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요법] 흐릿해지는 기억력, '총명함'을 되찾는 한의학적 해법
뇌 노화 원인 '정·혈 부족·담음'…전신 균형에서 해답 찾다
공진단·경옥고·총명탕…‘뇌 안개’ 걷는 한방 솔루션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01 06:00   수정 2026.04.01 06:03

“어제 일은 가물가물, 옛날 일은 또렷?” : 뇌의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는 한의학적 지혜

기억력 감퇴, 피할 수 없는 ‘노화’가 아닌 ‘관리할 수 있는 흐름’

유덕주 경기 안양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한방재할의학과 전문의). ©유덕경희한의원

<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 들어가는 글 : "나잇값 하는 뇌, 관리하기 나름입니다"
"방금 뭘 가지러 왔더라?" 하며 냉장고 앞에서 멍하니 서 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분명히 손에 들고 있었는데 어디 뒀지?"라며 물건을 찾는다던지 혹은 잘 아는 사람 이름이 입가에서만 맴돌고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답답했던 적은요?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기억의 조각들 앞에서 대개 "나도 이제 다 됐구나" 하며 서글퍼하시곤 합니다. 동시에, 이것이 심해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에 덜컥 겁이 납니다. 혹시 치매는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병원을 찾으면 보통 "노화 현상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두뇌 활동을 하세요"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듣곤 하죠.

한의학은 이 '깜빡거림'을 단순한 뇌세포의 사멸, 즉 단순히 몸이 늙은 것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기억력은 우리 몸의 '정(精, 근본 에너지)'과 '혈(血, 영양분)'이 뇌라는 창고에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웰에이징의 핵심은 뇌세포의 절대 숫자보다는 남아 있는 뇌세포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길을 뚫어주고 연료를 채워주는 데 있습니다.

기억력의 감퇴는 뇌라는 거대한 도서관 서가 사이에 먼지 및 통로의 방해물이 쌓여(노폐물) 길이 막혀 책을 찾지 못하고, 불이 꺼져가는(영양분 고갈) 상태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단순히 세월 탓만 하며 손 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고, 방해물을 치우고 먼지를 털어내어 다시 총명해질 수 있는 적극적인 길을 제시합니다.

오늘은 뇌에 낀 안개와 먼지를 걷어내고, 어르신들의 일상을 다시 총명하게 밝혀줄 한의학의 비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 기억력 감퇴의 서양의학적 시선 : "뇌세포의 위축과 신경전달물질의 고갈"
서양의학에서 기억력은 뇌의 '해마'와 '전두엽'이라는 특정 부위의 담당입니다. 기억력 감퇴는 이 부위의 세포들이 점차 줄어들거나,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아세틸콜린' 같은 물질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합니다.

베타 아밀로이드(노폐물)의 축적 : 뇌 속에 일종의 '쓰레기 단백질'이 쌓여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현상입니다. 많은 경우에 해당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주범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혈관성 요인 : 고혈압이나 당뇨로 인해 뇌로 가는 미세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겨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또한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인해 뇌신경세포의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하면 이로 인해 혈관성 치매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를 직접적으로 공격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방해합니다.

결국 서양의학적인 관점은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하거나, 혈관을 관리하여 악화를 막고 현상을 유지 하는 데 집중돼 있습니다.


■ 기억력 감퇴를 바라보는 한의학적 시선: "뇌의 안개를 걷어내고, 심장을 튼튼하게 해 근본 에너지를 채우다“
한의학에서는 뇌를 '정수(精髓)의 바다(腦爲髓海)'라고 부릅니다. 정수(精髓)라 함은 앞서 들어가는 글에서 말했던 정(精)이 모여있는 곳, 몸의 근본 에너지 같은 엑기스들이 모인 것이고, 이러한 정수가 크게 모여 뇌에서 바다를 이룬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 바다가 마르거나 노폐물이 쌓여 탁해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뇌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장기가 바로 심장입니다. 감정이 요동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아프다’, 설레이거나 긴장될 때 ‘심장이 뛴다’라는 표현 많이 들어보셨지요? 실제로 뇌에서 느끼는 감정변화가 가장 많이 드러나는게 심장이고요. 그만큼 우리 몸에서 ‘뇌’는 ‘심장’과 매우 친한 사이여서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 받는다고 보았습니다.

1. 바닥난 뇌의 연료, 배터리의 방전. (신정부족, 腎精不足)
한의학에서 신장(腎)은 우리 몸의 정수(엑기스)를 저장하는 근본배터리입니다. 우리 몸의 근본 배터리인 신장의 기운이 줄어들면, 뇌로 올라가는 진액(수분과 영양)이 마릅니다. 뇌가 건조해지면 예전에 저장된 기억은 남아있어도(장기기억), 새로 들어오는 정보를 기록할 '잉크'가 모자라 금방 잊어버리게(단기기억 저하) 됩니다. 마치 기름이 떨어진 등불처럼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2. 뇌와 심장에 끼어버린 눅눅한 안개, 노폐물. (담미심규, 痰迷心竅)
몸 안의 비정상적인 노폐물, 찌꺼기인 '담음(痰)'이 뇌의 통로를 막아버리는 경우입니다. 머리가 무겁고 멍하며,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생각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지 않는 전형적인 브레인 포그(Brain Fog) 상태입니다.

3. 심장의 불이 뇌를 괴롭히다 (심화상염, 心火上炎)
과도한 생각과 불안은 심장에 불을 지핍니다. 이 화기(火氣)가 머리로 치솟으면 뇌의 진액을 말려버립니다. 건망증과 함께 불면이나 가슴 두근거림이 동반된다면 마음의 화가 기억력을 갉아먹고 있는 상태입니다.

4. ‘혈’이 부족해서 배가 고픈 뇌 (심비혈허, 心脾血虛)
소화기가 약해 피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심장이 피를 보내주지 못하면 뇌는 굶주리게 됩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뇌세포는 기억을 저장할 힘조차 잃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뇌’ 자체만 바라보는 것보다 좀 더 넓은 시선에서 그와 관련된 ‘심장’이나 ‘신장’ 등을 함께 보는 전신적인 접근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억력 감퇴’와 ‘치매’ 관리에 있어 한의학적 관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한의학적인 평소 예방과 관리법 : "귀가 밝아지고 눈이 맑아지는 '총명'의 생활 습관"
기억력을 지키는 것은 뇌라는 도서관의 '청소'와 '연료 보충'을 병행하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한의학적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1. 식사 : 뇌를 깨우는 브레인 푸드, 검은 음식을 가까이하세요.

견과류와 블랙푸드 : 뇌의 모양을 닮은 호두와 신장의 정수를 보강하는 검은깨, 검은콩은 뇌의 연료를 채우는 훌륭한 간식이자 천연보약입니다.
절제된 소식 : 소화기에 습담(노폐물)이 쌓이면 머리가 탁해집니다. 배를 가볍게 유지해야 머리가 맑아집니다.
금주 : 지나친 술과 고량후미는 소화기에 ‘습담’을 불러와 뇌를 탁하게 만드는 주범이 됩니다. 과량의 음주은 뇌로 향하는 순환을 막아 블랙아웃(Blackout)을 불러오고, 이것이 기억력 감퇴로 이어지며, 알콜성 치매로 발전하기 쉬워집니다.
초석잠과 구기자 :'뇌를 위한 보약'이라 불리는 초석잠이나, 뇌의 열을 식히고 정을 채우는 구기자차는 기억력 감퇴 예방에 탁월합니다.

2. 수면 : 기록을 저장하는 시간
한의학적으로 밤은 '음(陰)'의 기운이 뇌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시간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에 기억했었던 정보를 정리하고 노폐물을 씻어냅니다. 11시 전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 뇌의 세척 시간을 확보하세요.

3. 운동 및 지압 : 손과 발을 자극해 뇌의 스위치를 켜세요. 씹는 것이 곧 공부입니다.
손끝 자극 : ‘손끝은 밖으로 나온 뇌’라는 표현이 있을정도로 손가락은 뇌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부위입니다. 손을 많이 움직이는 분들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고요. 젓가락질, 악기 연주, 뜨개질, 글씨 쓰기, 바둑 혹은 손가락을 강하게 마주치는 박수도 좋습니다. 이러한 손의 자극은 뇌 혈류량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백회, 사신총. ©https://www.kmcric.com/

저작운동 : 한의학에서 치아는 신장과 연결됩니다. 음식을 꼭꼭 씹는 행위는 뇌 혈류량을 즉각적으로 30~40% 이상 증가시킵니다. 틀니가 불편하시더라도 최대한 씹으려 노력하시고, 딱딱한 것보다는 찰진 음식을 오래 씹는 연습을 하세요. 동의보감에서는 ‘고치법’이라 해 입을 다물고 위아래 이를 부딪쳐 양생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역시 뇌의 신경을 자극해서 치매병을 예방해준다고 합니다.
지압 : 정수리 부근(백회, 사신총)을 자주 두드리거나 마사지해 주면 머리의 기혈 순환이 좋아져 정신이 번쩍 듭니다.

4. 금연 및 사회활동
금연 역시 중요한 예방법 중 하나입니다. 뇌의 활동은 머리에 공급되는 산소농도와 큰 연관성을 가집니다. 흡연은 뇌에 공급되는 산소농도를 줄여 뇌의 손상을 가속화하고, 한의학적으로는 흡연시 뜨거운 기운이 뇌의 정수를 말려 기억력 감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신경계는 활성화 될수록 퇴화하지 못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꾸준히 다른 사람과 사회활동을 하며 교류를 늘리는 것은 뇌에 지속적인 활성화를 가져와 기억력감퇴 및 치매를 예방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기억력을 되찾는 한의학적 솔루션

마음의 엔진을 조절하는 침과 뜸
심장의 화를 내리고 신장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목표로 한 침 치료를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에 뒷목 부위의 혈자리를 자극하면 마음을 안정시키고 뇌로 가는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대표적으로 완골, 천주와 같은 뒷목 혈자리와 함께, 앞서 언급한 정수리 부위의 백회, 사신총 등을 자극하면 좋습니다.

무너진 몸의 균형을 바로 세우고 뇌를 깨우는 전설의 명방

공진단. ©구글 AI

1. 공진단(拱辰丹) : “황제의 보약, 뇌로 가는 고속도로를 뚫고, 엔진을 깨우는 강력한 부스터"
사향의 개규(開竅, 막힌 구멍을 뚫는) 작용 : 공진단의 핵심인 '사향'은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힘이 매우 강합니다. 뇌혈관의 장벽을 통과해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뇌세포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줘, 안개 낀 것처럼 멍한 머리를 즉각적으로 맑게 해줍니다. 이렇기에 사향은 수험생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수승화강(水昇火降) : 머리의 뜨거운 화기는 내리고, 아래의 차가운 정기는 위로 올립니다. 컴퓨터가 과열되면 버벅거리듯, 화기로 뜨거워진 뇌를 식혀주어 기억 장치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습니다.

공진단은 "기력이 하나도 없고 자꾸 멍해진다"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느끼실 때 뇌의 불을 환하고 강력하게 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2. 경옥고(瓊玉膏) : 웰에이징의 명약, "뇌라는 밭에 촉촉한 단비를 내리는 은근하고 깊은 영양제"
진액 보충 : 인삼, 생지황, 백복령, 꿀을 72시간 이상 정성껏 달여 만든 경옥고는 마른 땅에 물을 대듯 우리 몸의 진액을 채워줍니다. 노화로 인해 뇌가 건조해지고 쪼그라드는 위축현상을 막아주는 촉촉한 보습제 역할을 합니다.

체력과 뇌력의 공조 : 기억력은 기초 체력이 뒷받침돼야 유지됩니다. 경옥고는 폐와 호흡기, 소화기를 튼튼히 해 뇌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지구력을 길러줍니다.

경옥고는 "쉽게 지치고 입이 마르며, 조금만 신경 써도 머리가 아프고 깜빡거린다"는 분들께 장기적인 뇌 보양책으로 아주 좋습니다.

3. 총명탕(聰明湯) : “뇌의 안개를 걷어내는 3대 총명약재”
원지(遠志) : “뜻을 멀리까지 간직하게 하다”

이름부터가 기억력을 위한 약재입니다. 심장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뇌에 쌓인 노폐물(담음)을 제거해 정신을 맑게 합니다. 특히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자꾸 소심해지고 잘 놀란다"고 느끼시는 어르신들께 좋습니다. 마음이 안정돼야 기억의 문도 열리는 법입니다.

석창포(石菖蒲) : "뇌의 통로를 여는 향기"
막힌 구멍을 열어준다는 '개규(開竅)' 작용이 탁월합니다. 특유의 상쾌한 향이 뇌로 전달돼 뇌 속의 안개를 순식간에 흩어버립니다. 귀가 잘 안 들리거나 눈이 침침해지면서 기억력이 떨어질 때 필수적인 약재입니다.

복신(茯神) : "마음의 뿌리를 단단하게"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복령 중에서도 나무뿌리를 꿰뚫고 자란 것을 말합니다. 심신을 안정시켜 깊은 잠을 자게 도와줍니다. 뇌는 잠자는 동안 청소되기 때문에, 복신은 뇌의 '야간 청소부' 역할을 해 다음 날 아침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 마무리하며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오며 뇌라는 도서관에 너무 많은 책을 채워 넣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의 몸이 ‘이제 좀 쉬면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보내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이제는 새로운 정보를 채우려 애쓰기보다, 도서관의 먼지를 털어내고, 지친 사서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줄 때입니다. 기억은 단순히 뇌에 새겨지는 글자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의 기운이 조화로울 때 맺히는 열매와 같습니다.

자극적인 정보 과부하에서 벗어나, 오늘은 따뜻한 구기자차 한 잔과 함께 깊은 호흡을 하며 뇌에 휴식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한의학은 당신의 기억이 안개 속에 묻히지 않고 오래도록 선명하게 빛나도록 곁에서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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