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생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한국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분야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세포·유전자·조직공학·재생 기술이 불치라 여겨지던 희귀·난치 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을 새로 쓰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첨생법을 중심으로 기술, 제도, 인프라,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일이다. 치료제와 법, 현장이 하나로 맞물린 지금, 한국의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이 비상하기 시작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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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환자는 치료 기회를, 기업은 치료제 사용 기회를 얻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환자들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가야 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죠. 이엔셀은 그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매달려 왔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줄기세포 치료제 생산 기술을 확보해 더 많이 활용할 날만 기다려왔습니다.”
CGT(Cell & Gene Therapy,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이 흔들릴 때, 이엔셀은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국내 19개 고객사, 36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91억원의 수주잔고를 회복한 기업. 국내 최초 AAV 유전자치료제 임상 1상 IND 승인 고객을 배출한 CDMO. 시장이 얼어붙었던 시기에도, 이엔셀의 성장 곡선은 멈추지 않았다.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시장은 냉정합니다. 기술, 신뢰, 품질, 속도가 곧 경쟁력입니다.” 장종욱 대표의 이 말은 지금의 이엔셀을 가장 정확히 설명한다.
공장 인수보다 기술과 효율을, 외형 확장보다 품질과 신뢰를 택한 전략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세포치료에서 AAV로의 전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특히 첨생법 기반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통한 조기 상업화까지, 이엔셀은 위기를 재편의 기회로 바꾸며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이엔셀 본사에서 장종욱 대표를 만났다. 첨생법 시행 이후 달라진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의 흐름과 이엔셀이 준비 중인 향후 전략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최근 정부가 첨단재생의료 기반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활용 확대 방침 내놨습니다. 이엔셀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올해 첨생법이 개정되면서 줄기세포 치료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적용 범위가 중대·희귀·난치질환으로 제한되고 난치질환의 정의도 불명확해, 환자들이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는 높은 장벽이 존재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가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습니다.
정부가 최근 첨단재생의료를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기 위한 제도 개선과 행정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임상 데이터 축적과 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하려는 흐름이 가시화된 것입니다.
이엔셀은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프리미엄 자가줄기세포 치료 생산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에서 쌓은 제조 및 품질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GMP 시설에서 생산한 자가줄기세포 치료제를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첨생법의 ‘치료 실시,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제도의 취지를 보면, 환자 접근성을 앞당길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치료 인가를 받는다면 환자 치료 기회가 빨라지고, 임상개발·허가와 별개로 일정 부분의 매출 창출도 가능해집니다.
이엔셀 파이프라인 중 EN001(샤르코-마리-투스 병 1A, 샤르코-마리-투스 병 1E, 듀센 근디스트로피병) 등 일부가 첨단재생의료 치료 대상 질환에 해당해 내부 검토 중입니다. 다만 현재는 심사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 중입니다.
무엇보다 이엔셀은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과 데이터 축적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 치료가 진행되면 일정 수준의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임상 개발과 사업화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초 상업화 목표 시점은 2027~2028년이었으나, 첨생법을 통해 약 2년가량 앞당겨 2026년 조기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길게 얼었습니다. 올해 들어 회복 시그널이 보인다고요.
작년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의료현장 파업과 벤처투자 위축이 동시에 오면서, 임상시험이 멈추면 CDMO 매출도 즉각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릅니다. 반기 기준으로 이미 매출 저점을 통과했고, 수주잔고가 약 91억원까지 회복됐습니다.
무엇보다 의료현장이 정상화되고 정부의 바이오 산업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고객사들의 신규 프로젝트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자금 조달 환경도 점차 안정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시장의 온도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분명한 회복의 흐름이 시작됐습니다.
CDMO 사업의 축을 세포치료에서 바이어스 벡터로 확장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본질은 단가와 수주 구조입니다. 세포치료제는 프로젝트 수가 많아도 배치 규모와 단가 한계가 있습니다. AAV 유전자치료제는 건당 단가가 3~4배 높아 동일 인력·설비 대비 수익성이 좋아집니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CDMO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AAV 관련 수주 1건으로만 57억원 규모를 확보했습니다. 예전엔 5~6개 프로젝트를 묶어야 겨우 만들던 매출이, 이제는 2개 정도 프로젝트로 비슷한 규모를 만들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재편의 효과가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32년까지 약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엔셀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국내 최초 AAV 임상 1상 승인 사례가 나왔다고요. 생산 레퍼런스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엔셀이 생산한 AAV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특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CNS(중추신경계) 질환을 타깃하는 치료제라는 점. 규제 당국의 심사 과정에서 생산 파트 이슈 없이 통과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는 이엔셀 제조소의 임상시험용의약품 공급 역량과 품질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통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레퍼런스가 쌓이면 후속 고객 유입 속도가 빨라지는 게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의 특성입니다.
글로벌 확장 전략은 어떻게 설계하고 있습니까? 공장 인수나 현지 법인 증설 같은 ‘무거운 전략’은 피하는 듯합니다.
맞습니다. 법·규제 환경이 지역마다 다르고, CGT는 설비만 산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이엔셀은 동종 CDMO 및 제조 파트너와의 협력을 글로벌 확장 전략으로 세웠습니다. 고객사가 미국 유럽 호주에서 임상을 진행할 때, 이엔셀 기술과 인력을 해당 시설에 파견해 생산을 지원하는 모델입니다. 기술용역으로 해외 매출을 만들고, 동시에 현지 규제를 몸으로 익히는 경량 확장 전략입니다.
이미 미국 유럽 호주 지역에 신뢰있는 기업들과 관계를 구축했고,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는 구체적 파트너십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함께 AAV 대형 배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L급 배양기 도입에도 착수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엔셀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cGMP에 적합한 품질관리와 생산 체계를 갖추고, 해외 고객 유치와 국내 개발사의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직접 공장을 인수하기보다 각국의 강점을 가진 파트너와 협력해 기술과 인력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최근 CGT 안전성 이슈 보도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장의 온도는 어떤가요?
언론 노출이 크다 보니 일부 사례가 전체 시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곤 합니다. 미국과 글로벌 현장은 다릅니다. AAV 생산 슬롯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강하고,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으로 보입니다.
결국 제조 역량과 규제 대응력이 검증된 CDMO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엔셀 포트폴리오를 AAV 쪽으로 빠르게 옮기고, 품질 레퍼런스를 쌓는 이유입니다.
코스메틱 및 MSC Factoris 사업을 병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사업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핵심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엔셀은 임상개발 중심 기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고정 수익원을 갖춘 구조로 성장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엔셀이 개발 중인 코스메틱 라인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얻은 과학적 인사이트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사 연구 중 발견한 ‘엔원(N1)’ 팩터를 활용해 줄기세포 활성을 촉진하는 성분을 개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스킨부스터와 마스크팩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생물유전체학(biogenomics) 기업과 공동개발 및 해외 영업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말 첫 수출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확장과 시장 진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EN001 배양액을 활용한 비(非)동물 유래 스킨부스터 개발도 병행 중입니다. 배양액 기반 화장품 시장이 과열된 가운데, 이엔셀은 과학적 근거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기술 차별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MSC Factoris 사업은 이엔셀의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이엔셀은 중간엽줄기세포(MSC)가 분비하는 단백질 팩터(Factor)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치료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을 라이브러리 형태로 구축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치료용 단백질 한 건당 평균 선급금 규모를 약 100억원으로 평가합니다.
이엔셀은 2026~2027년경 일부 팩터를 기술이전(L/O) 방식으로 상업화할 계획입니다. 실제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미국 주베나 테라퓨틱스(Juvena Therapeutics)와 약 6억5000만 달러(약 9300억원) 규모의 단백질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경쟁사들이 CGT CDMO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엔셀의 생존 비결은 무엇인가요?
많은 기업이 CDMO를 선언했지만, 상당수는 실제 생산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엔셀은 처음부터 다품목·다플랫폼 대응을 전제로 설비와 기술을 설계했습니다.
즉, 이엔셀은 처음부터 CGT CDMO 전문기업을 지향하며 설립된 회사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차별화됩니다. 이 덕분에 세포치료제부터 AAV까지 다양한 모달리티에 대해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결국 품질과 생산 일정 준수 역량, 규제 대응력이 생존을 가릅니다. 이엔셀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에서 이미 검증된 레퍼런스를 확보했고, 첨생법 기반 치료 실시나 일본 재생의료 진출처럼 ‘임상-상업화-현금 흐름’을 이어주는 실질적 로드맵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단기 외형 확장이 아니라 기술 신뢰도와 공정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체력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일수록, 이엔셀처럼 실제 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가 더 강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CGT 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엔셀이 그리고 있는 향후 로드맵을 말씀해주세요.
2023~2024년은 CGT 산업 전반이 구조조정 시기였습니다. 이엔셀 역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기를 버텨내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세포치료에서 AAV 기반 유전자치료로의 전환, 일본 재생의료 시장 진출, MSC Factoris로 이어지는 다층적 사업 구조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이엔셀은 2026년까지 AAV 중심의 수주 확대와 글로벌 파트너십 고도화에 집중하고, 2027~2028년에는 첨생법 기반 첨단재생의료 치료와 기술이전을 통해 매출원을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엔셀은 지금을 재편의 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본 집약적 확장 대신 검증된 품질, 유연한 규제 커뮤니케이션, 파트너십을 통한 민첩한 확장을 무기로 삼아, 2028년에는 글로벌 CGT CDMO 분야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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