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톺아보기] ㊹ 5000만개 팔린 ‘과즙 틴트’, 롬앤의 색을 만들다
쥬시 래스팅 틴트, 광택·착색 균형과 소비자 중심 컬러 확장으로 8년간 성장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06 06:00   수정 2026.07.06 06:01

립 메이크업은 유행 변화가 빠른 품목이다. 계절마다 선호 색상이 달라지고 매트와 글로시 사이에서 제형의 중심축도 끊임없이 이동한다. 신제품이 쉼 없이 쏟아지는 만큼 한 제품이 오랜 기간 판매 순위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롬앤의 ‘쥬시 래스팅 틴트’가 해냈다.

쥬시 래스팅 틴트는 ㈜아이패밀리SC가 뷰티 크리에이터 민새롬과 손잡고 론칭한 롬앤이 2017년 출시한 제품이다. 신생 브랜드였던 롬앤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알리며 ‘색조장인’이란 멋진 별명까지 안겨 준 쥬시 래스팅 틴트. 롬앤의 컬러 감각과 소비자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상품으로, 리뉴얼 제품인 ‘더 쥬시 래스팅 틴트’를 포함한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넘어선 글로벌 베스트 셀러다. 롬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립 카테고리의 실질적인 중심축으로, 전 제품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외 유통·리뷰 채널에서도 그 성과가 드러난다. 2021년 올리브영 립 메이크업 부문 ‘MD’s Pick’에 선정된 데 이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올리브영 어워즈 립 메이크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상반기엔 일본 뷰티 리뷰 플랫폼 LIPS의 베스트 코스메틱 어워즈 립틴트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과일의 색감과 질감을 제품에 옮기고, 소비자의 언어로 컬러를 넓혀온 롬앤 ‘더 쥬시 래스팅 틴트’. ⓒ아이패밀리에스씨


물광과 매트 사이에서 찾은 ‘과즙감’

쥬시 래스팅 틴트의 출발점은 기존 틴트를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겪던 불편이었다. 바른 컬러 그대로 착색되지 않는 발색 문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광택감 문제가 대표적이다. 롬앤은 바른 색에 가깝게 선명하게 착색되면서도 윤기가 오래 이어지는 제품을 개발 목표로 삼았다.

당시 립틴트 시장은 촉촉한 물광 제형과 보송한 매트 제형이 양분하고 있었다. 롬앤은 두 영역 중 하나를 택하는 대신, 그 사이에 ‘과즙감’이라는 새로운 질감 개념을 제시했다. 선명한 색이 입술에 남으면서 표면엔 과일즙을 머금은 듯한 광택이 차오르는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 콘셉트는 제품명과 비주얼, 컬러 네이밍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다. 쥬쥬브, 피그피그, 베어그레이프 등은 소비자가 이름만 보고도 색과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도록 만든 사례다. 과일의 익은 정도와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한 색 차이를 립 컬러로 옮기면서 제품 선택 과정에도 감각적인 요소를 더했다.

사진과 영상에서 특유의 광택감이 잘 드러나게 한 것도 제품 기획 단계부터 고려한 점이다. 선명한 발색과 표면의 윤기는 이미지와 짧은 영상에서도 쉽게 표현된다. 롬앤은 ‘콘텐덕트’ 방식을 도입해 제품과 콘텐츠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제품의 발색과 광택이 곧바로 콘텐츠 소재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공유를 이끌었고, 이는 제품 인지도 확대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오르는 광택

시간이 지날수록 광택이 더욱 도톰하게 올라오는 제형은 쥬시 래스팅 틴트의 시그니처다. 핵심은 유분과 수분의 균형에 있다. 일반적으로 수분감을 높이면 제형이 흐르거나 지속력이 약해질 수 있고, 밀착력을 강화하면 건조함이 커지는 상충 관계(trade-off)가 발생한다.

쥬시 래스팅 틴트는 두 요소가 동시에 강하게 나타나도록 하기보다 시간차를 두는 방식을 택했다. 도포 직후엔 수분감이 먼저 느껴지며 제형이 입술에 밀착되고, 이후 유분이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윤기가 점차 선명해진다. 롬앤은 이 특성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탕후루 광택’이라고 이름 지었다.

발색과 광택의 강도를 무조건 높이는 방식도 피했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면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주 사용층인 18~24세 소비자가 선호하는 발색 농도와 광택 수준을 파악한 뒤, 두 요소가 무리 없이 공존하는 지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능의 최대치를 내세우기보다 실제 사용 빈도를 높일 수 있는 감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제품은 두 차례 큰 변화를 거쳤다. 2018년 롬앤이 브랜드 타깃과 로고를 재정비하면서 용기를 변경했으며, 2024년엔 제품명을 ‘더 쥬시 래스팅 틴트’로 바꾸고 용기와 제형을 함께 손봤다. 기존 제품을 장기간 운영하며 축적한 의견을 반영해 광택감을 강화하고, 색이 보다 고르게 착색되도록 완성도를 높였다.


 

다양한 색상과 감각적인 비주얼에 롬앤의 컬러 철학이 담겨 있다. 


웜·쿨을 넘어 소비자의 언어로

쥬시 래스팅 틴트의 성장에서 제형만큼 큰 역할을 한 요소는 컬러다. 첫 출시 당시 국내 립 시장은 핑크와 레드, 오렌지 등 따뜻하고 선명한 색이 주류를 이뤘다. 롬앤은 쿨톤뿐 아니라 채도가 낮고 차분한 색까지 제품군에 포함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롬앤의 컬러 확장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유행을 제시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시장 흐름을 참고하되 소비자가 원하는 색을 직접 듣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새 컬러가 출시될 때마다 기존 사용자가 다시 제품을 찾았고, 세분화된 선택지는 신규 고객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롬앤은 ‘컬러에 진심인 브랜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기획 기준도 소비자의 색상 인식 변화에 맞춰 세밀해졌다. 초기엔 웜톤과 쿨톤이라는 큰 구분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봄웜, 여쿨, 여름뮤트 등 계절형 퍼스널컬러로 범위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멀멀, 뮤트, 모브처럼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을 제품 개발 언어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베어그레이프는 제품 전체를 대표하는 히어로 컬러로 성장했다. 롬앤은 이 컬러를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판매 활동을 전개하며 제품 자체의 인지도를 꾸준히 끌어올렸다. 하나의 인기 색상이 소비자를 유입시키고, 다양한 후속 컬러가 재구매를 이끄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제품 수명도 함께 길어졌다.

영감이 되는 소재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엔 과일의 색감과 질감을 비주얼과 컬러 네이밍에 일관되게 반영했다면, 이제는 ‘레어’ ‘밀크’ ‘두유’처럼 색의 농도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소재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오브제는 컬러를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색과 질감, 제품을 바른 뒤의 이미지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롬앤은 유럽·남미 유통망을 강화하며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서 확인한 가능성, 유럽·남미로 확장

해외 시장 가운데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주요 고객층은 국내와 비슷한 18~24세 소비자로, K-뷰티와 한국의 색조 트렌드에 관심이 높은 세대다. 대규모 마케팅보다 제품력과 사용 후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자생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도 일본 시장에서 거둔 성과에 의미를 더한다.

시장별 인기 색상엔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선 ‘베어그레이프’ ‘누카다미아’처럼 채도가 낮고 부드러운 MLBB 계열이 선호된다. 반면 중국과 미국, 동남아시아에선 ‘잇도토리’ ‘체리밤’처럼 발색이 강하고 채도가 높은 색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좋다. 사진과 영상에서 색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제품이 콘텐츠에서도 주목받는 시장이다.
일본에서 확인한 성장 가능성은 유럽과 남미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여러 국가에 진출한 만큼, 이제 주요국 오프라인 채널까지 판매 접점을 넓히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남미는 K-문화가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다.

특유의 컬러감이 강점인 롬앤이지만, 쥬시 래스팅 틴트의 5000만개 판매 비결을 단순히 ‘인기색’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존 제품의 불편에서 출발한 제형 설계, 과즙감이라는 독자적인 콘셉트, 소비자 언어를 반영한 컬러 확장, 장기간 축적된 의견을 적용한 리뉴얼 등 모든 단계가 맞물려 있다. 롬앤 브랜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과 영업까지 소비자 중심의 가치를 유지하며, 일상에서 친근하게 소통하는 ‘롬앤베스티(rom&nd Bestie)’로 브랜드 관계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함께 성장해온 롬앤의 다음 발자취는 어떤 색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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