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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신약개발의 경쟁력은 자체 모델 보유 여부보다 실험으로 검증된 분자 설계 성과와 신약 자산의 가치에 달려 있다. 제약사가 AI 기술을 도입할 때도 모델의 성능을 넘어 실제 실험 데이터와 신약개발 과정에서 창출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전문세션 'AI 신약개발, 빠름을 넘어 가치를 증명할 때(We All Have AI. Now What?: Building Real Value in AI Drug Discovery)'에서 패널토론이 이뤄졌다.
김한돌 베리에이셔널 AI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우상욱 팜캐드 대표, 박태용 갤럭스 공동대표, 쥐에 왕(Jue Wang) 인실리코 메디슨 글로벌 사업개발 총괄, 로랑 틸레망(Laurent Tillement) 캐나다 밀라 AI·헬스 파트너십 디렉터가 참여했다.
실험과 블라인드 테스트로 검증…AI 보유보다 차별화된 결과 중요
우상욱 대표는 AI 모델이 제시한 계산 결과와 실제 실험 데이터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팜캐드는 양자역학·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에 AI를 결합해 저분자 화합물을 설계하고, 협력 제약사가 합성과 효능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우 대표는 “자체 AI를 보유했든 외부 AI를 활용했든 최종적으로는 실험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실제 데이터가 누가 실질적인 AI 기술력을 갖췄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합성 가능성, 독성,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 친화도를 검증 항목으로 제시했다.
박태용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분자를 설계할 수 있어야 제약사 협력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특히 단백질 구조예측 성능평가 프로그램인 CASP처럼 미공개 실험 구조를 예측한 뒤 실제 구조와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객관적인 성능평가 방법으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AI를 활용하느냐 보유하느냐의 차이는 결국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객관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는 파트너에게 기술 경쟁력을 입증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실리코, 후보물질 35개 도출…소프트웨어부터 기술이전까지 사업화
쥐에 왕 총괄은 인실리코 메디슨이 비임상 개발 후보물질 35개를 도출했으며, 이 중 13개 프로그램의 임상시험계획(IND)이 승인되거나 효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한 7개 프로그램도 현재 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실리코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제공, 제약사와의 공동 신약 발굴, 자체 신약 자산의 기술이전이라는 세 가지 사업모델을 운영한다. 인실리코는 2025년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가운데 14곳과 협력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렌토서팁(Rentosertib)'은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왕 총괄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저분자 화합물 78개를 합성해 비임상 개발 후보물질을 도출했으며, 55번째로 합성한 화합물을 임상 후보물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표적 발굴과 분자 설계 과정, 임상 2a상 결과를 논문으로 공개했다.
왕 총괄은 “제약사가 자산 도입을 검토할 때 분자를 AI가 설계했는지 사람이 설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핵심은 데이터 패키지로, 어떤 결과를 확보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이 AI 모델 자체보다 신약 자산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표적 발굴 플랫폼 '판다오믹스(PandaOmics)'를 활용하면 기존 연구진이 약 2주간 수행하던 표적 검토에 대해 10분 만에 보고서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전문 연구진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더 심층적인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2상 실패, 설계 AI 책임인가”…가치평가 기준 논쟁
박 대표는 AI가 제약사가 요구한 결합 친화도와 개발 적합성을 충족하는 항체를 설계했더라도, 이후 임상 2상에서 실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구한 조건에 맞는 분자를 만든 AI의 문제인지, 처음 설정한 분자 특성이나 생물학적 가설의 문제인지 구분해야 한다”며 “각 AI의 가치는 해당 기술이 수행하는 역할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총괄은 새로운 표적을 겨냥한 신약이 잠재적 가치는 크지만 표적과 후보물질을 함께 입증해야 해 개발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GLP-1 수용체(GLP-1R)와 NLRP3 등 연구개발이 활발한 표적은 분자 자체의 차별성을 확보하면 기술이전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좌장 김 대표는 실제 임상 단계의 신약 자산과 AI 플랫폼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형성되는 문제도 제기했다.
로랑 틸레망 디렉터는 AI 기술의 성능을 평가하려면 연구진과 제약사가 검증의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연구진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접근하지만, 신약개발 현장에서는 생물학적 타당성과 실제 적용 가능성이 중요하다. 연구진의 데이터 접근성도 여전히 제약돼 있어 기술 검증을 위한 협력과 실험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틸레망 디렉터는 “검증이라는 말도 기업마다, 심지어 같은 기업 내부에서조차 의미가 다르다”며 “AI 연구진과 제약사가 무엇을 검증할지 공통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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