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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가 지배구조 재편을 통한 ‘리더십 리셋’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오는 11월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을 전면 교체할 예정이며, 과거 16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전 최고경영자(CEO) 라스 레비엔 쇠렌센(Lars Rebien Sørensen)이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이번 인사 개편은 현 이사회와 최대주주인 노보 노디스크 재단(Novo Nordisk Foundation) 간의 이사회 구성 합의가 불발된 데 따른 결과다.
현 의장 헬게 룬드는 “이사회는 연속성을 유지한 제한적 개편을 제안했지만, 재단은 보다 폭넓은 재구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룬드 의장과 부의장, 독립이사 등 7명이 물러나고, 새 이사진이 선출된다. 반면 노보 홀딩스 CEO 카심 쿠타이(Kasim Kutay) 및 직원 대표 이사 4명은 잔류한다.
재단은 쇠렌센 전 CEO를 2~3년 임기의 ‘과도기 의장’으로 임명할 방침이다. 쇠렌센은 회사의 전환 전략 지원과 차기 장기 의장 발탁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는 “노보 노디스크가 직면한 시장 환경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GLP-1 수요 폭증과 성장 둔화가 병존하며, 보다 민첩한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정은 올 들어 이어진 연쇄적 리더십 변화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올해 5월, 장기 CEO였던 라스 프루어고르 요르겐센이 주가 급락과 ‘시장 대응 지연’ 논란 속에서 사임했고, 7월 내부 출신 마지아르 마이크 도우스다르가 후임으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 직후 2026년까지 연 80억 덴마크크로네(약 1조 2천억 원) 절감을 목표로 약 9000명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쇠렌센은 “회사가 지나치게 빠른 확장을 겪으며 관리 역량이 왜곡됐다.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결과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조적 대응 지연이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이사회 개편이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감시·도전 기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다른 ‘지배구조 리셋 속도’
노보 노디스크의 전면적 리셋은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대응과 대조된다. 릴리는 2022년 이후 GLP-1 시장의 폭발적 성장 속에서도 CEO 데이비드 릭스 체제를 유지하며 내부 통제 구조를 일관되게 가져갔다. 이사회 내 변화는 최소화했으며, 오히려 공급망 투자와 생산라인 확장(테네시·인디애나 공장 신증설 등)을 중심으로 위기를 관리했다.
릴리의 이러한 안정적 거버넌스는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2024년 중반 이후 릴리의 시가총액은 약 8000억 달러를 상회하며, 노보를 제치고 글로벌 제약사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리더십 연속성과 실행 중심 구조’가 곧 시장 신뢰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애브비(AbbVie)는 블록버스터 약물 ‘휴미라(Humira)’의 특허 만료(2023년) 이후 적극적인 이사회 재편을 추진했다. 당시 애브비는 내부 인사 유지 대신 외부 전문이사 영입을 통해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와 M&A 전략을 재정비했다. CEO 리처드 곤잘레스는 연임하되, 재무·R&D·규제 출신 이사를 전면 보강하며 리스크 분산형 지배구조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애브비는 신경·면역계 분야에서 5건 이상의 파이프라인 인수를 단행, 휴미라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이와 달리 노보 노디스크의 조치는 ‘급격한 인적 리셋’이지만 내부 중심의 교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CEO와 의장 모두 내부 출신으로 선임되면서, 외부 시각 유입보다는 ‘재단 주도형 통제 강화’로 해석된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 재단이 의장 인선에 직접 개입한 점은, 릴리·애브비의 시장 주도형 리더십 운용 방식과 구조적으로 상반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의사결정 일관성 강화라는 긍정 효과를 낳을 수 있으나, 동시에 투자자 신뢰와 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병존한다.
구조조정·시장 대응·이사회 교체…‘복합 리셋’의 신호
쇠렌센은 컨퍼런스콜에서 “재단 영향력이 주주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안은 합의 결렬이 촉발한 특수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지배구조의 주도권이 재단 중심으로 회귀한 사건으로 본다.
미국 GLP-1 시장에서 릴리에게 선도 지위를 내준 이후, 노보의 비만 치료제 사업은 공급난·조제약 확산 등 복합 리스크를 겪었다. 이번 리셋은 이러한 경영 환경 전반의 재조정을 상징한다.
쇠렌센은 “새 이사회는 단기간에 ‘정상 경영’ 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지배구조 리셋을 ‘단기 불확실성과 중장기 기회가 공존하는 국면’으로 해석한다.
하나증권과 미래에셋 측 애널리스트들은 공통적으로 “재단의 개입이 확대될수록 단기적으로는 거버넌스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쇠렌센 체제는 GLP-1 라인업의 생산성 제고와 비용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돼, 향후 1~2년 내 마진 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재평가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내 GLP-1 관련 CDMO·원료 공급망에 관여하는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에도 관심이 모인다. 특히 덴마크 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한국 생산 파트너사로의 위탁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리스크 헤징과 장기 밸류포인트 탐색’의 병행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으로 평가된다.
‘리더십 리셋’, 통제 회귀인가, 전략 재시동인가
노보 노디스크의 이사회 교체는 단순한 인사 개편이 아니라, 재단과 경영진 간의 권력 균형 재조정이자 향후 10년 거버넌스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다. 릴리·애브비가 ‘연속성과 외부전문성’을 조합해 안정적 구조를 유지한 것과 달리, 노보는 ‘급속한 내부 리셋’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단기적 혼란을 감수한 전략 재시동인지, 혹은 통제의 회귀인지에 따라 향후 기업가치의 궤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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