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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가 갈더마의 이의제기로 미국에서 사용 중인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Dupixent)의 일부 광고 문구를 수정하거나 중단하게 됐다. 미국 광고 자율규제기구가 장기간 지속되는 피부 개선과 빠른 가려움 완화 효과를 강조한 일부 표현에 치료 반응률과 병용 조건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투여 2일째부터 가려움 감소’ 주장 역시 이를 뒷받침한 사후분석만으로는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미국 비영리 광고 자율규제기관 BBB 내셔널 프로그램스(BBB National Programs)의 전미광고국(National Advertising Division, NAD)은 갈더마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검토한 뒤, 사노피에 듀피젠트 광고의 일부 주장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듀피젠트와 넴루비오(Nemluvio)를 둘러싸고 벌어진 광고 공방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에는 사노피가 갈더마의 넴루비오 광고에 문제를 제기했다.
NAD는 지난해 10월 사노피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갈더마에 넴루비오의 일부 광고 문구를 수정하거나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이어 두 달 뒤에도 넴루비오와 관련된 다른 광고 주장에 대해 변경 또는 철회를 권고했다.
넴루비오는 인터루킨-31(IL-31)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 듀피젠트와 마찬가지로 결절성 양진(prurigo nodularis, PN)과 습진 치료에 사용된다. 두 회사가 동일한 질환 영역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갈더마가 듀피젠트 광고의 적정성을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선 셈이다.
갈더마가 제기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듀피젠트와 장기간 지속되는 깨끗한 피부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한 광고 표현이었다. 빠른 가려움 완화 효과를 내세운 문구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사용한 ‘투여 2일째 가려움 완화’ 주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NAD는 사노피가 제출한 근거가 일부 성인 환자에서 피부 개선 효과가 4개월에서 1년 동안 지속됐다는 주장과 첫 투여 후 2주 만에 일부 환자가 가려움 완화를 경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장기간 피부 개선과 투여 2주 후 가려움 완화 자체를 뒷받침할 근거는 인정한 것이다.
다만 해당 결과를 TV 광고로 전달하는 방식에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NAD는 사노피가 광고에서 실제 치료 반응률과 듀피젠트가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병용됐다는 사실을 ‘명확하고 눈에 띄게’ 공개하도록 문구를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특정 환자에게서 확인된 치료 결과를 전체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효과처럼 받아들이게 해서는 안 되며, 해당 결과가 어떤 치료 조건에서 도출됐는지도 소비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형태의 작용기전 영상도 문제가 됐다. 듀피젠트는 IL-4와 IL-13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다. 그러나 NAD는 해당 영상이 IL-4와 IL-13 신호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습진을 해결하기에 충분하다는,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투여 2일째부터’라는 표현에는 더욱 엄격한 판단이 내려졌다.
사노피는 듀피젠트가 “빠르면 투여 2일째부터 가려움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했지만, NAD는 이 문구의 근거가 된 사후분석이 투여 2일째부터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이 나타났다는 메시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봤다.
사후분석에서 특정 시점의 변화가 관찰됐다는 사실만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가 해당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NAD는 사노피에 해당 주장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사노피는 광고주 입장문을 통해 “NAD의 권고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갈더마가 문제를 제기한 듀피젠트 광고 문구가 모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NAD는 듀피젠트가 환자들이 ‘습진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stay ahead of eczema)’는 표현과 ‘피부 속부터 회복하도록 돕는다(help heal your skin from within)’는 표현에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많은 성인 환자에서 피부가 90% 깨끗해졌다는 사노피의 주장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인정됐다. 사노피는 이에 따라 90% 피부 개선 관련 문구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NAD는 이 표현을 사용하면서 근거가 뒷받침하는 범위를 넘어 효과를 과장하거나, 해당 결과가 도출된 치료 조건과 맥락을 불분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수치 자체의 사용은 인정하되 소비자가 수치의 적용 범위와 치료 환경을 오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듀피젠트 광고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다른 모든 습진 치료제보다 우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여부에서도 NAD는 사노피의 손을 들어줬다. 갈더마는 문제의 광고가 듀피젠트를 모든 FDA 승인 습진 치료제보다 우수한 치료제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NAD는 광고가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보지 않았다.
듀피젠트가 습진의 진행을 예방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차단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갈더마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NAD는 갈더마의 이의제기 가운데 장기간 피부 개선과 빠른 가려움 완화 표현의 제시 방식, 작용기전 영상의 메시지, 투여 2일째 가려움 개선 주장 등은 일부 수용했지만 치료제 간 우월성과 질환 진행 예방 관련 쟁점에서는 사노피 측 입장을 인정했다.
양사의 광고 공방 배경에는 듀피젠트와 넴루비오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듀피젠트는 여러 적응증에 사용되는 사노피의 핵심 제품으로 올해 2분기 52억유로, 약 6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게 진입한 넴루비오는 듀피젠트가 사용되는 두 적응증에서 점차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넴루비오는 2024년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26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한 4억3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넴루비오 매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적응증별로는 습진이 결절성 양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갈더마에 따르면, 미국에서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넴루비오는 결절성 양진 신규 치료 시작 환자의 42%를 차지했다. 습진 신규 치료 시작 환자 중에서는 9%가 넴루비오를 사용했다.
듀피젠트가 다중 적응증과 대규모 매출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넴루비오가 결절성 양진과 습진 영역에서 신규 환자를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은 광고 표현의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번 NAD 결정은 듀피젠트의 치료 효과를 설명하는 광고 문구 자체를 일괄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피부 개선과 가려움 완화에 관한 일부 근거를 인정하면서도, 실제 반응률과 병용 치료 여부를 함께 제시하고 사후분석 결과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초기 효과로 확대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사노피는 근거가 인정된 광고 문구는 유지할 수 있지만, 치료 효과가 나타난 환자의 비율과 치료 조건을 보다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 투여 2일째부터 의미 있는 가려움 완화가 시작된다는 인상을 주는 문구와 IL-4·IL-13 신호 억제만으로 습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NAD 권고에 맞춰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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