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노바르비탈·발프로산 선천성 기형 유의
임신 6개월 전부터 다른 항경련제로 대체 권고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6-27 19:31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이나 발프로산(valproate) 등의 항경련제들을 임신기간 중 복용할 경우 선천성 기형아가 출생할 확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들어 전문가들이 각별한 유의를 당부하면서 입을 모아 당부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페노바르비탈이나 발프로산을 복용 중인 여성들이 의사와 상의하지도 않은 채 복용을 중단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는 충고이다. 미국에서만 하더라도 수많은 여성들이 간질·양극성 우울장애 등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플로리다大 의대의 킴포드 메도 교수는 지난주 뉴욕에서 개최되었던 간질재단 보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메도 교수는 임산부의 항경련제 복용으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일반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보고회에서 발표를 가진 학자의 한사람이다.

이와는 별도로 핀란드 탐페레大의 미야 아르타마 박사팀은 14일자 '신경의학'誌 6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신 첫 3개월 기간 중 발프로산을 복용했던 여성들로부터 출생했던 아기들의 경우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공개했다. 즉, 선천성 기형아 출생률이 4.6%에 달해 대조群의 2.8%를 훨씬 상회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임신 중 항경련제 복용과 선천성 기형아 출생의 상관성은 그리 새로운 사실은 못된다는 지적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각별한 유의를 요망해 왔을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줄잡아 21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가임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매년 각종 항경련제를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치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일반의 인식은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궁 내부에서 페노바르비탈에 노출되었던 아기들의 경우 6.5%가 구개열(口蓋裂), 심장결함, 이분척추(중추신경계 장애의 일종) 등 중증의 기형을 지닌 채 출생했던 것으로 집계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도 교수는 "자궁 내에서 발프로산에 노출되었던 아기들의 경우 중증의 기형을 지닌 채 출생할 확률이 10.7%에 달해 다른 항경련제 노출群의 2.4% 또는 일반적인 기형아 출생률 2%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국에서 진행된 조사결과 자궁 내에서 발프로산에 노출된 아기들의 30%가 별도의 특수교육을 필요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평균적인 지능지수가 10~14 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

간질재단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임산부들은 '북미 항경련제 임신등록 사이트(www.aedpregnancyregistry.org)에 등록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간질재단측이 마련한 이번 보고회에서는 항경련제들이 수많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도 적잖이 부각됐다. 가령 발프로산이 발작성 간질이나 양극성 우울장애 등을 개선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 등이 강조된 것.

오히려 항경련제 복용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임산부와 태아가 모두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빈번히 언급됐다.

에모리大 의대 간질 프로그램의 책임자 페이지 페넬 박사는 "양극성 우울장애, 폭음 등의 증상을 빈번히 보이는 여성들이 항경련제 복용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것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므로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페넬 박사와 메도 교수는 "현재 미국의 임신사례 중 50% 가량이 사전에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일찍이 사춘기 무렵부터 조기에 항경련제 복용과 기형아 출산의 상관성에 대해 주지시키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한 항경련제를 권장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넬 박사는 "발프로산 이외의 다른 약물들이 듣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임신 6개월 전부터 다른 항경련제로 대체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싶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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