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해 인플루엔자 시즌에 백신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져 몸살을 앓아야 했다.
사노피 파스퇴르社와 함께 양대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메이커인 카이론社(Chiron)의 영국 내 생산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당초 예정되었던 물량을 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그러나 올해 인플루엔자 시즌에는 그 같은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FDA가 신속한 심사절차를 거쳐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아릭스'에 대해 지난달 31일 미국시장 발매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백신에 대해 FDA가 신속심사 절차를 진행한 것은 '플루아릭스'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 글락소의 아만다 폴리 대변인은 "올겨을 미국의 인플루엔자 시즌에 800만 도스분 정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루아릭스'는 현재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발매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 그러나 글락소측은 지난 1992년 '플루아릭스'가 처음 발매될 당시 미국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진입했다는 판단에 따라 FDA에 허가신청조차 하지 않았었다.
FDA의 레스터 크로퍼드 커미셔너는 "지난해 겪어야 했던 공급난은 미국시장에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추가적인 발매가 필요함을 일깨워 줬다"고 지적한 뒤 "이에 따라 신속한 허가절차의 진행을 거쳐 '플루아릭스'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부의 마이크 레비트 장관도 "FDA가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다가오는 2004~2005년 인플루엔자 시즌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며 '플루아릭스'의 승인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레비트 장관은 또 "글락소와 같은 메이저 제약기업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하게 된 만큼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사태가 재발할 우려는 이제 불필요해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총 1억 도스분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카이론측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6,000만 도스분을 확보하는데 만족해야 했었다. 6,000만 도스분 가운데는 아직 FDA의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였던 '플루아릭스'까지 제한적 승인조치에 따라 120만 도스분이 포함된 바 있다.
한편 사노피 파스퇴르社는 올해 인플루엔자 시즌에 독일 드레스덴에서 생산된 총 6,000만 도스분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미국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존 에이브러햄 대변인은 "6,000만 도스분이라면 지난해보다 200만 도스분, 2003년보다는 1,000만 도스분이나 증가한 수준의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카이론社도 '플루아릭스'의 허가취득 소식이 알려진 것과 같은 날 "지난해 오염문제로 폐쇄되었던 영국 리버풀 소재 '플루비린' 제조공장이 FDA의 엄정한 조사를 거쳐 생산을 재개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카이론측의 발표는 올해 미국시장에 1,800~2,600만 도스분의 공급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