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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기관이 신약 개발 초기부터 들어와 기업과 함께 논의하고 단계별 방향에 동의하면서 가는 과정이 있어야 길을 돌아가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의 혁신과 규제기관의 규제 공동개발 역량이 더욱 긴밀하게 결합돼야 합니다.”
국내 신약 허가·심사 체계가 단순한 심사기간 단축을 넘어 규제기관이 개발 초기부터 기업과 협의하는 ‘규제 공동개발(regulatory co-development)’ 역량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산업계 제언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존 평균 약 420일이던 신약 허가기간을 2025년 295일 목표 체계로 줄인 데 이어 오는 10월 240일 목표 체계를 적용하면서, 경쟁력은 심사 속도를 넘어 과학적 판단의 유연성과 기업·규제기관 간 협업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바이오 대도약,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The Great Leap in Bio, Accelerating Innovation)’를 주제로 ‘202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lobal Bio Conference, GBC 2026)’를 개막했다. 행사는 2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동아에스티 RA팀 김준평 팀장은 27일 행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 허가 및 심사에 대한 글로벌 전망과 업계의 기대’를 주제로 국내 규제체계의 변화와 산업계가 기대하는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동아에스티가 직접 경험한 허가·심사 혁신 사례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정(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이다. 동아에스티는 2025년 2월 20일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해 같은 해 11월 3일 허가를 받았다. 신청부터 허가까지 총 256일이 걸렸다. 발표자료는 엑스코프리정을 새 신약 심사체계에서 허가받은 첫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신약 심사 프로세스는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큰 혁신”이라며 “빠른 허가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접근을 앞당기고, 기업에는 신약의 상업적 수명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개발과 사업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평균 420일에서 295일 목표로…이제 240일 체계까지
김 팀장은 식약처가 기존 근무일 기준 심사기간과 별도로 캘린더데이 기준 목표 허가일을 명확히 제시하고 기업과 일정을 함께 관리하기 시작한 점을 핵심 변화로 꼽았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4년까지 신약 평균 허가기간은 약 420일이었다. 2025년 1월부터는 목표 허가기간 295일의 새 심사체계가 도입됐다.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실태조사를 3개월 이내 실시하고 사전상담, 개시회의, 보완요청 설명회의 등을 강화하면서 허가 일정의 예측 가능성도 높였다.
김 팀장은 “가장 혁신적으로 느낀 부분은 식약처가 명확한 목표 허가일을 제시하고 그 일정에 맞춰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라며 “실제 보완 공문도 정해진 일정에서 하루 이틀 정도 차이로 나왔다”고 말했다. 허가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2026년 10월 1일 이후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신약부터 목표 허가기간을 240일로 단축한 개정 심사체계가 적용된다. 허가신청 전 체크리스트 제출과 수시검토(rolling review)도 새롭게 도입된다.
김 팀장은 “이번 혁신은 단순히 빠른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관이 협동하는 사례”라며 “사전상담과 개시회의, 보완 설명 등을 거치면서 미스커뮤니케이션도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엑스코프리정 허가, 8개월 전부터 식약처와 사전 협의
엑스코프리정 허가 논의는 신청보다 약 8개월 앞선 2024년 6월부터 시작됐다. 동아에스티 송도캠퍼스로 제조소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제조소 변경에 따른 안정성 가교 방안과 임상 가교자료 제출 전략을 식약처와 사전에 협의했다.
신청 당시 준비가 끝나지 않은 자료도 제출 시점을 미리 조율했다. 이를 통해 추가 자료 준비 때문에 품목허가 신청 자체가 늦어지는 것을 피했다.
허가 신청 이후에는 GMP 실태조사와 개시회의, 보완요청 설명회의가 이어졌다. 동아에스티는 8주 보완 요청 이후 4개월 이내에 보완자료 제출을 마무리했고, 이후 허가사항(라벨링) 협의를 거쳐 11월 3일 허가를 받았다.
김 팀장은 “허가 신청 전에 식약처와 제조소 이전과 안정성 자료, 임상 가교자료를 어떻게 준비할지 충분히 논의했고, 신청 시점에 내지 못하는 자료도 언제까지 제출할지 사전에 합의했다”며 “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 자료를 기다리느라 허가 신청 자체가 늦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경쟁력은 ‘빠른 심사’보다 ‘유연한 심사’
김 팀장은 다음 과제로 규제과학에 기반한 유연한 심사를 꼽았다.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개발 전략이라도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면 규제기관이 이를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연한 심사는 실력 좋은 심사자 한 명이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존중하고 그 책임과 의견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문화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지침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접근이라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료에서도 향후 식약처의 역할로 유연하고 과학에 기반한 심사, 신기술에 대한 규제 리더십, 심사자가 독립적인 과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을 제시했다.
혁신을 인정하는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완전히 새로운 신약뿐 아니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복합제, 제형 개선 등 환자 치료 가치를 높이는 기술에도 제도적 혜택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혁신이 반드시 신약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복합제나 제형 개선 등에도 혁신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며 “신약이라는 법적 분류 자체보다 ‘혁신 그 자체’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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