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데 매우 효과적임이 입증됐다."
사노피-아벤티스社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는 9일 미국 플로리다州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 심장병학회(ACC)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플라빅스'는 특허가 한창 도전받고 있어 주목받아 왔던 상황. 이 때문에 새로 공개된 연구자료는 또 다른 논란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유가 결코 미흡한 연구결과 때문이 아니라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뛰어난 혈관확장 효과에도 불구, 높은 가격부담 탓에 카테테르(catheter)를 시술받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플라빅스'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임을 이번 연구결과가 명확히 해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 '플라빅스'의 문제는 효능이나 안전성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닥터 레디스 래보라토리스社(Dr. Reddy's)와 아포텍스社(Apotex) 등의 제네릭 메이커들로부터 특허를 도전받고 있고, 이로 인해 피말리는 법정다툼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사노피와 BMS가 승소할 경우에는 별달리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패소한다면 '플라빅스'는 더 이상 블록버스터 드럭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금도 특허만료시점을 향해 초침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제품들과 관련해 제약기업들이 엄청난 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번 ACC 학술회의에서는 화이자社도 항고혈압제 '노바스크'(암로디핀)와 관련해 관심을 모을만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노바스크'는 내년에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
그렇다면 제약기업들은 도대체 무슨 죄로 추가적인 이익창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데다 연구결과가 주가(株價)를 크게 끌어올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수 백만 달러의 비용이 지출되기 십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제약기업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은 임상시험의 진행기간이 갈수록 장기화되고, 훨씬 더 복합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이자社만 하더라도 8일 ACC 학술회의에서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를 고용량(1일 80㎎) 복용토록 한 결과 심장마비·뇌졸중 발병률을 22%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요지의 연구논문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 연구만으로 '리피토'의 사망률 감소효과에 대한 확정적 결론을 도출하기엔 충분치 못하다는 반론이 고개를 들면서 갑론을박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학자들은 '리피토'의 사망률 감소효과 논란이 통계상의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후문에도 불구하고...
현재 화이자社가 개발 중인 또 다른 심장병 치료제와 일라이 릴리社가 진행하고 있는 같은 성격의 약물 역시 허가를 취득하기도 전에 산적한 걸림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심장병 치료법이 진보할수록 특정한 한가지 제품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관측이다.
임상시험 설계과정에 참여한 경력이 풍부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장병학자 스티븐 니센 박사는 "이제 한번 논란이 야기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줄잡아 10,000명에서 1만5,000명 안팎에 달하는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착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제약기업측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 밖에 없다고 니센 박사는 덧붙였다.
또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처럼 신약을 개발하는데 필수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 특허보호기간은 예전과 변함없이 그대로인 현실이라는 지적에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현재 제약기업들은 20년이라는 짧은 특허보호기간을 보장받고 있을 뿐이다. 미흡하나마 한 개의 신약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내용의 특허를 확보하는 전략에서 제약기업들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네릭 메이커들이 법정다툼에서 승소하면 6개월여만에 카피제품을 개발해 내고 있는 현실에서 그 같은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척박한 현실이지만, 제약기업들은 오늘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갖가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도 특허만료가 다가오고 있는 제품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제약기업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신약개발하고 임상시험은 땅파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