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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이 투명성과 가치 기반 평가라는 기존 원칙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A8 국가(선진 8개국) 약가 참조'나 '이중약가제' 도입 등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후진국형 가격결정제도"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권혜영 목원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통해, 이번 개편안이 약무행정의 불투명성을 키우고 한정된 자원 배분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보다 '속도'… 무너진 급여 원칙
자료에 따르면, 기존 약가제도는 '투명성'과 '가치 기반(Value-based)' 평가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개편안은 약의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라는 '가치'보다 '속도(100일 트랙)'를 우선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격결정 방식이 비용효과성 입증 중심에서 'A8(선진 8개국) 가격 기반'으로 변경되는 점이 큰 문제로 꼽혔다. 권 교수는 이를 두고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후진국형 가격결정제도"라고 꼬집으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초 '이중약가제' 전면 도입… 행정 불신 초래 우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약, 특허 만료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 등에 적용되는 '이중약가제(약가유연제)'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위험분담제나 희귀항암제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었으나, 개편안은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이를 "세계 최초의 시도"라며, 행정의 불투명성을 추구하고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1개 품목에 대해 적응증별로 다른 가격(예: 당뇨 치료 시 100원, 비만 치료 시 500원)을 매기는 '1품목 다가격' 정책은 보험자의 합리적 지출이 아닌 제약사의 이윤 극대화 전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후관리 기전 약화… "재정 위험 가입자에 전가"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대폭 축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분석에 따르면, 실거래가 기반 약가 인하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고 시장연동형으로 전환되면서 건보 재정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매년 시행되던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처방의 질 향상을 위한 규제책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권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건보재정 위험을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제약사의 자발적 인하 기전이나 가격 경쟁 기전이 부재한 상황에서 리베이트가 당연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 선행되어야"
특허 만료 의약품의 경우 오리지널은 70%, 제네릭은 40~45%로 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안 역시 가격 경쟁 기전이 없어 정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권 교수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퇴행적 정책 도입"이라고 평가하며, 건보재정으로 제약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재정 절감(혹은 낭비) 추정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쟁 기전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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