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협, 비대면 진료 '초진 7일 제한' 철회 촉구… "시행규칙 재검토해야"
초진 처방 7일 제한·동일 시도 규제·비율 상한 등 '3중 장벽'… "만성질환자 연쇄 피해 및 건강보험 재정 낭비 초래할 것"
현장 의료진 "비대면 진료는 취약계층의 유일한 생명줄… 전문성 존중해야"
김홍식 기자 │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22 11:20   
(왼쪽부터) 이슬 닥터나우 대외정책이사,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나만의닥터 공동대표, 이호익 솔닥 대표.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두고 원격의료 산업계와 의료 현장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오는 12월 24일 본격적인 법 시행을 앞두고 발표된 이번 시행규칙안이 초진 처방일수를 7일로 일률 제한하고 까다로운 재진 요건을 명시하면서, 지난 6년간 국민적 편익을 입증해 온 비대면 진료 제도를 사실상 사문화시킬 것이라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센터에서 '의료법 시행규칙안 재검토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 이호익 솔닥 대표, 장영중 굿닥 대표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현장 데이터에 기반한 규제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의 전향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비대면 진료를 받기 위한 최초 관문인 '재진' 요건이 비현실적으로 엄격해졌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일 의료기관 △6개월 이내 대면 진료 이력 △동일 증상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는 "10년째 같은 병으로 치료받던 고혈압 환자라도 이 세 요건 중 하나만 빠지면 행정적으로 초진으로 분류된다"며 "현재 전국 의과·치과·한의원 7만 2000여 곳 중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곳은 월 5000곳 미만에 불과해, 다니던 동네 의원이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환자는 무조건 다른 병원에서 초진 환자로 비대면 진료를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행정적 초진'으로 분류된 환자 앞에는 △초진 처방 7일 제한 △주소지와 동일 시·도 내 진료 제한 △의료기관당 비대면 진료 비율 30% 및 의사 1인당 월평균 500건 상한이라는 3중 장벽이 세워진다. 

특히 지역 제한과 관련해 선 대표는 "서울, 경기, 부산을 제외한 지방은 야간이나 휴일에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는 의원이 1곳 미만인 곳도 수두룩하다"며 "동일 시·도 내에서만 진료를 받게 묶어두면 지역 간 의료 공백과 편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계가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독소조항은 단연 '초진 처방일수 7일 제한'이다. 시범사업 기간 의료진의 판단하에 최대 90일까지 가능했던 처방이 7일로 대폭 축소되었으며, 치료 이력이 확인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단 1회 30일' 처방이 허용된다.

선 대표는 원산협 회원사 데이터를 근거로 획일적인 7일 규제의 모순을 짚었다. 그는 "비대면 처방의 1회 평균 처방일수는 34.7일이며,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90% 이상이 30일 이상의 장기 처방을 받고 있다"며 "반면 감기, 독감, 소아청소년과 질환 등 경증 급성질환은 이미 97~98%가 7일 미만으로 처방받고 있다"고 밝혔다. 즉, 7일 제한 규제는 오남용이 우려되는 급성질환이 아닌, 지속적인 복약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성질환자만을 정조준하는 역차별적 규제라는 것이다.

선 대표는 "한 달 치 약을 타기 위해 7일마다 반복해서 진료를 받게 되면 환자의 진찰료 및 조제료 부담이 급증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 확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단 1회 30일 예외' 조항을 확인할 행정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선 대표는 "환자가 1회 예외권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지원 시스템은 2028년에야 구축될 예정"이라며 "당장 올해 12월 법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은 확인 불가로 인한 혼란 속에서 중복 처방을 하거나, 행정 처분을 우려해 아예 비대면 진료를 과잉 거절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도 이어졌다. 선 대표는 "가장 유사한 환경인 일본의 경우 초진 7일 원칙이 있지만, 환자의 진료 기록이나 처방전 사본, PHR(개인건강기록) 등 의학적 정보가 확인되면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의사 재량에 맡긴다"며 "영국과 미국은 애초에 비대면 처방 일수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환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플랫폼 대표들은 행정 요건이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호익 솔닥 대표는 "제1형 당뇨병을 포함한 중증 당뇨병, 희귀 난치 질환자, 거동이 불편한 장기 요양 환자 등에게 비대면 진료는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 1차 의료기관과 연결될 수 있는 현실적인 첫 번째이자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방 횟수를 억지로 제한하면 환자는 치료를 중단하거나 쪼개기 진료를 반복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기존 진단과 처방 이력을 확인해 안전성이 입증된 환자라면, 의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적정 처방 일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영중 굿닥 대표 역시 "2024년 초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 당시,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한 주역이 바로 현장 의료진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었다"고 환기했다. 

장 대표는 "처음 만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고 해서 그 환자가 난생처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기간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환자의 기존 복용 기록을 확인하고 대면 진료 전환 여부와 처방 일수를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원산협은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안전성은 획일적 행정 처분이 아닌 의료진의 판단에 맡길 것 △실효성 없고 현장 혼란만 가중하는 '1회 제한' 규제를 폐지할 것 △처방 근거 기록 및 전송 의무화를 통해 플랫폼 IT 기술 기반의 실효성 있는 안전망을 구축할 것 등이다.

다가오는 12월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입법예고 기간 내내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산업계와 환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보건복지부의 최종 시행규칙안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제약바이오 및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영중 굿닥 대표.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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