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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이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표적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피 모발의 절반 이상이 소실된 환자는 물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SALT 20 이상 50 미만 환자까지 급여 대상에 포함되면서 치료 문턱도 한층 낮아졌다. 다만 원형탈모가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고 치료 반응이 늦게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는 점에서, 최대 2년으로 설정된 급여기간과 기존 비급여 환자의 전환 요건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릴리는 5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올루미언트 성인 중증 원형탈모 건강보험 급여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증 원형탈모의 질환 부담과 올루미언트정(바리시티닙)의 임상적 가치, 급여 적용 이후 치료 전략을 공유했다.
간담회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가 연자로 나섰다. 허창훈 교수는 대한모발학회 회장, 김상석 교수는 대한모발학회 총무이사, 장용현 교수는 대한피부과학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다.
올루미언트는 원형탈모 발생 과정에서 작용하는 JAK1과 JAK2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치료제다. 2023년 국내 최초로 성인 중증 원형탈모 치료 적응증을 허가받은 데 이어 지난 7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급여 대상은 전신 스테로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 등 기존 치료제를 3개월 이상 투여했는데도 SALT 점수가 30% 이상 감소하지 않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성인 환자다. 이 가운데 SALT 50 이상이거나, 눈썹과 속눈썹이 모두 소실되는 등 명확한 단절이 있으면서 SALT 20 이상 50 미만인 환자에게 급여가 인정된다.
SALT(Severity of Alopecia Tool)는 전체 두피 면적에서 탈모가 차지하는 비율을 평가하는 지표다. SALT 0은 두피 탈모가 없는 상태, SALT 100은 두피 모발이 모두 소실된 상태를 뜻한다. 투여 36주째 평가에서 SALT 20 이하를 달성하면 급여를 계속 적용받을 수 있으며, 이후 6개월마다 평가 결과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해 최대 2년까지 급여가 인정된다.
“외모 문제 아닌 만성 자가면역질환”…재발·삶의 질 부담 커
이날 ‘중증 원형탈모의 질환 이해 및 치료법’을 주제로 발표한 김상석 교수는 원형탈모를 단순한 외모나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경과를 보이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모낭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특수한 면역 환경을 갖고 있다. 이를 ‘면역특권’이라고 한다. 유전적 요인과 감염, 외상, 스트레스 등 다양한 유발 요인으로 모낭의 면역특권이 무너지면 T세포를 비롯한 면역세포가 모낭 주변으로 침윤해 모낭을 공격하고, 결과적으로 모발이 빠지게 된다.
원형탈모는 경계가 명확한 원형 또는 타원형의 탈모반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탈모반이 여러 부위로 확대되거나 두피 전체의 모발이 소실되는 전두탈모, 두피를 넘어 전신의 털이 빠지는 전신탈모로 진행할 수 있다. 두피뿐 아니라 눈썹과 속눈썹, 수염 등 털이 있는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질환의 또 다른 특징은 향후 경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치료 후 모발이 다시 자라더라도 갑자기 악화되거나 재발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 다시 탈모가 진행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원형탈모는 좋아졌다가도 다시 악화할 수 있고, 좋아진 상태를 유지하다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앞으로의 경과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환자와 의료진이 장기간 질환의 변화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발표에서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원형탈모 환자의 약 85%가 재발을 경험할 수 있으며, 절반 이상은 치료 후 1년 이내에도 재발할 수 있다. 특히 두피 모발 대부분이 빠진 전두탈모나 전신탈모 등 중증 환자는 기존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해도 완전한 모발 재성장을 얻는 비율이 낮았다.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긴 유병기간과 넓은 탈모 범위가 꼽혔다. 원형탈모를 앓은 기간이 길수록 치료 저항성이 커질 수 있으며, 가족력이나 아토피질환이 있거나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 손발톱 변화가 동반된 경우에도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질환과 류마티스질환,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자가면역·염증성 질환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원형탈모를 단순히 모발이 빠지는 피부 증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임상 양상과 모발 당김검사, 피부확대경검사 등을 토대로 진단하고, 필요하면 조직검사와 갑상선기능검사 등을 병행해야 한다.
중증도를 판단할 때는 탈모 면적과 함께 환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질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SALT 50 이상을 중증 원형탈모로 평가하지만, 탈모 면적만으로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 전문가 합의 기준에서는 SALT 50 이상을 중증으로 분류하는 한편, SALT 20∼49인 환자도 삶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됐거나 눈썹·속눈썹 침범, 높은 질환 활성도, 적극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 등이 확인되면 중증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SALT 점수라도 탈모 부위와 헤어스타일 등에 따라 환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머리카락이 긴 환자는 스타일링으로 탈모반을 가릴 수 있지만, 짧은 머리를 유지하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SALT 점수에서도 탈모가 외부로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환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모발 소실에 그치지 않는다. 탈모 부위를 숨기기 위해 고가의 가발을 구매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며, 외출이나 출근 전 탈모를 가리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한다. 가발을 벗어야 하는 진료 과정에서도 주변 사람이 탈모 사실을 알게 될까 불안해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원형탈모 환자가 겪는 고통은 단순히 모발이 빠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외모 변화로 인한 자존감 저하와 대인관계 위축, 사회생활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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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특이적 면역억제에서 JAK 표적치료로…36주 이후에도 반응 증가
원형탈모 치료에는 오랫동안 국소·전신 스테로이드와 미녹시딜, 국소 면역요법인 DPCP, 사이클로스포린과 광선치료 등이 사용됐다. 그러나 일부 기존 치료는 원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장기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 부담이 있었다.
원형탈모 발생 과정에서 인터페론 감마와 인터루킨-15 등 사이토카인이 JAK-STAT 신호전달경로를 통해 면역반응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질환 기전에 관여하는 JAK 신호를 억제해 면역세포의 모낭 공격을 줄이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한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질환 기전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비특이적인 면역억제 치료를 주로 사용했다”며 “JAK 억제제의 등장으로 원형탈모에서도 질환 발생 기전에 기반한 표적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장용현 교수는 이어진 발표에서 올루미언트의 임상적 근거와 급여 적용의 의미를 소개했다. 올루미언트는 JAK1과 JAK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저분자화합물로, 원형탈모 발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의 세포 내 신호전달을 차단한다.
주요 근거는 성인 중증 원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BRAVE-AA1·AA2 연구다. 두 연구에는 SALT 50 이상의 중증 환자가 주로 참여했으며, 전체 참여자의 53.2%는 SALT 95 이상의 매우 중증인 환자였다. 평균 SALT 점수는 약 96으로, 두피 모발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였다. 평균 연령은 약 37세, 평균 원형탈모 유병기간은 약 12년이었다.
두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치료 36주째 SALT 20 이하를 달성한 환자의 비율이었다. 이는 두피 탈모 면적이 20% 이하로 줄어 임상적으로 수용할 만한 두피 모발 상태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올루미언트 4mg 투여군의 36주째 SALT 20 이하 달성률은 BRAVE-AA1에서 38.8%, BRAVE-AA2에서 35.9%로 나타났다. 위약군은 각각 6.2%, 3.3%였다. 기저치와 비교해 SALT 점수가 50% 이상 개선된 환자의 비율도 약 46∼47%로 확인됐다. 해당 3상 연구의 주요 수치는 앞서 발표된 임상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두피 모발뿐 아니라 눈썹과 속눈썹에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눈썹과 속눈썹은 외모뿐 아니라 땀이나 먼지,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중증 원형탈모 환자에게 눈썹·속눈썹 재성장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다.
치료 반응은 36주에서 멈추지 않았다. 52주 추적 결과에서는 SALT 20 이하 달성률이 36주보다 더 증가했다. 일부 환자는 빠르게 반응했지만, 치료를 지속하면서 점진적으로 호전되거나 비교적 늦게 반응하는 환자도 확인됐다.
장 교수는 피부 염증과 달리 모발은 다시 성장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은 치료 후 16주 전후에 반응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형탈모는 모발 재성장 속도를 고려해 더 긴 관찰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원형탈모 환자 가운데는 조기에 반응하는 환자뿐 아니라 점진적으로 좋아지는 환자와 늦게 반응하는 환자도 있다”며 “이 같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지 않도록 충분한 평가기간을 확보하고 급여 기준도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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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단 후 재발 우려…“급여는 치료 환경 개선의 출발점”
올루미언트 급여는 중증 원형탈모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SALT 50 이상만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눈썹과 속눈썹 소실 등 두피 밖의 질환 부담이 명확한 일부 SALT 20∼49 환자를 포함한 것은 환자가 실제로 겪는 중증도를 반영한 기준으로 평가됐다.
2026년 1월부터 시행된 제9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9)에 원형탈모의 중증도를 구분하는 세분화 코드가 도입된 점도 치료 환경 변화의 기반이 됐다. 기존에는 전두탈모나 전신탈모 등 형태를 중심으로 분류했지만, 새로운 체계에서는 원형탈모를 경증·중등도·중증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장 교수는 중증도 세분화 코드가 실제 중증 환자의 규모와 치료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보험재정 영향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L63.82가 중증 원형탈모 코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급여 적용만으로 모든 치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과제는 최대 2년으로 설정된 급여기간이다.
장 교수가 소개한 치료 중단 연구에서는 약물 투여로 모발이 충분히 재성장한 환자라도 치료를 중단하면 상당수에서 다시 탈모가 발생했다. 투여 용량과 관계없이 유사한 재발 양상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원형탈모가 완치 후 치료를 종료하는 질환이라기보다 지속적인 조절이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의미다.
장 교수는 “모발이 다시 자란 환자가 약물 중단 후 재발하면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보다 더 큰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다”며 “효과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2년 이후에도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학회와 회사, 보건당국이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여 시행 전부터 본인 부담으로 올루미언트를 복용했던 환자의 경과규정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혔다. 이들 환자가 급여로 전환하려면 투여 시작 당시 현행 급여 대상에 해당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투여기간이 36주를 넘었다면 36주째 평가 결과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급여 시행 전에는 SALT 점수나 임상 사진을 의무적으로 남겨야 할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치료로 이미 모발이 자란 환자는 과거의 중증 상태를 입증하기 어렵고, 병원을 옮겼거나 과거 사진과 기록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도 급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장 교수는 “과거에는 어떤 급여 기준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었고 비급여 치료 과정에서 SALT 점수나 사진을 반드시 남겨야 할 의무도 없었다”며 “이미 치료 효과를 얻은 환자가 과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급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별도의 전환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객관적인 임상 상태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입증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사례별 인정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인에 이어 청소년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문제도 남았다. 올루미언트는 지난 6월 국내에서 만 12세 이상 청소년 중증 원형탈모 환자까지 허가 범위를 넓혔지만, 이번 급여는 성인 환자에 한정됐다. 청소년기는 외모 변화가 학교생활과 또래관계, 가족 전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후속 급여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여러 JAK 억제제가 원형탈모 치료에 진입함에 따라 환자별 반응에 맞춘 약제 전환을 보장하는 문제도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같은 계열의 약이라도 억제하는 JAK 신호와 환자별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약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다른 치료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급여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원형탈모를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피부염처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정하고 산정특례 적용 가능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창훈 교수는 “그동안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치료 옵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JAK 억제제와 같은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료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올루미언트 급여는 중증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태현 한국릴리 면역사업부 전무는 “이번 급여는 중증 원형탈모가 자가면역질환이자 중증 질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학회와 의료진, 환자단체가 지속해서 노력한 결과”라며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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