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제약업계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정부와 생존권을 걸고 반발하는 제약업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작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약가 인하 수치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1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 테이블에 약가 개편안이 상정됐으나,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정확한 약가 인하 수치'는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소위 위원은 “이번 안건은 지난해 11월 상정됐던 내용과 대동소이했으며 구체적인 인하율에 대한 수치 제시 없이 기존의 '방향성’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며 “특히 회의 시작 직전 자료를 배포하고 종료와 동시에 회수하는 등 극도의 보안이 유지됐다”고 전했다. 이는 업계의 거센 반발과 파장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의 약가 인하 드라이브에 제약업계는 '제네릭 폄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같은 날 열린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은 현재 업계의 위기감과 분노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653곳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 건강권을 위해 필수 의약품을 공급한다는 자긍심이 있다"며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보재정을 좀먹고 이른바 '똥약'이라는 제네릭을 공급하는 카르텔로 치부한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번 약가 개편안이 2000년 의약분업 이상의 거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하며, 무조건적인 원가 절감이 아닌 '국민 건강권'을 중심에 둔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은 전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10일 회의에서 김선민 의원은 이처럼 중대한 정책이 업무보고 주요 현안에서 누락된 점을 지적하며 "국회를 패싱하고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방안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며, 진행 상황을 보고 서면이나 방문 등을 통해 추가 보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초고령사회진입에따른건강보험재정건전성확보를위해약가개편을더이상미룰수없다는확고한입장이다. 반면제약업계는이를산업생태계파괴행위로규정하며배수진을치고있다. 구체적인 '숫자'를감춘채방향성만으로탐색전을벌이고있는정부가다음주건정심소위에서어떤칼날을꺼내들지가향후제약·바이오산업전반을흔들핵심변수가될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