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社가 헨리 맥키넬 회장의 후계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제약기업인 화이자社의 이사회가 24일 3명의 부회장 승진인사를 승인했기 때문. 이날 결정은 이들 3명이 맥키넬 회장과 함께 4인 최고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다음주부터 효력이 발효된다.
이와 관련, 헨리 맥키넬 회장(62세)은 오는 2008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되어 있어 때 아닌 후계자 거론을 생뚱맞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맥키넬 회장의 측근인사 3명이 책임과 권한이 동등한 자리에 동시에 발탁된 것은 아무래도 후계자 간택을 위한 과정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화이자는 지난 1849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설립된 이래 12명의 회장이 거쳐갔지만, 아직껏 외부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 왔던 선례는 없었다.
이번에 승진된 3명의 후계자 예비후보들은 지금까지 처방약 사업부문을 총괄해 왔던 카렌 케이튼(56세), 최고 재무책임자(CFO)로 일해 온 데이비드 쉐드라즈(56세), 총괄고문(general counsel)을 맡고 있던 제프리 킨들러(49세) 등이다.
이 중 케이튼 부회장은 휴먼 헬스 사업부(Human Health)와 그룹경영 전반, R&D, 생산, 물류, 영업, 마케팅 등을 총괄케 된다. 입사년도는 1974년.
승진발탁으로 10년째 잡고 있던 CFO직에서 물러나게 된 세드라즈 부회장은 재무, 전략기획, 인사, 인포메이션 시스템 업무 등을 맡게 됐다. 지난 1976년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로 화이자에 들어 온 세드라즈 부회장은 1995년 당시 맥키넬 CFO의 후임자로 업무를 인수받았던 장본인이다.
맥도날드社에 재직하다 지난 2002년 스카웃된 킨들러 부회장은 대관·홍보 업무와 함께 정책분석, 인보사업 등을 맡는다.
HKS&컴퍼니 증권社의 헤만트 샤흐 애널리스트는 "화이자 이사회가 차후 3명 중 최고의 적임자를 차기회장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며, 그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성경영자인 케이튼 부회장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을 점쳤다. 그녀가 제약사업 부문을 총괄해 왔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화이자의 최고경영자는 마케팅·경영 부문에서 발탁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샤흐 애널리스트가 그 같이 예상한 이유.
반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社의 C. J. 실베스터 애널리스트는 "쉐드라즈 부회장이 선두주자"라고 단언했다. 최근 화이자의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예전과 달리 앞으로 4~5년간은 재무通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실제로 화이자는 현재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핵심제품들은 특허만료에 직면하고 있고, 후속신약의 개발은 그리 여의치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해 한해 1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간판급 거대품목들이 오는 2006년까지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화이자측은 이처럼 산적한 현안과 관련, 20억 달러 상당의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월 중 구체적인 플랜을 확정한 뒤 오는 4월 5일 애널리스트 미팅을 열어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