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가 4분기 경기를 밝게 내다보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기업들의 경기 기대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 관세와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컸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업계가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다. 3분기 수출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4분기 글로벌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연말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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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BSI, 올해 내내 100 이상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41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4분기 제조업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4분기 화장품 업종 BSI는 120으로 전분기보다 20p 상승했다. BSI 지수는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전분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화장품 업종의 경기 전망은 대내외 변수에 크게 흔들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과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이어졌고, 4분기에는 미국의 소액소포 면세 폐지까지 겹치며 BSI가 69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화장품 BSI는 올해 1분기 121, 2분기 103, 3분기 100, 4분기 120을 기록하며 기준치 100 이상을 유지했다. 수출 시장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으로 넓어지고 전체 수출 규모도 빠르게 커지면서 대외 변수에 대한 업계의 자신감이 지난해보다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 전체 제조업 BSI는 86으로 화장품보다 34p 낮았다. 반도체가 139로 가장 높았고 의료·정밀 108, 조선 103, 제약·바이오 업종이 102를 기록했다. 100을 넘은 업종은 화장품 포함 총 5개로, 전 분기 1개 대비 늘어났다.
수출기업 BSI는 전분기 86에서 91로 5p 상승했다. 반도체·화장품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내수기업도 환율 안정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 완화로 78에서 85로 올랐다. 수출·내수기업의 경기 전망이 함께 개선된 것은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대한상의 강민재 경제정책팀장은 "일부 주력 업종의 호조와 수출·내수기업의 경기심리 개선으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가 두 분기 연속 상승했다"며 "기업 10곳 중 6곳이 영업이익 목표 미달을 예상하는 만큼 원자재 수급 안정과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등 기업 경영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분기 수출 강세…4분기 쇼핑 대목 기대
화장품업계의 높은 경기 기대는 3분기 수출 실적에 기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화장품 수출액은 13억51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37.8% 증가했다. 8월에도 13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52.1% 늘었다. 7~8월 수출액은 약 26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증가했다.
9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집계한 결과 9월 1~20일 화장품 수출액은 8억5685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1.6%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증가율은 50.8%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 증가가 전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7~8월 미국향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0%, 유럽향은 평균 95% 증가했다.
교보증권 권우정 연구원은 "지난 2년은 아마존 채널을 중심으로 커왔고, 행사 시즌 계절성도 컸다"며 "올해는 오프라인이 처음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유럽이 확대되는 해이고, 이에 따른 계절성도 크게 완화되는 해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3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같은 달러 매출을 올려도 원화 환산액이 줄어드는 만큼 수출 증가가 실제 매출과 이익 증가 폭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실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사는 광고비·판매수수료 등 현지에서 외화로 지출하는 비용의 원화 환산액도 함께 줄고,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ODM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에서다.
신한투자증권 박현진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분기보다 3분기에 화장품 수요가 더 좋다"며 "환율과 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있지만, 수요 증가에 따른 판매 확대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이교석 연구원 역시 "원화 강세 기조의 영향은 불가피하나 화장품 산업의 수익성 하락은 제한적"이라며 "3분기는 오히려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분기는 전통적인 쇼핑 성수기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빅딜데이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 대형 할인행사가 예정돼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미국 온라인을 넘어 현지 오프라인과 유럽 등으로 판매처를 늘리면서 연말 소비 증가가 브랜드 매출뿐 아니라 제조기업의 수주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와 운반비 및 유류비 상승 등 수출에 불리한 환경임에도 한국 화장품 수출은 하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하반기 쇼핑 시즌을 고려할 때 한국 화장품 수출은 꾸준히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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