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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험자본이 인내하지 못한다기보다 인내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뀔 때까지 기업이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기업도 자본시장 구조와 제도 변화를 알고 충분히 준비한 뒤 출발해야 합니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는 국내 벤처·코스닥 시장의 문제를 투자자의 단기 성향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벤처펀드 존속기간과 IPO 중심 회수시장, 상장 이후 장기자금 부족이 맞물리면서 투자자와 기업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과 임상, 인허가가 필요한 바이오헬스 분야는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창업 이후 준비를 시작하면 자금과 시간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많은 기술 검증과 사업 준비를 창업 전에 마치고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 변 대표의 판단이다.
변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모험자본은 왜 인내하지 못하는가’ 세미나 내용을 두고 약업신문과 당일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만나 “예비창업부터 벤처투자, IPO, 상장 이후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제도와 자금이 모두 다르다”며 “각 단계의 애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전체 자본시장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을 13년으로 늘려도 근본 해결 어려워”
이날 세미나에서는 벤처펀드 존속기간을 늘려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펀드 만기에 맞춰 회수가 이뤄지는 구조에서는 기술개발 기간이 긴 기업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다. 변 대표도 존속기간 연장이 일부 기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10년을 13년으로 늘리면 몇몇 기업에는 시간을 더 줄 수 있다”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기간을 늘린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결국 투자받기 전까지 얼마나 준비해 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IPO에 편중된 회수시장도 장기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M&A 거래 규모는 2022년 2조2894억원에서 2024년 2231억원으로 약 10분의 1로 줄었다.
PitchBook-NVCA는 2026년 1분기 미국 VC 투자기업의 회수 건수를 399건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IPO는 15건에 그쳤고 인수·바이아웃이 약 96%를 차지했다. 회수 경로가 제한되면 기업의 성장 단계보다 펀드 만기에 맞춰 IPO를 서두를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기관·외국인 부족한 코스닥…“시장 구조부터 봐야”
코스닥의 수급 구조도 문제로 꼽혔다.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 기관투자자 거래대금 비중은 4.5%로 코스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지분율 중앙값도 코스닥 1.92%로 코스피 4.70%보다 낮았다.
반면 코스닥에는 연구개발 집약도가 높은 기업군이 두텁다. 2020~2025년 비금융 상장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 중앙값은 코스닥 1.65%, 코스피 0.16%로 약 10배 차이가 났다. 코스닥에서 연구개발비율 5% 이상 기업 비중도 2000~2004년 15.13%에서 2021~2025년 29.30%로 확대됐다.
연구개발 집약기업군은 확대됐지만 이들을 장기간 보유할 기관·외국인 자금은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변 대표는 홍콩거래소 18C 제도를 국내와 단순 비교하는 접근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글로벌 자금 유입 규모와 공시 체계, 투자자 보호예수 등 시장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2024년 이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91개사의 상장 후 평균 수익률이 -36.8%인 반면 홍콩 18C 상장 24개사는 +34.5%라는 비교도 제시됐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두 시장의 기업 규모와 진입요건이 달라 수익률과 공모 규모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창업 순간부터 자본 시계 돌아간다”
변 대표는 특히 바이오벤처가 창업 전 준비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바이오는 가능하면 세포 수준 결과만으로 바로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동물모델에서 개념검증(PoC)까지 어느 정도 확인한 뒤 창업하는 것이 좋다”며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정해진 시간 안에 후속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 이후 임상 진입이나 기술이전, 후속 투자 전략을 처음 설계해서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발 기간이 긴 바이오벤처일수록 창업 이전에 기술 검증과 자금조달, 개발 일정까지 최대한 구체화해 놓아야 투자 이후 시간을 실제 성과 창출에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 대표는 제도 개선과 기업의 준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와 장기자금 조성, M&A 활성화, 상장 후 스케일업 지원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도 현재 제도 안에서 생존할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는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해 빠르게 바뀌기 어렵다”며 “기업은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다른 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했는지, 제도가 어디로 움직이는지까지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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