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글로벌 딜 38%, 일본은 100억 달러 기업 4곳" K-바이오 해법은
중국, 2025년 글로벌 제약사 대형 도입 거래 38% 차지…속도·비용 경쟁력 강화
일본, 연 매출 100억 달러 제약사 4곳 배출…20년간 M&A·경영진 글로벌화
Candid·Horizon·Servier 성장 모델 제시, SK바이오팜·셀트리온 미국 직판 주목
허지수 기자 suhjs0721@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31 06:00   수정 2026.08.31 06:01
김선영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한국 바이오산업은 연구 역량과 과학적 수준이 뛰어나지만 이를 산업화와 재투자로 연결하는 데는 뒤처져 있습니다. 이제 미국 시장에서 의약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상업화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연구개발(R&D) 중심의 경쟁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상업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삼성글로벌리서치 김선영 부사장은 28일 진행된 ‘제4회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Conference’에서 ‘What’s Next for K-Biotech’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바이오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중국 바이오 생태계를 기회로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의약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상업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기업, 글로벌 위상 강화…중국·일본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

김 부사장은 중국과 일본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통해 한국이 처한 경쟁 환경을 짚었다.

중국에서는 2019년 BTK 억제제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가 중국에서 발굴된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가 선급금 50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한 중국 바이오기업 대상 인라이선싱·자산 인수 거래는 2025년 18건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관련 거래는 2019년 한 건도 없었지만 2023년 9건, 2024년 11건, 2025년 1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일본은 이미 확보한 제약시장 규모와 대형 제약사의 글로벌화가 성장 기반으로 작용했다. 발표자료가 제시한 최근 연간 매출은 다케다 약 280억 달러, 아스텔라스 140억 달러, 다이이찌산쿄 130억 달러, 오츠카 110억 달러다.

김 부사장은 “연 매출 100억 달러는 연간 약 20억 달러 규모의 R&D, 특히 임상개발 비용을 지속해서 투입할 수 있는 기준선이라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본 제약사들은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과 경영진 글로벌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다케다는 2008년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스, 2011년 나이코메드, 2017년 아리아드, 2019년 샤이어를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확대했다.

중국 바이오텍, 비용·속도 경쟁력에 정부 지원까지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은 거대 내수시장과 인재·규제·인프라가 결합한 결과다.

발표자료는 중국에서 표적 선정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까지 걸리는 기간을 미국·유럽보다 30~40% 단축하고 비임상 연구비를 50~70%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상 1상에서도 개발 기간은 50% 이상 짧고 비용은 약 40% 낮은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암센터의 연간 외래환자가 약 2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임상 인프라도 강점으로 꼽혔다.

중국 제약시장 규모는 2005년 120억 달러에서 2025년 1180억 달러로 약 10배 확대된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천인계획·만인계획·치밍계획과 함께 신약 개발 규제 개선, 바이오 클러스터 인프라 지원 등이 산업 성장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중국계 글로벌 제약사 비원메디슨(BeOne Medicines)의 매출도 2020년 3억 달러에서 2025년 약 53억 달러로 늘었다. 비원메디슨은 글로벌 기관투자자 자본을 유치하고 경영 기반을 해외로 확대하며 중국 바이오텍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시가총액 상위권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삼성에피스홀딩스 등 위탁개발생산(CDMO)·바이오시밀러·제형 기술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은 바이오텍도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지만 자체 신약을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대형 제약사는 아직 부족하다.

중국과 격차 축소 넘어 기회 활용…“미국 상업화 역량 확보해야”

김 부사장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도약을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IND 심사 속도와 근로시간 제약 등 산업 경쟁력을 제한하는 국내 규제를 점검하고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바이오산업을 경쟁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중국 신약 후보물질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활용하거나 중국 내 연구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마지막 핵심은 미국 상업화 역량이다. 세계 제약시장 매출의 약 절반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미국 비중이 약 4분의 3에 달하는 만큼 미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적 신뢰도와 임상개발 역량은 미국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고 임상시험 수행 역량과 임상과학 수준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뉴스위크와 Statista가 발표한 2026년 세계 암 전문병원 순위 상위 10곳에 한국 병원 3곳이 포함될 정도로 임상 인프라와 의료진의 경쟁력도 높다.

김 부사장은 “어디 한 곳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상업화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andid·Horizon·Servier…미국 시장 진입 방식도 다양

김 부사장은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보여주는 해외 사례로 캔디드 테라퓨틱스(Candid Therapeutics), 호라이즌 테라퓨틱스(Horizon Therapeutics), 세르비에(Servier)를 소개했다.

캔디드는 2024년 9월 출범하면서 중국 기업에서 중화권 외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이중항체 후보물질 CND106과 CND261을 통합했다. 두 후보물질은 출범 당시 이미 임상 1상 용량 증량시험을 마친 상태였다.

캔디드는 2026년 3월 Rallybio와 합병 계약을 체결하면서 5억500만 달러 이상의 동시 사모투자 약정을 확보했다. UCB는 같은 해 5월 선급금 20억 달러와 잠재 마일스톤 2억 달러를 포함해 최대 22억 달러에 캔디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6월 거래를 완료했다. 중국 바이오텍의 자산을 조기에 확보해 임상적 가치를 높인 뒤 글로벌 제약사에 매각한 사례다.

호라이즌은 초기부터 상업화 역량 확보에 집중했다. 이미 출시된 의약품의 판권을 확보해 현금흐름과 판매망을 구축한 뒤 M&A와 자체 R&D로 사업을 확대했다. 임상개발 초기의 높은 위험을 직접 부담하기보다 이미 승인됐거나 임상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된 의약품을 확보해 사업 기반을 만든 전략이다. 암젠은 2022년 호라이즌 인수를 결정하고 2023년 10월 약 278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완료했다.

프랑스 제약사 세르비에는 미국 진출과 항암사업 강화를 위해 2018년 샤이어의 항암사업을 2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어 2021년 아지오스의 항암사업을 선급금 18억 달러와 잠재 마일스톤 2억 달러 등 최대 20억 달러에 인수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세르비에의 미국 매출은 2018년 1억8300만 달러에서 2025년 16억9200만 달러로 증가했다.

LG화학·SK바이오팜·셀트리온, 미국 상업화 역량 확대

국내 사례로는 LG화학, SK바이오팜, 셀트리온이 제시됐다.

LG화학은 2023년 아베오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과 항암사업에 진입했다. 이후 아베오의 신세포암 치료제 ‘포티브다’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2025년에는 사업개발(BD) 인력을 미국 보스턴으로 이동하고 신규 항암 후보물질 확보에 나서는 등 후속 파이프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며 상업화 역량을 구축했다. 2024년 흑자 전환 이후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6일 바이오헤이븐과 임상 2·3상 단계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포함한 Kv7 플랫폼에 대한 독점적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후속 제품 후보를 확보하면서 기존 미국 판매망을 활용할 기반을 마련했다.

셀트리온은 북미 직접판매 체제로 전환한 이후 미국 시장에서 판매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 2분기부터 북미 직접판매 매출을 별도로 보고하기 시작했으며 발표자료는 올해 북미 직접판매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분기 신약 ‘짐펜트라’ 매출은 467억원으로,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제품 구성을 신약으로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 부사장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연구 역량과 과학적 수준은 뛰어나지만 이를 산업화하고 다시 경영 환경에 재투자하는 연결고리에서는 뒤처져 있다”며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중국의 기회를 활용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상업화 역량을 확보할 새로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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