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 문법 된 K-뷰티…글로벌 기업 '리버스 듀프' 뚜렷
헤어·마스크·K-파마시 등 5대 트렌드로 영향력 확대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10 06:00   수정 2026.08.10 06:01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의 제품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hatGPT생성이미지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의 제품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선 스킨케어에서 형성된 신뢰가 헤어케어로 옮겨가고 있으며,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은 한국에서 시작된 제형과 미용법, 기술을 자사 제품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K-뷰티 시장의 확대와 한국 기업의 성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영국 화장품 전문매체 코스메틱스 비즈니스(Cosmetics Business)는 최근 '2026 K-뷰티 트렌드'를 통해 헤어케어, 'K-뷰티에서 영감을 받은(Inspired by K-beauty)' 제품, 콜라겐 마스크, 'K-pharmacy', 'Bloom skin'을 5대 흐름으로 선정했다. 개별 품목의 유행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시작된 성분과 제형, 관리법이 글로벌 시장의 신제품과 소비자 트렌드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NIQ에 따르면 글로벌 K-뷰티 매출은 2026년 1월까지 1년간 53%, 최근 2년간 131% 증가했다. 서카나(Circana)가 집계한 영국 시장에서도 2026년 3월까지 1년간 K-뷰티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 전체 스킨케어 증가율 12%를 크게 웃돌았다. 품목별 증가율은 에센스 72%, 밀크 제형 128%, 페이셜 디바이스 34%로 나타났다.

 

스킨케어에서 쌓은 신뢰, 헤어케어·마스크로

K-뷰티가 스킨케어에서 확립한 제품 개발 방식은 헤어케어로 옮겨가고 있다. 영국에서 K-헤어세럼 판매는 전년 대비 80% 증가해 전체 헤어케어 시장 증가율 18%를 크게 상회했다. 런치메트릭스(Launchmetrics)가 집계한 관련 미디어 영향 가치도 2025년 1분기 2만3000 달러에서 3분기 120만 달러로 급증했다.

세럼·에센스·앰플 등의 제형과 성분 중심의 관리 방식이 두피와 모발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피부 장벽이나 진정, 수분 공급처럼 스킨케어에 사용되던 개념을 두피에 적용하면서 스킨케어에서 쌓은 제품 경험이 다른 카테고리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콜라겐 마스크도 한국 브랜드가 강점을 가진 제형과 성분의 결합이 활발한 분야다. 'collagen mask for face'의 글로벌 검색량은 최근 3개월간 50%, 전년 대비 80% 증가했고 'best collagen face mask' 검색도 1년 새 50% 늘었다.

최근에는 콜라겐에 하이드로겔 제형과 PDRN 등 새로운 소재를 결합한 제품이 잇따르고 있다. 피부과 시술로 먼저 알려진 PDRN이나 미세침 효과를 표방하는 스피큘을 마스크·세럼·크림으로 전환하면서 전문적인 피부 관리 개념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으로 바꾸고 있다.

 

해외 브랜드도 '한국에서 영감받은' 제품 전면에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글로벌 브랜드가 K-뷰티의 영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스메틱스 비즈니스는 로레알파리, 니베아, YSL뷰티, 메이블린뉴욕 등이 K-뷰티에서 가져온 제품과 개념을 선보이며 마케팅에서도 한국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레알파리의 '리바이탈리프트 필러 글라스 스킨 하이드로겔 글로우 마스크'는 공식 제품 설명부터 'Inspired by Korean Beauty'를 내세운다. 센텔라아시아티카와 히알루론산 등을 하이드로겔에 담아 90분 만에 '글라스 스킨' 효과를 제공한다는 제품이다.

영국 부츠에서도 제품명에 'Korean Skincare Inspired'를 명시해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더라도 K-뷰티에서 비롯된 제형과 미용 개념 자체가 글로벌 브랜드의 판매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YSL뷰티는 지난 5월 출시한 '스킨 어페어 소프트 글로우 쿠션 파운데이션'에 '첨단 한국 쿠션 기술(advanced Korean cushion technology)'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시장에서 익숙해진 쿠션을 31개 색상으로 구성해 글로벌 제품으로 확장했다. 니베아 역시 영국 공식 사이트에서 더블 클렌징을 한국에서 대중화된 2단계 세안법으로 소개하고, 글라스 스킨을 별도의 스킨케어 루틴으로 설명하며 자사 제품 사용법과 연결하고 있다.

 

K-파마시·블룸 스킨으로 키워드 확장

'K-pharmacy'는 한국 약국에서 판매되는 임상 근거 기반의 스킨케어 브랜드를 가리킨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분류라기보다는 해외 시장이 한국의 약국·더마 화장품을 효능과 피부 건강이라는 기준으로 묶어 부르는 표현이다.

부츠의 이그나이트·포사이트·트렌드 부문 그레이스 버논 총괄은 K-pharmacy를 한국 화장품 진화의 다음 흐름으로 평가했다. 한국이 성분과 효능을 앞세운 스킨케어로 인식되면서 임상적 포지셔닝과 피부 건강을 결합한 K-pharmacy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K-뷰티 트렌드는 'Bloom skin'이다. 블룸 스킨은 표면의 강한 광택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글라스 스킨과 달리 피부 장벽과 장기적인 피부 건강을 관리해 안에서 우러나는 윤광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복잡한 스킨케어 단계와 일시적인 광택 대신 피부 자체의 수분과 건강을 중시한다.

구글 트렌드에서 'Bloom skin' 검색량은 2026년 7월까지 1년간 800%, 'Bloom skin care' 검색량은 같은 기간 5000% 증가했다. 절대 검색량은 공개되지 않아 시장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글라스 스킨 이후의 K-뷰티를 설명하는 새로운 키워드가 해외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커지는 K-뷰티 영향력...한국 기업 역할은

이처럼 K-뷰티가 서구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아 뷰티 문화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성과를 현지 기업이 가져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메틱스 비즈니스는 서구권 브랜드들의 행보를 두고 거대 기업이 신흥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는 '역방향 카피(리버스 듀프·Reverse dupe)' 현상이자, 뒤처진 혁신을 발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경쟁적 추격(Catch-up)'의 일환으로 진단했다.

결국 K-뷰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제품 개발의 '문법'으로 격상되면서 국내 업계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브랜드는 글로벌 공룡에게 아이디어만 뺏기지 않도록 독보적인 제형과 성분 기술로 자체 경쟁력을 쥐어야 하고, 제조(ODM)·원료 업체는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 개발 공급망에 직접 진입해 실질적인 파이를 챙겨야 한다는 것.

K-뷰티 리테일러 스킨큐피드(Skin Cupid) 창업자 멜로디 위안(Melody Yuan)은 코스메틱스 비즈니스에 "앞으로 K-뷰티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쪽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주체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K-뷰티 업계가 글로벌 뷰티 담론을 주도하는 흐름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성분, 피부 건강 관리법을 찾을수록 계속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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