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5년 차를 맞은 서울지역.
서울은 의약분업의 거센 격랑의 소용돌이 중간에 서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서있을 지역이다. 서울지역 만큼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엄청난 변화를 겪은 지역은 없을 것이다.
의약분업 시행이전에는 약국수가 6000여 개에 달했으나 분업이 시행된 후 2~3년 동안 점차 줄어들다가 현재는 분업 시행전의 약국 수에 점차 육박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서울 지역 약국가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대형약국과 동네약국의 몰락, 그리고 문전약국 개설의 문전성시이다.
분업 전에는 종로·영등포·동대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대형약국들이 호황을 누렸으나 의약분업이 시행된 현재 기존의 대형약국은 몰락 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자리에는 대형병원 인근의 문전약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업 1번지하고 지칭하는 곳은 종로·동대문·영등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시행된 후에는 약업 지도가 180도 바뀌었다. 분업 전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던 병원 옆에 약국들이 촘촘히 들어서고 있으며, 대형약국은 예전의 영화를 뒤로 둔 채 하루하루 살기 급박한 실정이다.
분업전 약업1번지 종로·영등포 쇠퇴
동네약국·대형약국 몰락세 급속
종로지역 등 분업 전에 대형약국들이 밀집해 있던 지역에는 의약분업전과 비교할 때 약국들이 10여개 이상 줄었으며, 약국이전을 모색하는 약국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의사는 진료, 약사는 조제'라는 취지아래 시행된 의약분업 상황아래서는 더 이상 가격경쟁만으로 약국경영을 하기 어렵기 때문.
이 같은 현상은 분업 전에 대형 약국가들이 모여 있던 대부분의 지역에 해당된다. 이들 지역의 약국들은 의약분업이라 거센 태풍에 휩쓸려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약분업의 거센 태풍은 대형약국뿐만 아니라 동네약국들의 존립기반까지 위태롭게 했다. 기존의 동네약국들은 임의조제와 일반의약품 판매를 병행하며 그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분업시행은 동네약국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의약분업 초창기 분업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부족으로 일반의약품도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해야 하는 것 인줄 알고 있는 환자들이 약국은 외면하고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분업이전에 그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했던 동네약국들은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됐으며, 이 같은 경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동네약국들의 상당수는 이전 개업을 했다.
약사회 측에 따르면 전체약국의 50%가량이 하루에 처방전 30여건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20%가량의 약국들이 전체 처방전의 50%이상을 수용하는 등 '처방전 수용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처방전 수용에 어려움을 느낀 약국들은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 상당수가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약국들이 경기도에 대거 약국을 개설했으며, 성남·수원·용인·광주·고양 지역에서의 약국 개설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병원·클리닉인근 약국개설 '문전 성시'
수도권 인근 지역 약국 이전 '뚜렷'
반면, 이들 지역으로 약국을 이전한 약사들이 많은 강북 지역과 강서지역은 약국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분업 이후 각광을 받은 지역은 대형종합병원이 개설돼 있는 지역이었다. 대형종합병원이 개설된 지역에는 어김없이 문전약국들이 성시를 이뤘으며, 클리닉 인근으로의 약국 이전은 가속화됐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의약분업 3년 차를 지나면서 약국들의 지도가 안정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전에는 처방전을 좇아 상당수의 약국들이 이전과 개업을 되풀이했지만 더 이상 약국을 개설할 만한 지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약국들이 신규로 개설할 지역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약국가의 경쟁을 더욱 치열해 졌다. 일반의약품 가격 경쟁은 물론 본인부담금 할인경쟁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일반의약품 가격은 분업이후에는 사실상 구입원가대로 받는 것이 고착화되었다. 처방전 수용에 어려움을 느낀 약국들이 환자 유치를 위해 일반의약품을 원가 또는 원가이하로 파는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분업 초창기에는 클리닉 인근에 위치한 약국들이 일반의약품을 구입원가에 판매했으나 점차 동네약국과 대형문전약국까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본인부담금 할인경쟁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약국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단골환자 확보차원에서 본인부담금의 일부를 할인해주고 있으며, 인근 약국들도 이 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 약국가의 지적이다.
한편, 처방전 수용에 의존한 약국경영이 심화됨에 따라 약국 권리금과 임대료는 처방전 수용량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회 측에 따르면 처방전 100건당 권리금이 1억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약국 권리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음에 따라 새로 개업하는 약사들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금과 임대료 등 약국 개설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억원 대의 자금이 필요함에 따라 신규약사들은 개업을 할 꿈은 꾸지 못하고 어느 정도 자금력이 있는 약사들만 이전하게 된다는 것. 신규약사들의 약국 개설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의 근무약사 고착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또 약국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 약사들 중 일부는 약국을 폐업하고 근무약사로 전직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