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저가 전자상거래 상품에 부과하기 시작한 소액관세가 글로벌 뷰티 유통업체의 실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유럽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넓혀온 K-뷰티도 한국 직배송과 현지 재고 운영 방식에 따른 비용 차이를 다시 따져야 할 상황이다.
EU는 7월 1일부터 역외에서 반입되는 150유로 이하 저가 전자상거래 물품에 기존 관세 면제를 없애고 품목 분류별로 3유로의 임시 정액관세 적용을 시작했다. 이는 EU 관세체계 전면 개편 전까지 운영되는 한시적 조치로, 2028년 7월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EU로 반입된 저가 수입품은 약 58억8000만개로 전체 수입 품목 수의 97.9%를 차지했다. 대부분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입되는 물량으로, 품목당 평균 신고가격은 8.82유로였다.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제도는 특정 국가가 아닌 EU 역외에서 들어오는 저가 상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접 배송되는 화장품도 영향권에 포함된다.
관세는 단순히 소포 하나당 3유로가 붙는 구조는 아니다. 동일한 관세분류에 속한 상품에는 3유로가 부과되지만 한 소포 안에 서로 다른 관세분류의 상품이 함께 들어가면 각각 관세가 붙을 수 있다. 판매 단가가 낮고 여러 품목을 함께 구매하는 뷰티 이커머스에서는 상품 구성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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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두 달 만에 뷰티 사업 영향 확인
규제 영향은 이미 글로벌 뷰티 유통사의 실적 전망에 반영되고 있다. Lookfantastic과 Cult Beauty 등을 운영하는 영국 THG는 최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매출 성장률이 약 2%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THG는 EU의 저가 전자상거래 상품 관세를 성장 둔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으며, 특히 뷰티 사업에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THG Beauty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5.9%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왔다. Lookfantastic의 스킨케어 매출도 연초 이후 17.4% 늘었다. THG는 앞서 K-뷰티를 통해 6만4000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고 공개할 만큼 한국 화장품을 고객 유입을 위한 주요 카테고리로 활용해왔다.
온라인에서 빠르게 성장한 뷰티 사업이 EU의 관세 변화에 먼저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유럽 진출 초기에는 한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 재고 부담을 줄이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기에 유리했지만, 주문 건별 비용이 높아지면 현지 물류를 이용했을 때와의 손익 차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K-뷰티 성장, 온라인 비중 높아
유럽은 최근 K-뷰티 성장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NIQ가 지난 7월 발표한 ‘K-Beauty Goes Global’에 따르면 서유럽 K-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한국 브랜드는 유럽 온라인 스킨케어 판매의 약 10%를 차지했으며,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서는 비중이 15~20%까지 높아졌다.
K-뷰티가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온라인 유통이 있다. 대형 리테일 매장 입점 전에도 브랜드몰과 글로벌 뷰티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었고, SNS에서 제품을 발견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구조도 확산됐다.
하지만 저가 상품에 대한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 직배송 모델의 장점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제품 가격이 낮을수록 3유로 정액관세가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할인이나 무료배송을 활용해 객단가를 낮게 유지해온 브랜드라면 비용 구조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직배송에서 현지 재고로…판매 구조 재검토
관세 변화가 곧 한국 직배송 모델의 경쟁력을 없앤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 진출 초기 브랜드에는 여전히 적은 재고로 여러 국가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판매가 일정 규모를 넘어선 브랜드라면 현지 3PL과 풀필먼트, 유럽 내 재고 운영과 한국 직배송의 비용을 비교할 필요성이 커졌다.
브랜드 입장에선 주문단가와 배송비를 함께 고려해 세트 구성이나 묶음 판매의 경제성을 다시 따져볼 수 있다. 다만 한 소포에 서로 다른 관세분류의 상품을 함께 넣으면 품목 분류별로 각각 3유로가 부과될 수 있어 상품 구성에 따른 관세 부담도 계산해야 한다.
EU의 전자상거래 관리 강화도 이어진다. EU는 저가 수입품에 대한 추적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식별자 제출 등 추가적인 통관 정보 요건을 순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저가 직구 물량 급증에 대응해 관세뿐 아니라 제품 정보와 판매자 책임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K-뷰티의 유럽 판매는 온라인을 넘어 Boots, Douglas, dm, Rossmann 등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판매 규모가 커진 브랜드일수록 한국에서 건별로 직접 배송하는 방식보다 현지 유통사나 물류 거점을 활용하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EU의 소액관세는 역외 저가 전자상거래 물량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불공정 경쟁과 제품 안전·통관 관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적용 대상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온라인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을 빠르게 넓힌 K-뷰티에도 물류비와 판매 구조를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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