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흔하며, 남녀 모두 한 번쯤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예방접종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정수영 교수는 최근 약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 양상과 자궁경부암과의 연관성,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는 “HPV는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감염자 대부분이 무증상이지만, 일부 고위험군 HPV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면역 형성을 위한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대표적인 여성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특히 HPV 감염으로 유발되는 자궁경부 이형성증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진료 현장에서는 20~30대 젊은 여성에서 자궁경부암 전 단계 병변인 이형성증 진단이 늘고 있으며, 이는 성생활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HPV 감염률이 증가한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암 병변 단계에서 백신을 맞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에 개입하면 자궁경부암으로의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예방접종과 정기 검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HPV 감염의 90%는 5년 이내 자연 소실되며, 치료나 수술을 병행하면 더 빨리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고위험군 HPV에 감염될 경우, 감염 후 수년에서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통한 면역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백신은 HPV가 몸에 들어오기 전, 특히 성 접촉 이전에 접종해야 가장 효과적이며,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만 12세 무료접종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HPV 국가예방접종 사업은 만 12세 여성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그 외 연령이나 남성은 접종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HPV 감염은 남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고, 중년 남성의 경우 흡연력과 결합해 구강암, 인후두암의 위험이 증가한다”며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처럼 우리나라도 남성 무료 접종을 포함한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정 교수는 HPV 고위험군 아형에 대한 백신 선택권 확대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무료접종 대상인 서바릭스와 가다실 4가 백신은 16·18형 HPV만 예방하지만, 한국 여성에게 흔히 발견되는 52형은 9가 백신에만 포함돼 있다. 정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다실 9가 백신까지 국가접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20대 여성까지도 접종 연령을 확대하고, 백신 종류 선택권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의 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HPV는 콘돔과 같은 물리적 차단 수단만으로는 전파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라며 “남자라서 괜찮고 여자니까 맞아야 한다는 식의 인식은 바뀌어야 하며, 남녀 모두 예방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산부인과학회와 부인종양학회는 이미 HPV 백신 접종을 남녀 모두에게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개정했으며, 보건복지부와도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HPV 백신 광고에도 남성 모델이 기용되는 등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 교수는 “예방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낮아지는 건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며 “더 많은 국민이 암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영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부인암 환자의 정밀 치료를 위해 로봇수술 장비를 활용한 미세수술을 시행하고 있다.