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정복, 도파민 보충 넘어 질환 조절 패러다임 바뀐다"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교수, '바이오의약공방 콜로키움'서 최신 지견 공유
알파-시누클레인 타깃 항체 치료·약물 재창출·줄기세포 '3각 편대' 주목
"운동 증상은 세포치료로, 병의 진행은 DMT로 잡는 '콤보 전략' 필수"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2-02 06:00   수정 2026.02.02 06:18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바이오에서 열린 ‘바이오의약공방 콜로키움’ 전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도파민 보충을 통한 증상 완화에서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거나 멈추는 '질환 조절 치료(DMT, Disease Modifying Treatment)'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특히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을 타깃으로 한 항체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 등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 그리고 손상된 신경을 되살리는 줄기세포 치료가 그 중심에 섰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바이오에서 열린 ‘바이오의약공방 콜로키움’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이필휴 교수는 '파킨슨병 신약 재창출'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최신 치료 트렌드와 임상 현황을 상세히 분석했다.

“파킨슨은 천의 얼굴… 바이오마커 'RT-QuIC'이 게임 체인저”

이필휴 교수는 파킨슨병 신약 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질환의 '이질성'을 꼽았다. 그는 "파킨슨병은 단순히 운동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후각 저하, 자율신경계 이상, 렘수면 행동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비운동성 증상이 동반되는 전신 질환"이라며 "환자마다 진행 속도와 임상 양상이 너무 달라 임상시험에서 일관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이필휴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이러한 난관을 뚫을 핵심 열쇠로는 바이오마커의 발전이 지목됐다. 특히 뇌척수액 내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을 감지하는 '종자 증폭 분석법(RT-QuIC)'의 등장은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교수는 "RT-QuIC은 민감도와 특이도가 90~95%에 달해, 이제 파킨슨병도 알츠하이머처럼 생물학적 정의가 가능한 시대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항체 치료제와 약물 재창출의 가능성… 'DPP-4 억제제' 주목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독성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을 제거하거나 전파를 막는 항체 치료제다. 이 교수는 로슈의 '프라시네주맙' 임상 사례를 언급하며 "초기 임상에서는 실패했지만, 사후 분석에서 병의 진행이 빠른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되어 현재 전 세계 950여 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약물 재창출' 전략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계열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GLP-1 유사체의 경우 증상 개선 효과는 보였으나 질환 조절 효과 입증에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이 교수팀이 주목한 것은 'DPP-4 억제제'다.

이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10년 추적 데이터와 동물 실험 결과를 공개하며 "당뇨를 동반한 파킨슨병 환자 중 DPP-4 억제제를 복용한 그룹이 도파민 약물 요구량이 훨씬 적었고, 운동 합병증 발생도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장(Gut)에서 시작되어 뇌로 퍼지는 '바디 퍼스트(Body-first)' 파킨슨병 모델에서 DPP-4 억제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전파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뇌내 염증 조절뿐만 아니라 병리 단백질의 전파 경로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한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 “도파민 뇌 영상과 임상 호전 정확히 일치”

죽어가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대체하는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소개됐다. 이 교수팀은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전구세포를 이식한 임상 연구 결과를 네이처 자매지에 게재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식 1년 후 도파민 펫(PET) 영상에서 신호가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환자들의 파킨슨병 운동 척도 점수가 평균 15점가량 호전됐다"며 "특히 미국 등의 연구와 달리 펫 영상의 신호 증가와 실제 임상 증상의 호전 정도가 아주 정확하게 상관관계(Correlation)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의 세포 순도와 효능이 세계적 수준임을 시사한다.

이필휴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파킨슨병 정복을 위한 미래 전략으로 '병용 요법'을 제안했다.

그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세포 치료는 떨어진 도파민 농도를 회복시켜 운동 증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병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국 뇌 환경을 개선하고 독성 단백질의 퍼짐을 막는 질환 조절 치료제(DMT)와 손상된 기능을 복구하는 세포 치료제가 '투트랙'으로 병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파킨슨병 정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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