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기술·문화 전반의 불확실성이 중첩된 ‘다중위기(polycrisis)’ 국면이 장기화되며, 뷰티 산업을 둘러싼 전략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트렌드나 기술 변화보다도 신뢰 구축 및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식이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 기관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는 최근 공개한 백서에서 향후 5년을 관통할 구조적 변화의 기반으로 ‘Flux(지속적 변화)’를 제시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본 조건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안정성을 전제로 설계된 기존 중장기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변화가 일상화된 환경에 맞춰 전략 수립의 기준 자체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뷰티스트림즈는 정보와 신호가 과잉된 환경이 산업 전반의 판단 기준을 흐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라이프스타일, 사회학, 바이오테크, 인공지능, 디자인, 헬스,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현재 시장이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와 메시지에 노출돼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해석 방향이 분산되면서, 장기 전략을 설정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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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이동이 만든 구조 변화
뷰티스트림즈가 제시한 시장의 첫 번째 핵심 변화는 권력과 영향력의 재분배다. 기존 산업 질서를 떠받치던 국가 단위의 제도, 대기업 중심의 위계 구조, 장기간 축적된 브랜드 권위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영향력은 도시, 플랫폼, 기술 생태계, 가치 기반의 마이크로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졌다. 권력이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조직이나 제도가 아닌, 알고리즘·플랫폼 등을 통해 행사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개인이 정보 접근성과 선택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어떤 정보와 시스템을 신뢰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유이기도 하다.
뷰티스트림즈는 이러한 환경을 ‘역설적 구조’로 설명한다. 개인의 영향력은 확대됐지만, 안정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의미다. 신뢰는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갱신해야 하는 요소로 바뀌고 있다.
이는 뷰티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규모, 브랜드 역사, 과학적 전문성만으로 권위를 확보하던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 브랜드가 속한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커뮤니티와 상황에 맞춰 투명성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된다.
윤리, 선택지가 아닌 기본 조건
두 번째 변화는 윤리의 성격 변화다. 윤리는 더 이상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적 메시지가 아닌 산업 전반의 ‘기대치(expectation)’로 자리 잡았다.
사회·문화·경제 환경의 차이가 커지면서 윤리에 대한 판단 기준을 하나로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무엇이 책임 있는 선택인지, 무엇이 과도한 행위인지는 국가·세대·소비자 가치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지속가능성, 인공지능 활용, 포용성, 건강 효능 주장, 자원 사용 방식은 모두 단일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한다. 무엇을 했는가보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 강화되고 있다. 윤리는 선언이 아닌 지속적인 판단의 연속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뷰티스트림즈는 윤리적 메시지 자체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윤리는 홍보 수단이 아니라 운영 전반에 반영돼야 하며, 브랜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와 상충 관계까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치만을 앞세운 표현이나 과장된 메시지는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미와 소속을 찾는 소비자
세 번째는 ‘매크로 무브먼트(Macro Movements)’로, 소비자 인식과 가치관 차원에서 나타나는 장기적 변화 흐름을 가리킨다. 정보 과잉과 기존 권위 구조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이 의미·정체성·정서적 안정에 대한 욕구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다.
과학과 정서적 가치, 공동체와 자기계발은 더 이상 서로 배타적인 영역이 아니라, 불확실한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함께 작동하는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균형을 모색한다. 뷰티스트림즈는 뷰티 루틴이 단순한 관리 행위를 넘어 개인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제품 사용 행위는 기능적 효용을 넘어, 개인이 통제감을 회복하고 가치관을 표현하며 일상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뷰티 산업의 흐름도 결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브랜드는 제품의 효능이나 기술 설명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정서적 요구나 브랜드 세계관 속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뷰티스트림즈는 이를 ‘정서적·상징적 기능의 확대’라고 표현했다.
신뢰 기반 전략으로 재설계되는 향후 5년
뷰티스트림즈는 구조적 유연성과 신뢰 기반 전략을 토대로 향후 5년을 대비한 다섯 가지 실행 방향을 제시했다. 전략의 출발점으론 시장·문화·규제·기술 전반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먼저 꼽았다. 정보가 과잉된 환경에선 신뢰 가능한 전문가와 기관 기반 인텔리전스가 판단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판단에서다.
두번째로는 규제와 무역 구조, 자원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망과 데이터 체계, 조직 구조 전반에 유연성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브랜드 권위나 규모에 의존한 전략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책임성을 통해 신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이어 윤리를 메시지나 캠페인이 아닌 운영 기준으로 설정하고, 의사결정 과정과 판단 논리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필요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론 제품 성과 중심 접근을 넘어, 뷰티가 소비자 일상에서 안정과 의미를 제공하는 정서적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역할 인식을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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