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산업 주무부처로서의 '교통정리'를 선언했다. 그간 여러 정부 부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화장품산업 지원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업계 현장에서는 지원 체계가 흩어져 있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식약처는 범부처 협의체를 통해 화장품 정책 및 부처간 의견을 조율해 유기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식약처와 대한화장품협회가 개최한 '2026년 화장품 정책 설명회'에서 식약처는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화장품산업 지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김현수 사무관은 올해 식약처가 추진하는 주요 화장품 정책으로 △화장품 경쟁력 강화 협의회 구성 △화장품안전성평가제도 인프라 구축 △e-라벨 제도화를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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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지원체계 조율, 효율적 현장 지원
식약처가 이날 가장 중점적으로 제시한 과제는 '화장품 경쟁력 강화 협력 체계 구축'이다. 현재 화장품 관련 지원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해외 인증 바우처·금융 지원·박람회, 보건복지부의 R&D·인력 양성·클러스터 구축,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류 연계 마케팅, 지식재산처의 상표권·위조화장품 대응 등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다.
식약처는 이렇게 흩어진 지원책들이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화장품법에 근거를 둔 '화장품 경쟁력 강화 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이 주관하고 국무조정실장이 의장을 맡는 총리 산하 범부처 협의체로,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지식재산처, 관세청 등이 참여한다.
특히 식약처는 이 협의회에서 부처 역할을 통합·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화장품산업 지원 기본계획과 글로벌 규제 조화 로드맵, R&D, 인력 양성 등 업계 지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장품 경쟁력 강화 협의회 구성을 위한 법적 절차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상반기 국회 논의를 거쳐 하반기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약처는 법 개정 이전에도 국무조정실과 협의해 협의회를 조속히 구성·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사무관은 이날 설명회가 끝난 직후 "그간 화장품산업 지원 부처들끼리 공공연하게 주도권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대로 끌고나가기엔 현장의 혼란스러움이 있어 식약처가 화장품산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의회에선 부처간 이견이나 갈등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업계 안착 목표
식약처가 올해 내세운 두 번째 과제는 '화장품 안전성평가제도'의 안착이다. 화장품 안전성평가제도는 지난해 12월 30일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 도입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 준비에 들어간다.
김 사무관은 화장품 안전성평가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고, 수출을 하려면 결국 해외 규제에 맞춰야 한다"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외 규제에 다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K-뷰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고, 개별적·일회성 지원보다 전체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올해 안전성평가제도의 세부 요건과 평가자 자격, 평가 제외 예외 사항 등을 담은 하위 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4~5월 의견수렴을 거쳐 늦어도 6월까지 입법예고를 하고, 9월까지 법제처 심사를 마친 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12월까지 개정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제도 시행은 업계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2028년에는 생산·수입 실적 10억원 이상 업체와 제도 시행 이후 신규 영업허가 업체를 대상으로 신규 기능성화장품부터 적용하고, 2029년에는 영유아·어린이 화장품, 2030년에는 제도 시행 이후 신규 출시 품목으로 대상을 넓힌다. 2031년부터는 10억원 미만 업체를 포함한 전체 업체를 대상으로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다.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정보센터를 지정해 기술 자문과 기술 지원, 원료 정보 제공, 사후 안전성 정보 수집·관리·분석, 평가자 양성 교육 등을 맡길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원료 기초 정보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고, 전주기 해설서와 기술지원 안내서, 유형별 안전성평가 모델과 평가기술도 마련해 보급할 방침이다.
안전성평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올해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하고, 중소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시범교육도 2회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식약처는 중소기업 비중이 큰 업계 특성상 평가제가 규모가 작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책적·기술적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사무관은 "화장품 영업자 간 자료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업체 대상 컨설팅과 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평가기술 제공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며 "원자재 생산기업과 제조업, 책임판매업체 간 자료 제공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도 운영해 업계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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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e-라벨 제도 본격 도입… 정보 접근성 강화
식약처가 올해 내세운 세 번째 과제는 'e-라벨' 제도화다. 시범사업을 마친 뒤 올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내년 하위 법령 정비를 거쳐 제도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e-라벨 시범사업은 두 차례 진행됐다. 1차는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6개사 19개 품목을 대상으로 운영됐고, 2차는 202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3개사 706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이달엔 시범사업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제도 개선 의견도 수렴했다. 식약처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e-라벨 제도를 본격 도입해 소비자 가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그간 화장품 용기의 제한된 면적 때문에 주요 정보가 작은 글씨로 기재되어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새로 도입되는 e-라벨 제도는 화장품 포장에 QR 코드를 표시할 경우 일부 기재 사항을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통해 용기 포장에는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정보만 크게 기재해 가독성을 높이고, 상세 정보는 QR 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시각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화장품 정보 접근성 개선에 방점을 뒀다. QR 코드 내에 음성·수어 변환용 코드를 병행 표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점자 홍보물 및 수어 영상 콘텐츠 등을 함께 제공해 정보 소외 계층이 안전하게 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e-라벨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속도를 낸다. 식약처는 올해 6월 중 국회와 협의를 거쳐 의원 발의 형태로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법 개정을 마무리한 뒤 내년 중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 개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김 사무관은 "6월 전까지 업계에서 e-라벨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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