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수면제의 일종이 퇴행성 신경장애 증상에 속하는 척수 소뇌성 실조증(spinocerebellar ataxia)을 완화하는데 일시적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로열 써리 카운티 병원의 랠프 클라우스 박사와 남아프리카의과대학의 마이크 사텍게 박사 공동연구팀은 29일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에 연구팀이 제시한 내용은 아직껏 척수 소뇌성 실조증을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되어 나오지 못한 것이 현실임을 상기할 때 주목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면제는 사노피-신데라보社가 발매 중인 '앰비엔'(Ambien; 졸피뎀). 국내시장에서는 '스틸녹스'(Stilnox)라는 이름으로 발매되고 있다.
연구팀이 척수 소뇌성 실조증에 대해 졸피뎀이 나타내는 효과를 관찰하는 의외의 시험을 진행키로 결정했던 것은 이 약물이 뇌 손상 등 다른 중추신경계 질환들을 개선했다는 연구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실조성 장애는 유전적 요인 또는 신경계 일부의 퇴행에 의해 유발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실조성 장애 환자들은 흔히 균형감각이나 신체의 조정능력 상실, 팔·다리의 약화, 발음이 불분명해지는 등의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美 국립실조증재단(NAF)에 따르면 실조성 장애에 수반되는 증상이 치유될 수 없는 데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처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20년 정도가 경과하면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美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NINDS)는 유전성 또는 산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실조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미국에만 줄잡아 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척수 소뇌성 실조증 증상을 보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환자 5명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들의 연령은 24세에서 49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였으며, 졸피뎀을 복용한 뒤 눈에 띈 증상개선도는 예외없이 일시적이고 그리 두드러진 수준의 것은 못되는 편이었다.
클라우스 박사는 "가령 49세의 한 남성은 증상이 다소(moderately) 개선된 정도였으며, 2년 전 증상을 진단받았던 24세의 젊은 여성은 미미한(slightly) 수준의 증상완화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반면 4년 전에 발병을 진단받았던 22세의 여성은 아무런 효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미국 텍사스大 의대 신경학교실의 테쓰오 아시자와 박사는 "신경안정제인 '부스파'(부스피론) 정도가 척수 소뇌성 실조증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약물이 개발되어 나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따라서 이번에 공개된 연구논문이 상당히 흥미롭고 평가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