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맞춤형 제품 개발과 피부 진단, 사용감 정량화, 가상 체험까지 AI 기반 연구가 K-뷰티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5일 열린 대한화장품학회의 ‘AI 기반 및 개인 맞춤형 최신 기술 연구 동향’ 세미나에선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 피부 진단, 개인화 기술을 아우르는 연구 성과가 발표되며 K-뷰티 연구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날 행사는 ‘2025년 화장품의 날’ 기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최신 기술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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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화장품학회 황재성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AI는 개인 맞춤형 제품 설계, 피부 진단·예측, 생산·유통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산업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K-뷰티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마트 미러로 여는 초개인화
“데이터와 딥러닝이 화장품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R&I 선행뷰티연구 디비전의 남진 팀장은 AI가 맞춤형 제품 설계와 평가, 사용감 분석까지 전 과정을 혁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장 상담에 의존하던 기존의 맞춤 서비스는 고객 수와 데이터 축적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일상 속 피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레알은 ‘스킨스크린(Skin Screen)’을 통해 피부 상태를 촬영·분석하는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소비자가 특정 공간에 직접 가야 하는 기기 기반 진단으론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개한 플랫폼이 바로 ‘놀리(Noli)’와 ‘뷰티지니어스(Beauty Genius)’였다.
놀리는 100만건 이상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한 멀티 브랜드 플랫폼으로, 여러 브랜드 제품군을 아우르며 개인 맞춤 루틴과 제품 추천을 통합 제공한다. 뷰티 지니어스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어시스턴트로, 소비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루틴·성분·제품에 대한 개인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스마트 미러와 맞춤형 화장품 제조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Myskin Recovery Platform’은 조도 조절 등을 통해 피부 지표를 측정하고 장기간 추적할 수 있도록한 스마트 미러였고, 올해 CES에서 선보인 ‘Micro-LED Beauty Mirror’는 미용 기기 연동까지 기능을 확장해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닥터 아모레의 AI 분석 시스템은 이용자의 주름, 색소, 모공, 홍반 등을 정밀 판별한다. 이 결과는 피부 진단 맞춤형 화장품인 커스텀미(CUSTOM.ME) 맞춤 세럼 서비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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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팀장은 효능뿐 아니라 사용감 정량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촉감, 발림성 같은 요소를 수치화하는 연구에 힘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4년 IFSCC에서 딥러닝을 활용한 제형 설계 기술 ‘딥포뮬라(DeepFormula™)’를 발표했다. 원하는 촉감을 역으로 설계하는 제형 최적화 연구 모델이다. 또한, ‘센소노이드(Sensonoid)’ 시스템을 통해 발림성, 쿨링감, 점착성을 객관적 지표로 환산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 개개인에 맞는 포뮬레이션이나 사용감을 제공하는 AI 평가 시스템이 개발 중이다.
메이크업 분야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가상 체험이 중심이다. 아모레퍼시픽의 ‘Wanna-Beauty AI’는 음성 명령을 통해 메이크업 스타일을 실시간 구현하고, 로레알은 뷰티지니어스를 기반으로 가상 메이크업과 피부 진단을 통합 제공하며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현장 맞춤형 제조 역시 글로벌 공통 과제로 다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립컬러 즉시 제조 시스템과 파운데이션 로봇 조제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해외 기업들 또한 데이터와 로봇 기술을 결합한 현장 맞춤 생산을 실험 중이다.
남 팀장은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산업 혁신의 핵심”이라며, 자사 성과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가 보여주듯 데이터 기반 맞춤형 솔루션과 가상 체험, 실시간 제조가 K-뷰티의 경쟁력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바이오마커와 생성형 AI, 맞춤 솔루션 확장
LG생활건강 R&I 연구부문 신중곤 책임연구원은 “AI가 화장품 연구개발 방식을 기존의 일방향 모델에서 데이터 순환형 체계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뷰티테크 시장이 2024년 기준 662억 달러 규모, 연평균 약 18%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AI 진단과 맞춤 솔루션 분야가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정밀 진단과 솔루션 개발을 위해 동아시아인을 중심으로 5만7000명 이상의 피부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고해상도 얼굴 이미지와 주름·색소침착·피부톤 같은 10가지 피부 특성, 30가지 라이프스타일 지표, 그리고 유전체 정보가 포함됐다. 폭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눈가·팔자·입술 등 세부 부위별 주름 패턴과 색소 분포, 혈류량 변화까지 정밀 분석해 노화 특성을 수치화했다. 입술 주름은 나이가 들수록 세로주름에서 가로주름으로 바뀌며, 눈가 노화는 50세 이전에, 입 주변 노화는 50세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의 특징이 대규모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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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연구를 통한 ‘바이오마커(Biomarker)’ 발굴도 핵심으로 제시됐다. 신체상태나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의미한다. AI 알고리즘을 통한 대규모 유전체 정보 처리는 의미 있는 패턴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LG생활건강은 대규모 데이터 연구를 통해 피부톤 변화에 영향을 주는 11개의 신규 유전자 영역을 확인했다. 동일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더라도 유전자 특성에 따라 효과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책임연구원은 “개인의 타고난 특성을 고려한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굴 윤곽과 주름 양상에 연관된 유전자까지 규명하며, 표면 증상뿐 아니라 구조적 노화 원인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은 성과를 맞춤형 소재 개발에 활용했다. 유전자 기반 위험도 분석을 통해 피부 노화 유전자 타깃 고효능 성분이나 레티놀의 자극을 완화시킬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AI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수천 종의 화합물 물성을 사전 예측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을 선별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신 연구원은 이를 “연구개발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생성형 AI는 소비자 인사이트 분석에 활용되기도 한다. 온라인 리뷰 데이터를 대규모로 분석해 사용감·향·안정성 등에서 드러나는 숨은 니즈를 추출하고, 반복 제기되는 불만은 개선 과제로, 긍정 요소는 제품 강점으로 반영한다. 또한 사진 분석을 통한 진단 서비스는 피부 상태를 다차원적으로 분석해 즉각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도 있다. 신 연구원은 이를 “마치 24시간 개인 피부 관리사가 곁에 있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그는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기술은 고객 가치 창출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도 AI 기반 연구를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맞춤형 화장품 솔루션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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