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장래에 북미와 유럽 양대륙에서 기존 처방약들의 OTC 스위치가 바야흐로 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의료비 절감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데다 제약기업들도 간판급 품목들의 라이프사이클 연장을 적극 모색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영국이 29일부터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의 OTC 제형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포문을 열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차기 OTC 스위치 대상으로 항고혈압제, 천식 치료제, 관절염 치료제, 체중감소제 등을 리스트에 올려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효의 발현 유무가 쉽사리 눈에 띄는 고초열·속쓰림 등의 급성 증상을 적응증으로 하는 약물들이 그 동안 OTC 스위치의 주된 대상이었음을 상기하면 다시 한번 눈길이 가게 하는 대목인 셈.
미국의 컨설팅기관 클라인&컴퍼니社의 로라 마헤차 헬스케어 담당 스페셜리스트는 "약가의 급등과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등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처방약의 OTC 전환이 세계 공통의 추세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도 OTC 스위치 붐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마헤차 스페셜리스트는 덧붙였다.
한편 영국은 OTC 스위치 문제에 관한 한, 시금석에 해당하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고 보면 영국의 의약품·의료기기 관리국(MHPRA)은 "차후 OTC로 전환되는 품목수를 현행 한해 5개 수준에서 10개로 늘려나가겠다"며 정책방향을 공개한 바 있다. 영국 왕립약학회(RPS)도 경구피임제, 체중감소제, 항고혈압제, 천식 치료제, 관절염 치료제, 항생제 투여를 필요로 하는 일부 감염증 치료제 등이 차례로 OTC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었다.
브래드퍼드大 약학부의 존 블레킨소프 박사는 "앞으로 1년 6개월 이내에 일부 항고혈압제들이 OTC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헤차 스페셜리스트는 한 술 더 떠서 "FDA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약무당국이 처방약의 OTC 전환을 지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환절차 자체를 간소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지적처럼 FDA는 최근 쉐링푸라우社의 항알러지제 '클라리틴'과 아스트라제네카社의 '로섹' 등 블록버스터 품목들을 OTC로 전환시켰다. 뒤이어 내년에는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들의 OTC 전환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OTC 전환은 영국에 비하면 한결 신중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영국과 달리 '약사 약'(pharmacy only)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
체중감소제도 OTC 전환이 적극 검토될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는 후문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가 며칠 전 로슈社의 '제니칼'에 대한 OTC 제형 발매권을 입도선매한 것도 그 같은 분위기를 간파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글락소측은 오는 2006년이면 '제니칼'의 OTC 전환이 허용되리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니칼'은 이미 호주에서는 OTC 전환이 승인된 상태이다.
처방약 메이커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OTC 스위치는 특허만료 이후 매출액 감소를 피해갈 수 있는 차선책이라는 맥락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레만 브라더스社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만 한해 총 5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각종 처방약들이 특허만료에 직면할 것으로 집계했다. 처방약 메이커들로서는 별달리 방도가 없음을 시사하는 통계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