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에서 CEO까지, 제약바이오 30년 리더십 여정"
전 동화약품 대표, 박기환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의 진솔한 인생 수업
업(業)의 본질을 꿰뚫고 차별화를 찾는 힘, 그것이 리더십의 시작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08 06:00   수정 2025.09.08 06:01
KAIST 기술경영학부 박기환 교수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8월 28일 늦은 저녁,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KAIST(카이스트) 도곡캠퍼스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중의 시선은 단 한 사람, 박기환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에게 집중됐다.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글로벌과 국내 제약사 CEO 자리에 오른 뒤, 지금은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이날 강연에서 제약바이오산업 30여년을 관통한 경험과 리더십 철학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박 교수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치고 미국 일라이릴리에 입사하며 제약 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BMS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아스트라제네카 코리아 마케팅 총괄, UCB 코리아 대표, 동남아·중국 총괄 대표, 베링거인겔하임 코리아 대표 등을 거치며 국제무대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국내에서는 부채표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 대표로 재임하며 한국 전통 제약 기업의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저는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도 없습니다. 다만 업(業)의 본질을 꿰뚫고, 남들과 다른 길을 찾으려 꾸준히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봤다.

업의 본질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

강연 내내 강조한 화두는 ‘업(業)의 본질’이었다. 그는 제약회사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단순한 의약품 판매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제약회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고, 파는 것은 단순히 ‘약’이 아닌 약의 근간이 되는 사이언스, 즉 데이터라고 단언했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약이 아니라 약을 뒷받침 하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를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전략적으로 설득해 전달하는 것, 이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제약산업의 본질이죠."

그는 과거 코카콜라 관계자에게 들은 한 문장을 회상했다. "우리는 갈색 설탕물을 파는 게 아니라 즐거움과 상쾌함, 청량감을 판다." 이 말은 제품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가치와 경험을 판매한다는 통찰을 남겼고, 제약산업 역시 약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라는 본질을 파는 산업임을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성공 공식 "Set ambitious goals, Do the basics right, Keep it simple"

박 교수가 제시한 성공한 직장인이 되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그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야심찬 목표를 세워라(Set ambitious goals). 그는 "150% 실적을 달성했다면, 목표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일 수 있다"며, 온 힘을 다해도 달성 여부가 갈릴 만큼 도전적인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개발, 매뉴팩처링, 마케팅, 조직 운영 등 어떤 영역에서도 목표를 높게 잡아야 성과와 성장이 뒤따른다. 박 교수는 "도전적인 목표는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조직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고 말했다. 

둘째, 기본에 충실하라(Do the basics right). 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핵심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하려는 노력이 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본질을 이해하고 단순화하라(Keep it simple). "엘리베이터에서 회장님을 만났을 때 30초 안에 요점을 말하지 못한다면 기회를 잃습니다." 요약·정리·설득의 힘이 결국 직장인의 성패를 가른다는 조언이었다.

KAIST BIM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약의 길을 스스로 열어가야

"인생은 불공평합니다. 그러나 결국 공평함으로 수렴합니다. 보상이 즉시 돌아오지 않아도 언젠간 반드시 돌아옵니다." 

박 교수는 실패의 순간을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며, 좌절 대신 단련의 기회로 삼으라고 강조했다. "실패했을 때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좌절이 아니라 실력의 칼을 가는 일입니다. 다시 도약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 직접 경험한 자원 확보 원칙도 공유했다. "상사에게 100원을 요청하려면, 300원을 돌려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박 교수는 이 ‘ROI 300%’ 원칙을 통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자금을 끌어내며 실제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리더의 조건과 삶의 균형

박 교수는 긍정적이고 주도적인 태도가 리더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하겠습니다(I will do it). 제가 할 수 있습니다(I can do it).’라고 말하는 사람이 기회를 잡고 결국 리더가 됩니다."

그는 회사를 선택할 때는 업무보다 상사와의 ‘케미스트리’, 일명 궁합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보스 때문입니다."

강연의 마지막은 삶의 균형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는 겁니다.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행복과 삶의 균형입니다. 은퇴 후에도 삼식이로 구박받지 않고, 편하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지가 결국 인생의 성적표입니다." 그의 유머러스한 조언에 강연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강연의 끝에서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내적 절제(discipline)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십시오. 우리는 모두 138억년 우주의 신비를 담은 존재입니다.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기본을 철저히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다면 못할 일은 없습니다."

강연장을 열정으로 가득 채운 박기환 교수의 강연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후배들에게 리더십의 본질과 커리어에 임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 진솔한 인생 수업이었다.

한편, 이번 세미나 '영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제약바이오산업 30년 경력에서 얻은 리더십 인사이트'는 KAIST BIM(Graduate School of Bio Innovation Management,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이 마련했다.

KAIST BIM(대학원장 권영선)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연구개발, 임상, 사업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기술과 경영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통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기르는 것이 특징이다.

강의는 글로벌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맡는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강사진은 학생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제약바이오 산업 경영 전략을 전달한다. 또 전략적 사고와 리더십을 균형 있게 길러, 미래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KAIST 기술경영학부 박기환 교수.©약업신문=권혁진 기자
KAIST BIM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KAIST BIM 박성환 동문회장(인트라링크스 대표)이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을 소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KAIST BIM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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