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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뷰티 시장에서 할랄은 더 이상 틈새 인증에 머물지 않고 있다. 소비자 인식은 이미 높지만 실제 제품 시장의 할랄 표시는 부족한 상황에서, 브랜드 경쟁력은 인증 여부를 넘어 효능과 성분 출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민텔(Mintel)은 중동 뷰티 시장에서 원료 출처와 제조 공정, 알코올 사용 여부 등을 할랄 기준에 맞게 관리하는 일이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는 진입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할랄 기준 충족에 더해 고성능 포뮬러와 현지 기후에 맞는 사용감, 투명한 증빙 체계가 갖춰져야 소비자의 구매를 견인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수요는 큰데 제품은 부족
중동 시장에서 할랄 뷰티에 대한 인식은 이미 형성돼 있다. 민텔에 따르면 사우디 성인 58%는 할랄 뷰티를 들어봤고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식품의약청(SFDA)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북아프리카·튀르키예(MENAT) 지역에서 할랄 인증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콜라겐처럼 민감한 원료를 쓰거나 해당 지역 진출을 준비하는 브랜드에는 인증 검토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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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제품 시장에서 할랄을 앞세운 제품은 아직 많지 않다. 민텔 GNPD 조사에 따르면 2025년 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중동 뷰티·퍼스널케어 신제품 중 할랄 클레임을 내건 제품은 1%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비건·무동물성 원료 클레임은 16%, 동물윤리 클레임은 17%였다. 2021년 이후 비건 클레임은 66%, 동물윤리 클레임은 52% 증가했다. 이는 완벽하게 검증된 할랄 제품을 충분히 찾지 못한 소비자들이 성분의 안전성과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건이나 크루얼티 프리 제품을 차선책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텔은 할랄 인증 비용과 복잡한 절차, 단일한 글로벌 기준의 부재가 제품 출시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국가와 인증기관에 따라 요구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는 원료 출처와 제조 공정, 알코올 사용 여부, 교차오염 관리까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준비를 마친 브랜드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다. 할랄 제품 선택지가 부족한 시장에서 성분 기준과 제조 과정을 먼저 설명할 수 있다면, 소비자와 유통사 모두에게 명확한 선택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중동 시장 대응 과정에서 갖춘 원료 검증 체계도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다른 무슬림 시장으로 확장할 때 활용할 수 있다.
K-뷰티 브랜드 블랑네이처(Blanc Nature)는 이 같은 포인트를 활용해 무슬림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 뷰티월드(Beautyworld Dubai 2025)에서 첫선을 보인 이 브랜드는 JAKIM 인증 전부터 ‘비할랄 동물 유래 성분을 쓰지 않는다’는 기준을 최우선으로 공개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신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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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은 거름망, 구매는 '보이는 효능'
민텔 조사에서 사우디 소비자의 31%는 과거 뷰티·퍼스널케어 제품 사용을 중단한 이유로 '약속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서'를 꼽았다. '성분이 내 가치관과 맞지 않아서'라는 응답은 16%였다. 할랄이 '거름망' 역할을 한다면 다음 단계인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기준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다.
현지 브랜드 므라야(Mraya)는 이런 시장의 생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므라야는 할랄 친화적인 포지셔닝에 제약 기반의 민감성 피부 전용 포뮬러를 결합했다. 할랄을 단독 메시지로 앞세우는 대신, 피부 건강과 가시적인 개선 효과를 함께 강조했다. 이는 종교적 안심과 과학적 신뢰를 동시에 제공하는 전략이다.
민텔은 할랄이 점차 시장의 기본 기대치가 될수록 브랜드가 '할랄 플러스'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할랄 플러스는 강력한 인증 기반 위에 독보적인 성능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바이오테크 활성 성분, 롱제비티(Longevity) 스킨케어, 중동 기후에 최적화된 텍스처, 향 지속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무알코올 향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해석이 필요하다. 중동에서 무알코올 향수는 할랄 기준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선택지지만, 피부 자극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민감성 피부와 장벽 케어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
오레벨라(Ôrəbella)와 입생로랑(YSL)이 무알코올 향수를 프레스티지 라인에서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 브랜드는 알코올을 줄인 포맷을 앞세우면서도 향수의 사용감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함께 강조했다. 무알코올 향수가 피부 부담을 줄인 프리미엄 향수로 어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무알코올 향수가 중동에서 살아남으려면 압도적인 발향과 확산감, 지속력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MENA 지역 소비자에게 향의 지속력은 제품의 등급을 나누는 결정적 기준이다. 더운 날씨에 맞춘 레이어링부터 오래 지속되는 이브닝 향까지, 기존 알코올 기반 향수와 동등한 지속력을 입증할 수 있는 무알코올 포뮬러는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민텔은 강조했다.
출처와 증빙이 만드는 신뢰
할랄이라고 해서 동물 유래 성분을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다. 중동 소비자가 우려하는 지점은 동물 유래 성분 자체보다 그 성분이 할랄 기준에 맞는 원료에서 나왔는지, 처리 과정도 할랄 기준을 따랐는지 여부다. 콜라겐, 비프 탤로, 골수 같은 동물 유래 활성 성분도 출처와 처리 과정을 명확히 제시하면 효능을 앞세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낙타 유래 원료가 대표적이다. 낙타는 중동 소비자에게 익숙한 동물이고, 낙타 콜라겐은 안정성과 아미노산 구성 면에서 소·해양 콜라겐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헤어케어 브랜드 나즐리(Nazly)는 이 지점을 공략해 낙타 골수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동물 유래 성분이지만 지역 소비자에게 익숙한 원료를 선택해 할랄 적합성과 모발 효능을 함께 어필했다.
중동 시장을 겨냥해 원료 출처와 제조 공정을 정리한 브랜드는 동남아시아 등 다른 무슬림 시장으로도 대응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6년 10월부터 화장품 할랄 인증을 의무화한다.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과 사우디 할랄 센터의 협력도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의 와르다(Wardah)와 말레이시아 JAKIM 승인을 받은 사피(Safi)는 할랄 인증을 특정 소비층을 위한 종교적 표시가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는 기준으로 확장한 사례다.
소비자에게 검증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선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우디 성인 73%는 ‘소셜미디어가 뷰티·그루밍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알리야 파티마(Aliya Fatima) 같은 무슬림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면 할랄 제품을 프리미엄 미감과 연결된 선택지로 전달할 수 있다. 라마단이나 이드 시즌 콘텐츠 안에서 성분 정보와 QR 링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검증 정보의 접근성도 높아진다.
민텔은 "걸프 지역을 위해 구축한 할랄 컴플라이언스는 동남아시아와 디아스포라 지역의 더 큰 무슬림 시장 접근까지 열 수 있다"며 "지역의 할랄 규범과 걸프 시장의 특수한 수요를 함께 이해한 브랜드가 빠르게 혁신하고 유통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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