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워싱 규제 본격화, 화장품도 적용
친환경 주장 기준 강화…기존 재고·온라인 문구까지 점검
김민혜 기자 │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29 05:00   수정 2026.09.29 05:38

유럽연합(EU)의 그린워싱 규제가 27일부터 본격 적용되면서 유럽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 기준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친환경, 그린 등 포괄적인 표현뿐 아니라 패키지 이미지와 지속가능성 마크, 탄소중립 주장까지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의미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함께 따지게 된다.

EU는 2024년 채택한 ‘그린 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Directive (EU) 2024/825)’을 지난 27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각 회원국의 국내법 전환 기한은 지난 3월 27일이었으며, 9월 27일부터는 각국 관할 당국과 법원이 표시·광고에 새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지침은 불공정상관행지침(UCPD)과 소비자권리지침(CRD)을 개정해 환경 주장과 지속가능성 라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그린워싱 규제가 화장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EU 시장에서 친환경·지속가능성 관련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기업이라면 표시와 광고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제품 성분 자체보다 소비자에게 환경적 특성을 어떻게 알리고 홍보하는지에 가깝다. EU 집행위원회는 시행을 앞둔 지난 22일 Q&A를 공개해 친환경 표현과 지속가능성 마크, 기존 재고 등에 대한 적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U 집행위원회가 2026년 9월 공개한 ‘그린 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Directive (EU) 2024/825)’ 관련 Q&A 자료. 이번 지침은 화장품을 포함한 소비재 기업의 환경·지속가능성 마케팅 문구와 표시 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European Commission


포괄적 환경 표현에 근거 요구

규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범위가 불분명한 환경 주장이다. △environmentally friendly △eco-friendly △green △climate friendly △biodegradable △biobased 등 제품이 환경적으로 우수하다는 인상을 주는 포괄적 표현은 기업이 해당 주장에 맞는 우수한 환경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무엇이 환경적으로 개선됐는지를 명확하게 특정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EU 집행위는 설명 없이 ‘climate-friendly packaging’이라고 쓰는 경우를 포괄적 환경 주장의 예로 들었다. 반면 ‘이 포장재 생산에 사용된 에너지의 100%가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됐다’처럼 범위를 특정한 표현은 포괄적 주장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어야 한다.

관련 설명은 제품 포장이나 온라인 판매 화면 등 같은 매체에서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포괄적인 문구를 크게 표시한 뒤 세부 근거를 별도 페이지나 찾기 어려운 위치에 제시하는 방식은 규제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화장품 기업이 사용하는 패키지 디자인도 점검 대상이다. 집행위는 녹색 잎이나 물방울 등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문구·로고와 결합될 경우 환경적 우수성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이나 파란색 배경, 나무·물·동물 이미지 역시 전체적인 표현과 배치에 따라 환경 관련 주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자연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나 색상만으로 포괄적 환경 주장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소비자가 제품의 환경적 특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브랜드명이나 제품명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에게 환경적 이점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표권으로 보호받는 명칭이라고 해서 소비자보호 규정의 적용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자체 마크·탄소중립 주장 제한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속가능성 마크에도 제약이 생긴다. 새 규정은 인증체계에 따라 검증되지 않았거나 EU 회원국 공공기관이 공식적으로 설정하지 않은 지속가능성 라벨의 사용을 금지한다.

브랜드가 만든 ‘eco’나 ‘green’ 배지 등이 제품이나 기업을 환경적 특성으로 차별화하는 지속가능성 라벨에 해당한다면 인증체계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집행위는 Q&A를 통해 비EU 국가 공공기관이 만든 라벨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인증체계에 기반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잠정적 견해를 제시했다.

탄소중립 관련 표현은 기준이 더 엄격하다. 제품 가치사슬 밖의 온실가스 상쇄를 근거로 △carbon neutral △climate neutral △climate compensated 등의 표현을 제품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단순히 외부 탄소상쇄 사업이나 배출권 구매로 제품 자체가 탄소중립인 것처럼 표시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제품 자체의 가치사슬에서 실제 배출량을 줄인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향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광고할 때도 구체적이고 공개된 이행계획과 측정 가능한 목표가 필요하며, 독립적인 제3자의 정기적인 검증도 요구된다.

화장품 산업과 관련해선 재생 플라스틱(PCR), 리필 용기, 바이오 기반 소재, 친환경 공정 등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특성이 제품 전체에 적용되는지 특정 부분에만 해당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용기 일부에 재생 소재를 적용하면서 제품 전체가 환경 부담이 적은 것처럼 표현한다면 실제보다 넓은 환경적 이점을 전달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제품의 특정 요소에만 해당하는 환경 특성을 제품 전체의 특성처럼 표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판매도 마찬가지다. EU 자사몰이나 Amazon 등 전자상거래 상세페이지, 소셜미디어 광고, 유통사에 제공하는 상품 설명 역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업적 커뮤니케이션에 포함될 수 있다. 포장 문구만 고치는 것으로 대응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제품은 수정·보완 여지

27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도 새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제조·발주·유통됐거나 매장에 진열된 제품도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 집행위 측 설명이다.

다만 기존 재고를 일괄 폐기하거나 회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EU 소비자보호협력네트워크(CPC)는 시행 초기 기존 재고에 대해 단계적이고 비례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공동 원칙을 마련했다. 포장 제작 주기와 재고 규모, 기존 발주, 공급망 구조, 제품 사용기한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기업이 합리적인 범위에서 수정 노력을 했는지도 판단 요소가 된다.

온라인 환경 주장을 먼저 고치거나 향후 생산분의 패키지를 수정하고, 필요할 경우 매장에서 보완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과도한 비용이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할 경우 제품 폐기나 회수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집행위는 기존 제품의 부적절한 환경 문구를 스티커로 가리거나 수정하고 판매 현장에서 추가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최종 집행은 각 회원국 관할 당국과 법원이 담당하므로 국가별 적용 방식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신규 지침은 EU에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환경적 이점으로 받아들이는 표현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주장에 실제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EU에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은 패키지와 용기뿐 아니라 온라인 상세페이지, 광고 소재, 자체 지속가능성 마크까지 환경 관련 표현을 다시 점검해야하는 시점이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