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R&D②]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약바이오에 7458억 쏟아붓는다
“신약 하나가 아니라, 신약 지속 탄생할 수 있는 연구개발 환경 구축”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19 17:03   수정 2026.01.19 17:33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정부의 일방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여파로 현장 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까지 동반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는 R&D 예산을 확대하며 생명공학 기술과 제약바이오 신약개발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술 기반 기업과 연구 조직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합리적인 약가 협의와 함께, 변화된 정책 환경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다. 확대되는 연구개발 재원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정교하게 연결한다면, 이번 위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약업신문은 보건의료·제약바이오 산업이 선택지와 전략을 점검할 수 있도록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 정책에서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개별 신약 성과나 특정 기업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원천기술부터 데이터, 연구자원, 제조 인프라를 포괄하는 바이오 연구개발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에서 R&D 예산의 주요 방향과 핵심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 염동수 사무관은 “과기정통부의 바이오 R&D는 개별 기술 성과를 단기간에 만들어내기보다는 다양한 연구 시도가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원천기술 단계에서는 실패 가능성 역시 정책적으로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 원천기술 분야는 기존 사업의 틀을 유지하되, 신규 과제를 대폭 늘려 연구개발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원천기술 분야, 23개 사업 총 7458억원

과기정통부는 올해 바이오 원천기술 분야 총 23개 사업에 약 7458억원을 집중 투입한다. 이는 정부 전체 바이오헬스 R&D가 아닌, 과기정통부 내 원천기술개발(바이오)로 분류된 트랙의 합산 수치다. 원천기술 중심의 바이오 R&D에만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는 점에서 정책적 무게감이 작지 않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이다. 올해 예산은 4413억7600만원으로, 바이오 원천기술 분야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특히 신규 과제가 94개에 달한다. 

신약, 줄기세포, 첨단의료기술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핵심 분야를 포괄하면서도 특정 기술이나 접근법에 쏠리기보다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기적인 성과 창출보다는 원천기술 단계에서의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한 폭넓은 탐색을 허용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

국가신약개발사업 예산은 5158억6000만원, 신규 과제는 102개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초기 임상시험 진입 이전 단계까지를 폭넓게 포괄하는 구조다. 특정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선별하기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의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 확률이 낮은 신약개발의 구조적 특성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수 과제를 선별해 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실패를 감안한 포트폴리오형 지원 구조가 정책적으로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예산은 2534억원, 신규 과제 22개 규모다.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 재생치료 기술을 하나의 국가 전략 트랙으로 묶는 사업으로 진행 될 예정이다. 그동안 개별 과제 단위로 흩어져 있던 재생의료 연구를 보다 일관된 구조 안에서 관리·축적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특성상 임상과 제도, 제조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원천기술 단계부터 중장기 로드맵을 염두에 둔 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6년 원천기술분야(바이오) 사업예산.©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치매·마이크로바이옴…시장 이전 단계서 선제 투자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노화와 뇌과학을 기술과 시장 모두 태동기 단계에 있는 분야로 정하고, 국가가 먼저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염 사무관은 “노화나 뇌과학처럼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분야는 민간이 먼저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이런 분야에서는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해 기술과 연구 기반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생체노화 리프로그래밍 원천기술 개발 사업은 신규로 75억원, 7개 과제가 배정됐다. 노화의 정량 지표를 확립하고, 조직·장기별 다차원 노화 지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노화 연구의 가장 큰 난제인 측정 기준 부재를 국가 과제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이다.

치매 분야는 이중 구조로 재편됐다. 기존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97억원)에 더해, 올해부터 치매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17억원)이 신규 추진된다. 원인 규명과 조기 예측을 넘어 진단·예방·치료 전주기를 단절 없이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난치성 만성질환에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용기전 규명과 유효성 평가를 공공 R&D 영역으로 끌어안았다.

데이터·연구자원 인프라 확충

과기정통부는 데이터와 연구자원 인프라 확충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사업 488억원,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421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특히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한국인 100만명 규모 바이오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한다. 정밀의료, 신약개발, 임상 연구 전반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연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바이오 데이터와 연구자원을 국가가 공공 인프라로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기초연구부터 임상, 신약개발까지 연결되는 연구 환경이 처음으로 구조적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조·공정까지 확장…바이오파운드리 본격화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단계에서는 제조 인프라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 사업에는 220억원이 배정됐다. 합성생물학 기술개발(190억원)과 연계해, 설계부터 실험, 제조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는 바이오 연구가 실험실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적 확장 가능성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는 정책적 메시지로 읽힌다.

AI로 연구개발 방식 전환

AI는 보조 수단을 넘어, 바이오 연구개발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개별 알고리즘 개발이나 기술 시연보다는 AI를 전제로 한 실험 설계와 데이터 축적, 연구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사업이 AI-네이티브 첨단바이오 자율실험실이다. 예산은 135억원이다. AI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실험 설계부터 수행, 데이터 축적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복 실험과 조건 최적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이고, 연구 결과의 재현성과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AI 세포 구축 사업에는 38억원이 배정됐다. 이 사업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세포 반응을 예측·모델링할 수 있는 디지털 기준 체계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후보물질 선별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개발 의사결정의 근거를 보다 정교화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AI×Bio 혁신 연구거점 조성 사업에는 102억원이 투입된다. 산학연과 병원이 협력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 AI 기반 바이오 연구가 실제 연구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사업(45억원)이 더해지면서,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활용이 가능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도 병행된다.

염 사무관은 “바이오 분야에서는 한 번의 성과보다 축적 가능한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데이터와 연구자원 인프라는 개별 과제를 넘어 전체 연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공공 기반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한편 설명회 둘째 날인 20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6년도 R&D 사업 설명에 나선다.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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