔너는 지난 23일 특별한 사유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물러났었다.
그러나 제약업계 내부적으로는 크로퍼드 커미셔너의 전격적인 사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FDA가 확고한 리더십과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생명공학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단체인 BIO(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의 애미트 새드체프 부회장은 "FDA 본연의 성격과 업무영역, 책임범위 등을 감안하면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만큼 커미셔너의 전격교체는 도움이 안되는 조치"라고 평가절하했다. 새드체프 부회장은 한때 FDA에 몸담았던 장본인.
의료기기 메이커들의 대표단체인 AdvaMed의 스티븐 어블 회장 또한 "확고한 리더십이 유지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라며 수긍키 어렵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어블 회장은 "에센박 커미셔너가 임기를 보장받는 가운데 안정되게 소임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바티스社의 마티아스 허클호벤 법무담당 부회장도 "에센박 커미셔너에 대한 인사가 응급조치적 성격을 띈 것으로 보인다"며 "FDA가 하루빨리 안정적인 리더십에 의해 운영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그러고 보면 크로퍼드는 3년여의 임기 대부분을 '직무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재임한 비운의 커미셔너로 기록될 전망이다. 상원(上院)에서 논란 속에 추인을 얻어내 꼬리표를 떼어낸 것이 불과 두달 전의 일이기 때문.
크로퍼드 커미셔너는 재임기간 동안 제약업계와 적잖은 악연을 맺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의 재임기간 중 소아환자들의 항우울제 복용과 자살충동 유발의 상관성 문제라든가 회수조치된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의 심근경색 부작용 유무 등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군 논란이 줄을 이어 고개를 든 바 있다.
최근들어서는 이른바 '모닝 애프터 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응급피임제 '플랜 B'의 일반약 전환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지연으로 또 한번 뭇매를 맞아야 했었다.
한편 에센박 소장의 발탁은 일단 NCI 소장이라는 현직을 유지한 가운데 FDA까지 총괄토록 한 것이어서 '투잡스'를 묵인하는 인사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릭의약품협회(GPA)의 캐슬린 재거 회장은 "FDA 커미셔너의 교체가 제네릭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단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반응을 내보였다. 톱 클라스 제약기업들의 고위경영자급 인사들도 이번 인사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루덴셜 증권社의 다이안 더스튼 애널리스트는 "FDA와 NCI를 동시에 총괄토록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울 태세임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FDA가 최고의 과학자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조직인 만큼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의 의약품 허가 시스템에 큰 폭의 변화가 뒤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티그룹의 폴 헬드먼 애널리스트는 "에센박 박사가 제약산업 친화적인 인물로 사료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종양학 분야에 관한 한, 겸직문제만 해결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인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