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이 ‘얼마나 빠르게 매출을 늘리느냐’에서 ‘성장 이후 가격과 유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판매 채널이 늘어날수록 비공식 셀러와 가격 이탈, 위조·사칭 등 관리해야 할 범위도 함께 커지는 만큼 외형 성장과 동시에 시장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I 기반 브랜드 보호 솔루션 기업 마크비전(MARQVISION)은 7일 온라인으로 공개한 웨비나 ‘매출은 늘었는데 가격 주도권과 마진이 무너지는 이유’에서 400개 K-브랜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운영 리스크와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성장 뒤 커지는 통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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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비전 김지현 마케팅 디렉터는 K-브랜드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브랜드가 관리해야 할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K-뷰티 수출 증가율은 172.2%로 반도체의 178.7%에 근접했고,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는 K-콘텐츠가 꼽혔다. 드라마와 K-팝 등을 통해 해외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고 검색·구매로 이어지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과거보다 빠르게 해외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는 신호를 소비자뿐 아니라 비공식 셀러와 위조상품 판매자도 동시에 포착한다는 점은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김 디렉터는 “중요한 건 이 문제가 단순히 가짜 제품 몇 개를 잡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마크비전 데이터에 따르면 K-브랜드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연간 97억 달러(약 11조1000억원)에 달한다. 비중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는 35.9%를 차지한 K-뷰티다. 문제는 위조상품 존재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공식 판매가 늘면 공식 가격 기준이 흔들리고 광고비가 엉뚱한 판매처로 흘러가면서 브랜드 신뢰와 수익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400개 브랜드가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우려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기존 채널 간 충돌을 뜻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29%로 가장 높았다. 가격 붕괴·유통 교란은 24.2%, 수수료·광고비·벤더펀딩 등에 따른 마진 압박은 16.2%였다. 성장을 위해 판매 접점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존 채널과의 충돌부터 가격 질서 훼손, 비용 증가까지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문제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디렉터는 “글로벌 확장에서 브랜드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매출 기회의 부족이 아니라 성장 이후에 수익성을 지킬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였다”며 “결국 글로벌 확장의 핵심은 단순히 어디에 입점할 것인가가 아니라 입점 이후 가격과 유통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유통 채널이 추가되면 판매 기회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해야 할 가격과 셀러의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 공식 파트너 간 할인 경쟁이나 비공식 판매자의 저가 판매가 이어질 경우 매출이 늘더라도 브랜드 전체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조사 기업의 29.1%가 매주 한 번 이상 위조 등 온라인 위험을 경험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위험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상황 파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위험 발생 후 현황을 파악하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응답은 53.3%에 달했다. 데이터 관리 방식도 65.2%가 엑셀과 외부 리포트, 부서별 화면을 수동으로 취합하는 수준이었고 여러 소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은 7.5%에 불과했다.
AI 확산은 위협의 생성 속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경험한 AI 위험 유형을 묻는 질문에는 가격이나 이미지를 변형해 기존 모니터링을 피하는 방식이 30.5%로 가장 많이 꼽혔다. AI를 이용한 위조상품 리스팅 대량 등록이 25.8%, AI 봇을 활용한 SNS 사칭 계정은 24.8%였다.
김 디렉터는 “앞으로의 브랜드 보호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연결해서 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체계가 돼야 한다”며 “브랜드를 지키는 방식도 브랜드가 성장한 만큼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흩어진 데이터부터 연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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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비전 신철룡 총괄 PM은 성장 관리의 다음 과제로 데이터 연결을 제시했다. 400개 브랜드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에게 AI 에이전트에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을 조사한 결과, 경쟁사와 시장 현황, 가격·유통, 위조·사칭, 리뷰 변화 등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바로 판단이 필요한 정보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다.
신 PM은 “브랜드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바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답이었다”며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외부 시장 데이터와 내부 데이터, 대응 프로세스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단계에서도 데이터 분산은 병목으로 작용한다. 마켓플레이스와 SNS, 리뷰, 가격 정보가 채널마다 흩어져 있어 56.5%가 분석보다 수집·정제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내부 데이터의 경우에도 프로모션 이력, 공급가, 재고 등이 마케팅·영업·SCM 등 부서별로 분리돼 관리되고 있어 연계 분석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37%나 됐다.
가격 하락이라는 결과만 확인해서는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 마케팅팀이 공동구매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이커머스팀이 자사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영업팀이 대량 공급 조건을 변경했다면, 시장 최저가 하락이 어느 활동에서 비롯됐는지 외부 가격 정보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신 PM은 “가격 이탈은 하나의 숫자로 나타나지만 그 원인은 여러 팀의 데이터에 흩어져 있다”며 “외부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프로모션, 공급 조건, 유통 이력과 같은 내부 데이터까지 연결해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켓플레이스의 리스팅·가격·셀러·리뷰 등 외부 정보와 프로모션·공급가·재고 등 내부 데이터를 관계로 연결하는 ‘브랜드 온톨로지’ 개념도 소개했다. 단순히 정보를 한곳에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일 판매자의 활동이나 가격 하락 시점, 내부 프로모션과 공급 조건을 함께 분석해 문제의 원인을 좁히는 방식이다.
데이터 연결의 목적은 원인을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응이 실제 매출과 손실에 미친 영향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경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조사 기업의 70% 이상은 AI 위협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지 못했고, 19%는 실제 손실 규모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성과를 수치로 확인하려는 요구는 AI 활용에 대한 기대에서도 드러났다. AI 에이전트에 기대하는 기능 가운데 매출 영향 정량화 대시보드가 60.8%로 가장 높았으며, 실시간 통합 모니터링 59%, 경영진 보고용 인터페이스 46.5%, 자연어 질의·분석 40.5%가 뒤를 이었다.
신 PM은 “대응 건수는 활동의 기록”이라며 “예산과 의사결정을 움직이려면 그 활동이 만드는 비즈니스 성과, 즉 ROI까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상황을 감지하고 원인을 찾아 대응한 뒤 그 성과까지 측정해야 데이터가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브랜드 운영은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데이터를 보는 경쟁이 아니라 시장의 리스크를 더 빨리 발견하고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필요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더 정확한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이어가는 경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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