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CEO 끝내 사임, 후임자 내부승진
R. 클라크 공장장 발탁, 스타급 외부인사 영입 무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5-06 13:40   수정 2010.04.30 00:48
머크&컴퍼니社의 레이먼드 V. 길마틴 회장이 5일 결국 사임을 발표하고 물러났다.

  이날 머크측은 리차드 T. 클라크 공장장(59세)을 길마틴 회장의 후임자로 승진발령했다.

  머크측은 그러나 이사회를 이끌 회장직(chairman)의 경우 앞으로 최대 2년까지 공석으로 비워둘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룡급 하이테크 제조업체인 허니웰 인터내셔널社의 CEO를 역임했던 거물급 경영자 로렌스 A. 보시디를 차후 이사회를 주도할 '스리톱'의 한사람으로 영입해 보강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머크의 주가는 18센트 하락한 34.75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1972년 머크에 입사한 클라크 공장장은 메드코 헬스 솔루션社(Medco Health Solutions)가 지난 2003년 머크로부터 분사되기 전까지 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 소재한 머크의 생산부문을 총괄해 왔다.

  조기퇴진한 길마틴 회장은 의료기기 메이커 벡톤 디킨슨社의 최고경영자를 거쳐 지난 1994년 6월 머크에 회장 겸 CEO로 영입되었던 경영자. 당초 길마틴 회장은 2006년 정년퇴임할 예정이었다. 일단 2006년 3월까지는 이사회 고문직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주주와 애널리스트들은 머크측이 외부에서 지명도 높은 스타급 경영자를 영입할 것을 희망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클라크 CEO 내정자가 실무형(hands-on) 리더로 무난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리 획기적인(uninspired) 대안은 못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과 신약개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만큼 세계 최고의 제약기업 중 하나로 화려한 명성과 성공을 구축해 왔던 머크를 다시 본궤도 위에 올려놓을 최적의 적임자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오비메드 어드바이저스社의 트레버 폴리슈크 애널리스트는 "클라크 내정자가 과도기적 CEO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도이체 방크의 바바라 라이안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월街는 머크가 새로운 피를 수혈받기를 원했지만, 머크는 내부승진을 택했다"며 "아무래도 클라크 내정자의 역할은 머크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터닦기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클라크 내정자가 머크 내부에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펜하이머&컴퍼니 증권社의 스코트 헨리 애널리스트는 "머크가 외부에서 스타급 경영자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제안을 수락할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 클라크 내정자는 5일 가진 컨퍼런스 콜을 통해 혁신적인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당장부터 획기적인 개혁전략이 강구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클라크 내정자는 이날 "나는 머크에서 태어났고 자란 사람이며, R&D 분야의 성취(scientific excellence)만이 회사의 미래를 위한 보증수표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적인 성장 못지 않게 라이센싱 제휴를 통한 외적성장 등에도 사세를 집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머크가 라이센싱 제휴나 타 기업 인수를 통해 신약 또는 신제품을 확보하는데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못한 편이었고, 자체적인 신약개발에 치중해 왔음을 상기할 때 주목되는 언급인 셈이다.

  그 같은 전략 때문일까? 머크는 쉐링푸라우社와 손잡고 내놓은 복합제형 신약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마이브)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빅-셀러를 내놓지 못했던 형편이다.

  이에 따라 블록버스터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의 리콜 이후로 떨어진 매출을 만회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던 머크가 2007년경까지는 매출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심바스타틴)의 경우 내년부터 제네릭 제형들과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 머크號를 이끌 새로운 선장으로 선택된 클라크 내정자의 리더십에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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