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로 돌아온 리가켐 김용주 대표…"ADC, 중국이 미국 앞섰다"
신약개발 기업 생존, 최소 2~3년 차이 두고 후속 파이프라인 준비해야
중국 ADC 파이프라인 숫자 및 신규 등록 임상시험 건수 세계 최다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26 08:45   수정 2025.09.26 09:52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신약 약물 발굴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습니다. 성공률을 높이는 길은 결국 실패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25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SNU Bio-Day’ 기조강연 무대에 오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 김용주 대표는 지난 20여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이렇게 운을 뗐다.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원장 권성훈)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학계·산업계·투자자가 모여 바이오 혁신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에게는 더욱 특별한 무대였다. 1978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마지막으로 교정을 밟은 지 수십 년 만에 서울대 바이오데이에서 기조강연을 하러 돌아왔다"라며 감회를 전했다.

화학자들이 세운 바이오텍, 20여년의 여정

리가켐바이오의 출발은 2006년, 화학자들이 ‘케미스트리’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었다. 김 대표는 “요즘처럼 창업 아이템을 기획하는 시대가 아니었다”면서 “순수 화학자들이 생존을 위해 다시 모였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바이오텍 투자 환경은 척박했다. 항체·링커·페이로드로 구성된 ADC(항체약물접합체)는 후보물질 1~2개를 확보하는 데만 수십억원이 필요했지만, 투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30~40억원이 필요한데 20억원밖에 투지받지 못했었다”며 “살아남기 위해 초기에는 기술이전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가켐은 ‘케미스트리와 바이올로지의 연결’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왔다. 링커의 안정성과 약효 발현 메커니즘을 최적화하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해 임상 데이터를 쌓았다. 특히 그는 “2019년 일본 다케다와의 협업은 ADC 개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체득한 값진 기회였다"라고 강조했다.

리가켐은 지난 10여년간 코스닥 상장 성공에 이어, 현재 약 200명의 임직원을 둔 기업이 됐다. 특히 직원 중 90%가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연구 중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전·보스턴에 연구 거점을 두고, 특히 보스턴 자회사 ‘ACB(Advanced Conjugation Biosciences)’는 3여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인력을 확충하며 초기 연구를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ADC 발굴에는 최소 2~3년, 200~300억원이 필요하다”며 “보스턴은 기초 연구 인력이 밀집해 있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기술이전 사례와 파트너링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중국 제약사와의 거래에서는 싸게 팔았지만 비임상·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첫 기술이전 물질 ‘LCB14’는 현재 중국에서 유방암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빠르면 2026~2027년 허가 가능성이 점쳐지고있다.

중국의 추격, 글로벌 판도 흔들다

김 대표가 가장 경고음을 높인 부분은 중국이었다. 그는 “최근 1~2년 사이 중국이 ADC 파이프라인 숫자, 신규 등록 임상시험에서 이미 미국을 앞섰다”며 “전 세계 ADC 임상 공급망이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바이오텍들은 불과 3~4년 만에 글로벌 빅파마와 수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양적 공세에 눌리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플랫폼과 협업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시간 싸움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임상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3년 신규 등록된 ADC 임상시험 중 중국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2025년에도 60% 안팎을 차지할 전망이다.

케미스트리와 바이올로지의 연결

김 대표는 강연 동안 리가켐의 핵심 철학을 반복했다. 그는 “ADC는 미사일과 같다. 원하는 타깃에 정확히 폭탄을 떨어뜨리려면 항체·링커·페이로드가 모두 최적화돼야 한다.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전체가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링커 안정성과 페이로드 다양화, 맞춤형 DAR 설계 등에서 실패와 개선을 거듭해온 경험을 공유하며, “앞으로도 개선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특히 ‘백업 전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임상 실패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백업 프로그램이 없는 개발은 생존 가능성이 없는 전략”이라며 “최소 2~3년 차이를 두고 후속 후보를 준비하는 것이 생존 조건”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강연에서 서울대 출신 연구자로서의 각별한 의미와 함께 모교와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케미스트리와 바이올로지를 연결하는 개념은 제가 졸업하던 1970년대에도 존재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낯선 개념이었다”며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항체 소스에 관한 수만~수억건의 시퀀스 데이터가 공개돼 있으며, 이런 자원과 서울대와 같은 학문적 기반이 결합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제5회 SNU Bio-Day(서울대 바이오대이)'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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