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C 2026]앨나일람은 어떻게 RNAi를 신약으로 만들었나…“비합리적 집념이 핵심”
10~20년·10억~20억 달러 장기전 각오…빅파마 철수에도 제품화 전략 유지
2세대 LNP·GalNAc로 간 표적 전달 난제 돌파해 레부시란 3상 중단 딛고 6개 치료제 승인
“플랫폼보다 제품, 자본보다 문화…실패해도 다음 데이터를 만드는 조직이 중요”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08 11:59   
마라가노어 전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 창립 CEO가 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RISC 2026’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마라가노어 전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 창립 CEO이자 현 JMM Innovations 대표 겸 CEO.©약업신문=권혁진 기자

1998년 발견된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이 2018년 세계 최초 치료제 승인으로 이어지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한때 글로벌 제약사가 앞다퉈 투자했다가 잇따라 철수했던 RNAi를 실제 신약 모달리티로 끌어올린 존 마라가노어(John Maraganore) 대표는 성공의 핵심을 전달기술 혁신과 함께 실패를 견디며 제품화까지 밀어붙인 ‘비합리적 집념(The Importance of Being Unreasonable)’에서 찾았다.

마라가노어 전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창립 CEO이자 현 JMM Innovations 대표(Principal) 겸 CEO는 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에스티팜 주관으로 열린 ‘RISC 2026’에서 앨나일람의 20여년 개발사를 소개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격언을 인용하며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지만,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과학을 실제 의약품으로 만들려면 시장의 기대가 꺾이고 투자자가 등을 돌리는 시기에도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며 “기술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보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확인하고, 다음 세대 분자와 전달기술로 계속 전진하는 집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20년 장기전…IP와 자본부터 쌓았다

앨나일람은 2003년 사업계획에서 회사를 구축하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10~20년, 10억~2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간 기술이전보다 RNAi를 실제 의약품으로 만드는 장기전을 전제로 출발한 셈이다.

초기에는 핵심 특허와 리보파마(Ribopharma AG) 등 관련 지적재산권(IP)을 통합하고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마라가노어 발표 자료에는 초기 파트너십 대가로 머크 750만 달러, 노바티스 5700만 달러와 19.9% 지분, 로슈 3억3100만 달러, 다케다 1억5000만 달러가 제시됐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해 분위기가 급변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RNAi 사업에서 잇따라 물러났고, 2011년에는 뉴욕타임스가 ‘RNA 간섭의 힘에 대한 제약사들의 열기가 식었다’고 보도할 정도로 시장 기대가 꺾였다. 앨나일람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압축했다.

마라가노어 대표는 “RNAi가 유행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과학까지 틀렸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가장 위험했다”며 “모든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대신 사람에서 효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과 전달기술에 자원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RNAi가 작동하느냐보다 약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RNAi는 소간섭 RNA(small interfering RNA, siRNA)의 가이드 가닥이 RNA 유도 침묵 복합체(RNA-induced silencing complex, RISC)에 탑재돼 상보적인 메신저RNA(mRNA)를 인식하면, RISC의 Argonaute 2(Ago2)가 이를 절단해 해당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세포 고유의 유전자 조절 기전이다.

문제는 전달이었다. siRNA는 분자량이 약 1만2000~1만4000이고 약 40개의 음전하를 띠며 친수성이 강하다. 비수식 siRNA는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고 핵산분해효소에도 취약해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제거될 수 있다.

마라가노어 대표는 “RNAi라는 생물학적 원리는 분명 강력했지만, 그것만으로 약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며 “siRNA는 크기가 크고 음전하를 띠어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고 체내에서도 쉽게 분해된다. 결국 관건은 RNAi가 작동하느냐가 아니라, siRNA를 필요한 조직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해 실제 치료제로 만들 수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앨나일람은 외부 연구진·기업과 협력해 지질나노입자(LNP) 전달기술을 고도화했다. 발표 자료에서 2세대 LNP는 전임상 기준 1세대보다 약 100배 높은 역가를 보였다.

이어 LNP와 별도로 N-아세틸갈락토사민(N-acetylgalactosamine, GalNAc)을 siRNA에 직접 접합하는 전달체계를 구축했다. GalNAc는 간세포 표면에 풍부한 아시알로당단백질수용체(asialoglycoprotein receptor, ASGPR)에 결합해 siRNA를 간세포 안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정맥주사 중심의 LNP와 달리 피하투여가 가능해졌다.

siRNA 화학수식 설계도 STC(Standard Template Chemistry)에서 ESC(Enhanced Stabilization Chemistry), ESC+로 발전했다. ESC는 대사 안정성과 역가·지속성을 높였고, ESC+는 시드 서열(seed sequence) 매개 오프타깃 결합을 줄여 특이성과 치료지수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체 데이터는 전환점이 됐다. TTR 아밀로이드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에서 LNP-siRNA 투여 후 트랜스티레틴(TTR) 단백질이 감소하면서 전신 투여한 siRNA가 사람의 간에서 표적 단백질을 낮출 수 있다는 개념증명을 확보했다.

마라가노어 대표는 “2011년부터 회사의 중심을 플랫폼에서 제품으로 옮겼다”며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설명하는 회사가 아니라 임상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환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회사가 돼야 했다”고 강조했다.

레부시란 3상 중단…“실패를 플랫폼 전체 실패로 만들지 않았다”

가장 큰 위기는 2016년 찾아왔다.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 심근병증(hATTR-CM) 치료제로 개발하던 GalNAc-siRNA ‘레부시란(revusiran)’의 임상 3상 ‘ENDEAVOUR’에서 사망 불균형이 확인되면서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사망 불균형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를 특정 오프타깃 독성으로 단정하거나 후속 ESC+ 기술이 해당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레부시란에 적용된 초기 STC-GalNAc는 후속 ESC 기반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용량과 노출이 필요했다.

마라가노어 대표는 “환자 안전과 데이터가 최우선이었고, 임상 3상 중단은 회사 역사에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였다”며 “한 프로그램의 실패를 RNAi 플랫폼 전체의 실패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됐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더 나은 화학과 후보물질로 다음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2018년 ‘온파트로(Onpattro)’가 세계 최초 RNAi 치료제로 허가됐다. 이후 ‘기블라리(Givlaari)’, ‘옥슬루모(Oxlumo)’, ‘렉비오(Leqvio)’, ‘암부트라(Amvuttra)’, ‘큐피틀리아(Qfitlia)’까지 앨나일람에서 발굴한 6개 RNAi 치료제가 승인됐다. 2025년 암부트라의 ATTR 심근병증 적응증 확대까지 포함하면 2018~2025년 7개의 주요 승인 이정표가 이어졌다.

“같은 RNAi라도 결과 달랐다…자본보다 문화”

마라가노어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조직 문화다. 그는 경쟁사 서나 테라퓨틱스(Sirna Therapeutics)와 앨나일람을 비교했다.

2006년 두 회사는 각각 75~100명 규모로 IP와 빅파마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있었다. 머크는 그해 서나를 약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라가노어 대표는 이후 비교 자료에서 서나 측 연구 투자 규모를 약 15억~16억 달러로 제시했지만 해당 기간 신규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은 없었다.

반면 독립경영을 유지한 앨나일람은 약 5억 달러를 투입해 8개 IND를 제출했다. 마라가노어가 ‘순가치 창출(Net Value Creation)’로 정의한 지표는 2014년 기준 약 40억 달러였다. 앨나일람은 같은 해 머크로부터 서나 테라퓨틱스와 관련 RNAi 자산을 1억7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마라가노어 대표는 “두 회사가 출발할 때 과학과 인력, 자본의 차이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서나가 더 많은 자본을 쓸 수 있었다”며 “차이를 만든 것은 실패에서 얼마나 빨리 배우고, 완벽함을 기다리지 않은 채 다음 실험과 임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조직인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텍에서 문화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좋은 사람을 모으고 과학적 진실을 직시하며, 실패했을 때 데이터를 통해 다음 결정을 내리는 문화가 결국 제품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RISC 2026’은 에스티팜이 주관하는 RNA 분야 전문 심포지엄으로, RNA 치료제의 기술 혁신과 개발·사업화 전략을 공유하는 행사다. 국내외 연구자와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RNA 신약의 전달기술, 임상개발, 상용화 경험과 향후 과제를 논의한다. 행사에는 에스티팜을 비롯해 SK바이오팜, 삼양바이오팜,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싸이티바 등 국내외 제약바이오 및 생명과학 기업이 참여해 RNA 치료제 개발 기술과 사업화 전략을 공유했다.

‘RISC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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