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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품의 위상부터 점검하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지난 18일 열린 ‘K-비건뷰티페어’ 내 세미나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강진규 전문위원은 뷰티 산업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K-비건뷰티페어는 올해 처음 개최된 비건·클린뷰티 전문 전시회로, 비건 인증 화장품과 동물실험 반대 제품, 친환경 패키징 등 윤리적 소비를 내세운 다양한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행사 기간 동안 B2B 수출 상담과 실무 중심 세미나,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며 K-뷰티의 윤리적 전환 가능성을 타진했다.
강 전문위원은 “바이어 발굴은 중요한 과제지만, 제품이 진출하려는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그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화장품이든 식품이든, 제품의 경쟁력과 현지 적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력한 바이어를 만나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을 다녀본 사람일수록 이 말을 실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전 점검할 핵심 조건
강연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렬했다. 수출의 출발점은 바이어가 아니라,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어떤 가격대, 포지션, 소비자 감각과 부합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만든 제품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제품이 실제 소비자의 삶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은 이 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지 유통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된 K-뷰티 제품이 적지 않고, 국내에선 ‘보통 수준’의 브랜드로 인식되는 제품도 베트남에선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반대로 베트남에서 통용되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저가화할 경우, 품질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성공 시 인접국으로 확산되는 파급력이 강한 시장으로 꼽혔다. 일본으로 화장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일본 후생노동성의 PMDA 인증을 받아야 한다. 대다수가 ‘등록제’를 취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만, 일본 시장 진출은 태국·대만 등지로 진출하는 발판이 되기도 하므로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 전문위원은 “일본 소비자에게 인정받았다는 자체가 일부 국가들에선 일종의 품질 인증서처럼 작용한다”고 말했다.
비건 화장품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강 전문위원은 유럽 비건 시장의 경쟁 강도를 감안해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스토리텔링과 제품 콘셉트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한 한 국내 브랜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남이 비건으로 유럽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똑같이 유럽으로 가면 안 된다”며, “비건이라는 키워드도 시장별로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비건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것을 넘어, 해당 국가의 문화와 취향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는가’가 관건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통해 정서적 공감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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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차이에서 성패 갈린다
수출 과정에선 실무적인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전문위원은 “서류와 인증을 잘 마치고도 라벨 문제로 반송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제품 라벨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비건이나 할랄 제품의 경우, 표기 방식이나 로고 사용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고 규제도 빠르게 바뀌는 만큼 최신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HS코드(품목 분류 번호)도 마찬가지다. 색조 화장품과 미백 화장품의 HS코드가 다르고, 이 코드 분류를 잘못 이해하거나 적용하면 세관에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세청 산하의 관세평가분류원에 사전 유권해석을 신청해 공문으로 받아두는 것이 좋다. 강 전문위원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며 “공문서를 가지고 있어야 관세 문제가 생겼을 때 공식 대응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선 법무부 산하의 ‘중소기업 법률지원단’을 통한 전문가의 무료 자문을 적극 활용하라는 제안도 이어졌다. 수출 계약은 대부분 영어로 작성되며, 법률 해석에서 불리한 조건이 숨어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강 전문위원은 뷰티·식품 산업 종사자들이 꼭 참고해야 할 자료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KCII)의 ‘온라인 수출 가이드북’ △KOTRA 무역관의 ‘국가별 시장·인허가 보고서’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카티넷’ 식품 규제 정보 포털 △한국무역보험공사의 e러닝 플랫폼 등을 꼽았다.
그는 “요즘은 정보가 없어서 준비 못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며, “공공기관이 축적해 둔 무료 콘텐츠만 제대로 읽어도 해결되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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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감각과 전략적 포지셔닝
세미나 후반부엔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이들의 공통점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 전문위원은 “성공한 브랜드는 제품 자체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팔릴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를 유치하기 위해선 웹사이트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글 중심의 홈페이지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대표이사 인사말이나 연혁을 강조하기보다는, 어떤 제품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강점으로 팔릴 수 있는지부터 보여줘야 한다”며, 시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략 수립의 기초 도구인 SWOT 분석을 통해 K-뷰티 수출을 짚어보는 기회도 가졌다. 강점(Strengths)은 한국의 원료 기술과 스토리텔링 자산, 약점(Weaknesses)은 라벨링 오류와 시장 대응력 부족, 기회 요인(Opportunities)은 K-콘텐츠와 비건 트렌드, 위협(Threats)은 높은 물류비와 글로벌 브랜드의 확장 전략이라는 진단이다.
강 전문위원은 “포지셔닝은 제품의 외형이 아니라, 소비자가 인식하는 ‘자리’에서 출발한다”며, “이 위치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빛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열심히 만드는 데서 끝나지 말고, 그 제품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쓰일지를 끝까지 설계하라”며, “현지 사정에 최적화된 콘텐츠와 감각이야말로 수출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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