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키트루다, 새 타깃 아닌 '조합·구조 설계'에서 나온다
면역항암제 경쟁, 타깃 발굴 → 임상 전략 → 이중 작용·플랫폼 설계
단일 PD-1/PD-L1 한계, ADC·bsADC로 확장
환자 선별·임상 설계가 키트루다 vs 옵디보 승패 결정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10 06:00   수정 2026.04.10 06:14
에이피트바이오 한용해 공동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

“새로운 면역항암제 타깃을 찾는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는 그 타깃을 어떻게 조합하고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에이피트바이오 한용해 공동대표는 8일 수원 아주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열린 약과학연구소 ‘PharmaVision–IntegraPharma 세미나 시리즈(신약개발 전주기 통합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신약개발, 남들의 성공에서 무얼 배울까? - 면역항암제 전쟁’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면역항암제 개발 흐름을 ‘발견’에서 ‘임상 설계’, ‘플랫폼 설계’로 구분하며, 현재 산업은 세 번째 단계인 플랫폼 설계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CTLA-4가 면역관문억제제 시대를 연 발견의 전환점이었다면, PD-1 경쟁에서는 임상 설계와 환자 선별, 규제 전략이 시장의 승패를 갈랐다. 지금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조합과 분자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플랫폼 경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즉, 더 이상 새로운 타깃을 찾는 것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고, 같은 표적을 어떤 환자군에, 어떤 구조로, 어떤 조합으로 적용하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면역항암제는 같은 타깃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다수”라며 “한국 기업도 타깃 발굴 중심에서 벗어나, 임상과 바이오마커, 분자 구조 설계를 통합한 플랫폼 전략으로 전환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 타깃 한계, 복합 기전·이중항체로 극복

현재 면역항암제 개발은 단일 PD-1/PD-L1 억제제 한계를 넘어 조합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이중 작용을 구현하는 PD-1 기반 이중특이항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사례는 중국 아케소(Akeso)와 미국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가 공동 개발 중인 PD-1×VEGF 이중특이항체 ‘이보네시맙(Ivonescimab)’이다.

2024년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발표된 HARMONi-2 3상 결과에 따르면, 이보네시맙은 1차 PD-L1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MSD(미국 머크)의 키트루다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중앙값 무진행생존기간은 11.14개월로 키트루다의 5.82개월 대비 약 2배 가까이 길었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49% 감소했다(HR 0.51, 95% CI 0.38–0.69, p<0.0001).

이보네시맙은 PD-1 차단을 통한 T세포 활성화와 VEGF 억제를 통한 종양 미세환경 개선을 하나의 항체 구조 내에서 동시에 구현하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이는 단순 병용요법을 넘어, 분자 설계 자체로 복합 기전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허가된 이중특이항체는 주로 CD3 기반 T세포 유도형 계열이 중심이며, PD-1/PD-L1 기반 이중특이항체는 이보네시맙 외 대부분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대표는 “이제는 단일 기전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면역항암제는 어떤 기전을 조합하고, 이를 하나의 구조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구조 설계, ADC와 bsADC로 확장…치고 나가는 중국

최근 구조 설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PD-L1을 기반으로 한 ADC(항체-약물접합체)와 bsADC(이중특이항체-약물접합체)가 대표적인 확장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PD-L1×TROP2 △PD-L1×B7-H3 △PD-L1×CD47 △PD-L1×EGFR 등 다양한 조합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토포이소머레이스 I 억제제나 MMAE와 같은 페이로드를 결합해, 면역관문 조절과 직접적인 세포독성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일부 환자에서만 반응하고 내성이 발생하는 기존 PD-1/PD-L1 억제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접근으로, 면역 활성화에 더해 종양세포를 직접 제거하려는 설계 방식이다.

이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듀얼리티 바이오로직스(Duality Biologics), 씨스톤 파마슈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 등은 초기 임상과 전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bsADC와 ADC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며 “기존에는 타깃을 먼저 발견한 기업이 유리했지만, 이제는 구조 설계 역량에 따라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단계”라고 말했다.

승패 가른 '임상 설계'…키트루다 vs 옵디보의 교훈

구조 설계 경쟁은 같은 PD-1 타깃을 두고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초기 경쟁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MSD의 키트루다와 BMS의 옵디보다.

MSD는 초기 대규모 1상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임상 신호를 확보했다. 초기 프로그램 규모가 약 1260명이었으며, 이후 1차 비소세포폐암에서는 PD-L1 발현(TPS) 50% 이상 환자를 선별하는 전략을 적용했다.

이 전략은 실제 임상 성과로 이어졌다. KEYNOTE-024 연구에서 키트루다는 PD-L1 TPS 50% 이상,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40% 낮췄다(HR 0.60, 95% CI 0.41–0.89). 

반면 옵디보는 CheckMate-026에서 PD-L1 양성(1% 이상) 환자를 폭넓게 등록했고, PD-L1 5% 이상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1차 평가지표로 설정했지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같은 PD-1 타깃이라도 환자 선별과 임상 설계가 결과를 갈랐다. 

MSD는 여기에 규제 전략까지 더했다. 2013년 FDA 혁신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확보했고, 이후 롤링 리뷰를 거쳐 2014년 9월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한 대표는 “같은 PD-1 타깃이라도 어떤 환자군을 선택하고, 어떤 임상 설계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며 “신약개발 성공은 타깃뿐 아니라, 그 타깃을 어떻게 개발 전략으로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용해 대표는 지난 1월 에이피트바이오에 합류했다. 그는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학·석·박사를 마친 뒤 도쿄대, NIH,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를 거쳤으며, BMS에서 5개 글로벌 신약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엔지켐생명과학 대표, 대웅제약 연구본부장, CJ헬스케어 이노베이션센터장, HLB생명과학 대표 및 HLB그룹 CTO를 역임했다.

에이피트바이오는 항체 엔지니어링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홍효정 부사장의 30년 이상 연구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물성 특화 인간 합성 Fab 라이브러리 확장, 항체 발굴 효율화, 단일·이중항체 제작, 클로닝·발현·정제·분석까지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항-CD171(L1CAM) 단클론항체 ‘APB-A001’은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First-in-class CD171(L1CAM) ADC ‘APB-H101’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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