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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치료제 경쟁의 무게중심이 표적 유전자 억제에서 전달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간 표적 전달에서는 GalNAc 기반 기술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가운데, 중추신경계(CNS)에서는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넘는 전달 플랫폼이 다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가 이 영역에서 초기 가능성을 보였다. 공동 연구개발 협력사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가 TIDES USA 2026에서 그랩바디-B를 활용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다.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대표 이상훈)는 아이오니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TIDES USA 2026: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 펩타이드 치료제(Oligonucleotide & Peptide Therapeutics)’에 참석해 그랩바디-B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TIDES USA 2026은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행사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및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의 최신 연구 성과와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다.
아이오니스의 히엔 자오(Hien Zhao) 부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IGF1R 수용체를 활용한 안티센스 치료제 전달 기술(Leveraging IGF1R Receptor for Antisense Delivery)’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의 BBB 투과를 위한 유망 기술 중 하나로 그랩바디-B를 소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아이오니스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의 일종인 siRNA(small interfering RNA)와 그랩바디-B 접합체를 정맥 투여한 결과 대뇌, 선조체, 시상, 소뇌 등 주요 뇌 부위에서 용량 의존적인 표적 유전자 발현 감소가 확인됐다.
소뇌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위다. 소뇌는 운동 기능과 관련이 깊고, 일부 퇴행성 뇌질환 및 운동실조 질환에서 중요한 뇌 부위로 꼽힌다. 기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는 BBB와 뇌 심부 영역 전달 한계로 인해 적용 범위가 제한돼 왔다. 이번 결과는 소뇌를 포함한 주요 뇌 영역으로 치료제를 전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NA 치료제는 최근 희귀질환을 넘어 대규모 만성질환 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이오니스는 GalNAc 기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왔으며, 와이누아(Wainua, eplontersen), 트린골자(Tryngolza, olezarsen), 다운제라(Dawnzera, donidalorsen) 등 RNA 표적 치료제를 승인 단계에 올린 경험을 갖고 있다.
GalNAc 기반 전달 기술은 간세포의 아시아로당단백질 수용체(ASGPR)를 활용해 표적 조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효과를 더 낮은 용량에서 달성할 수 있어 비특이적 조직 노출과 관련된 안전성 부담을 낮추는 기술로 평가된다. RNA 치료제 개발에서 전달 기술이 효능뿐 아니라 안전성 구조까지 바꾸는 핵심 요소로 부상한 배경이다.
다만 CNS는 간 표적 치료제와 다른 과제를 가진다. 간에서는 GalNAc를 활용한 표적 전달 전략이 확립돼 왔지만, CNS는 BBB라는 별도 장벽이 존재한다. 현재 승인된 일부 CNS ASO 치료제는 척수강 내(intrathecal) 투여 방식으로 개발됐지만, 정맥 투여를 통해 뇌 주요 영역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은 여전히 중요한 개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발표는 그랩바디-B의 적용 범위가 항체 치료제 전달을 넘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 전달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확인한 초기 연구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맥 투여 후 소뇌를 포함한 주요 뇌 부위에서 표적 유전자 발현 감소가 관찰됐다는 점은 CNS 질환 치료제 개발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RNA 치료제의 안전성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독성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최근에는 용량, 제형, 투여 경로, 조직 노출, 이온 환경 등을 포함해 독성을 설계 단계에서 통제하는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전달 효율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약물 노출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안전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오니스의 스콧 헨리(Scott Henry) 수석부사장은 앞서 바이오코리아 2026에서 “GalNAc 기반 전달 기술은 효능 향상을 넘어 약물 노출 자체를 낮추며 독성의 구조를 바꾼 전환점”이라며 “안전성은 더 이상 투여량이 아니라, 표적 조직으로의 전달 효율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그랩바디-B는 CNS RNA 치료제 개발에서 전달 효율과 안전성 설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목된다. 다만 이번 연구는 비임상 단계 결과다. 표적 유전자명, 동물종, 투여 용량, 발현 감소율, 지속 기간 등 세부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실제 임상적 유효성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아이오니스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랩바디-B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 전달 기술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현재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연구에서 근육과 심장 등 말초 조직으로의 전달 가능성도 확인한 만큼, 관련 질환 영역으로의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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