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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암 검진 사업이 폐암 조기 발견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발병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실과 아시아-태평양 폐암 다자협력 이니셔티브가 주최한 '한국 폐암 관리 체계의 강점과 검진 제도 개선방향 정책 간담회'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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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암 예방 및 조기검진 모델을 구축했다"며 "특히 2019년 도입된 '국가 폐암검진 제도(저선량 흉부 CT)'는 세계 최초의 공공 검진 사례이자 혁신적인 모델로, 폐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역 간, 소득 계층 간 검진 참여율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현행 기준이 '흡연력' 중심이라 증가하는 비흡연자와 여성 폐암 환자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검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며, 현재 폐암 검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 학계 및 산업계와 협력하여 암 검진의 '질적 향상'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넘어 국민 생명을 지키는 사회적 약속으로서, 진단 확대 및 기술 혁신 논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술 도구보다 '조기 검진'이 더 강력한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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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욱 분당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은 아태지역 참여국 모두에서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학제적 협력과 국가 간 공통된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폐암 정책 발전을 위한 5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예방 개선 및 확대 ▲사회적 편견(낙인) 해소 ▲조기 진단 활성화 ▲정책 파트너십 및 투자 강화 ▲치료 접근성 확대 등이다.
김 교수는 특히 ‘조기 진단’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분석해보면 어떤 혁신적인 신약이나 수술 도구의 발전보다도, 검진을 통해 조기에 병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사망률 감소에 가장 비용 효과적"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담당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가 주도의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호주, 대만, 일본, 홍콩, 태국 등은 중앙 정부 주도의 관리 시스템과 정책적 토대가 비교적 잘 갖춰진 국가로 분류된다. 반면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폐암이 사망률 1위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한국 등 선진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도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급여 절차의 지연이나 불균형한 의료 기술 평가 제도를 개선해 신약과 신기술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 컨센서스 페이퍼는 비효율적인 공중보건 정책을 개선하고, 사망률 감소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이라며 "각국의 성공 사례와 데이터를 공유해 함께 발전해 나가자"고 제언했다.
"폐암 국가검진, '비흡연 여성' 사각지대... AI 도입으로 판독 정확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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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암 검진 사업이 폐암 조기 발견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발병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입법지원조직에서 제기됐다. 특히 여성과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해 검진 대상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진단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국가 암 관리 계획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 주제 발표에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제4차 국가암관리계획'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현재 폐암 검진 수검률이 대상자의 40~50%에 달하며, 이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조사관은 현행 제도의 명확한 한계점도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엄격한 수검 자격 기준이다.
그는 "현재 국가 검진은 '30년 이상 흡연한 고위험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체 폐암 위험군의 약 30%만이 제도권 내에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대다수가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단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 검진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 조사관은 "가정 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조리흄)이나 미세먼지 등 생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비흡연자와 여성, 75세 이상 고령자까지 검진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검진 대상 연령을 80세까지 늘리고, 흡연력 기준을 30갑년에서 20갑년으로 완화하는 추세다.
검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보완책도 제시됐다. 기존 저선량 흉부 CT가 비흡연자나 여성의 폐암을 찾아내는 데 있어 민감도가 떨어지거나, 암이 아닌데 암으로 오인하는 '위양성(False Positive)' 및 과잉 진단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AI 진단 기술'을 꼽았다. 그는 “영국과 호주 등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해 폐암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기 5차 암관리계획에는 AI 진단 기술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의료진의 판독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에 따른 검진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는 형평성 확보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중앙암등록본부 · 대한폐암학회 등록사업 만나 반쪽짜리 데이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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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장은 현행 국가 암 통계의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폐암 병기 조사 사업’ 성과를 발표했다.
정 부장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앙암등록본부 · 대한폐암학회 등록사업의 연계를 통해 환자가 병원을 옮기더라도 치료 이력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 국가 암 등록 통계는 전체 암 발생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폐암처럼 치료법이 복잡하고 예후가 다양한 질환의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단 후 4개월 내의 초기 치료 정보만 수집되거나, 단순한 요약 병기(국한/국소/원격)만으로는 정밀한 연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통해 수집되는 변수는 약 330개에 달한다. 환자의 흡연력 등 위험 요인부터 폐 기능 정보, 유전자 변이 검사 결과, 상세한 병기(TNM), 수술 및 항암(9차)·방사선(6차) 치료 이력까지 망라한다. 데이터의 정확도를 위해 학회 전문가들이 2차 검증까지 거친다.
정 부장은 "이 데이터는 학회 연구용으로 2년간 우선 사용된 후, 중앙암등록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며 "통계청 사망 자료와도 연계돼 생존율 연구 등 다양한 정책 수립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연계 확장은 단순한 통계 정비를 넘어, 실제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 개발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폐암의 위험 요인 분석부터 진단, 치료, 사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끊김 없이 들여다봄으로써, 어떤 치료가 한국인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폐암은 발생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라며 "대표성 있는 표본 데이터와 국가 공공 빅데이터의 결합은 향후 근거 기반의 암 관리 정책 수립과 연구 수행에 핵심적인 자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폐암 환자 92%가 검진 못 받아... '비흡연자' 빗장 풀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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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서영석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며, "실제 발생한 폐암 환자 중 국가 검진을 받았던 비율은 8%에 그쳤고, 나머지 92%는 제도권 밖에서 암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진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엄 교수는 국내 검진 개선방안으로 '대만 모델'을 꼽았다. 대만은 비흡연자 폐암 빈도가 60%에 달하는 국가적 특성을 고려해, 일찍이 비흡연자와 가족력을 포함한 시범사업(Talent Study)을 진행했다. 그 결과, 흡연자보다 오히려 '폐암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자' 그룹에서 암 진단율이 더 높게(1.4% vs 0.6%)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대만은 2022년부터 세계 최초로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자에게도 국가 폐암 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엄 교수는 "서구권 연구(USPSTF 등)에는 아시아 비흡연자 데이터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며 "서구 기준을 근거로 아시아 비흡연자에게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으며, 우리만의 '아시아 특화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도적 보완점도 함께 제시됐다. 현재 검진 비용의 90%를 국가가 지원해 본인 부담금은 1만 원 수준이지만,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동 시간과 교통비 등 '간접 비용'이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흉부 CT 촬영 중 우연히 발견되는 타 장기 질환(관상동맥 석회화, 폐기종 등)에 대한 표준화된 관리 프로토콜의 부재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엄 교수는 "국가 폐암 검진은 매우 야심 찬 프로젝트이자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이라면서도 "수검률 제고와 대상자 확대, 그리고 비흡연자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이 이뤄질 때 비로소 '사망률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복지부 "절차 무시 못 해... 비용 효과성 입증이 관건"
장재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제도 개선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흡연력(갑년), 검진 주기, 연령 기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검진 권고안 개정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즉각적인 대상 확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국가 정책은 '근거(Evidence)'와 '비용 효과성'이 입증되어야 예산을 따낼 수 있다"며 "급식 조리원이나 가족력 등 비흡연자의 위험 요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지만, 이를 국가 검진으로 도입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 청구 자료와 국가 암 등록 통계를 연계해, 흡연 외에 석면, 라돈, 조리흄 등 한국인의 구체적인 폐암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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